지난달 중순, 영국 런던에서는 하계올림픽 개막 500일을 앞두고 제법 큼지막한 행사가 열렸다고 합니다. 런던의 상징 가운데 하나인 트라팔가 광장에는 개막 카운트다운 시계가 설치됐으며, 곳곳에서 올림픽 개막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열기가 벌써부터 대단했다고 전해집니다.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다음 올림픽인 런던 올림픽이 1년 반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니 참 시간도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세 번이나 개최(1908, 1948, 2012년)하는 도시 영국 런던은 축구, 테니스, 크리켓, 럭비 등 스포츠에 대한 인기가 참 대단한 도시답게 올림픽도 역대 최고 수준, 그리고 가장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런던 역사상 최대 수준의 다양한 공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요. 올림픽 주경기장이 있는 런던 동북부 지역은 그야말로 천지개벽 수준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도심 역시 손님맞이 준비를 위해 주요 관광지, 교통 시설, 도로 등이 대대적인 보수, 공사에 들어가는 등 올림픽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 런던의 올림픽맞이 상황, 그리고 분위기를 지난 1월 마지막 날에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올림픽 개막 540일 가량 남았을 때의 런던 모습을 소개합니다.

▲ 역으로 들어오는 런던 튜브(지하철)와 런던올림픽 광고 (사진: 김지한)
아직 올림픽 개막까지 1년 넘는 시간이 남아있지만 분명히 런던은 곳곳에서 올림픽 열기를 발산해내고 있었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 공공시설물 광고판에는 런던올림픽 티켓을 판매한다는 문구가 담기거나 앰블럼과 함께 올림픽을 주제로 한 캠페인성의 광고가 곳곳에 부착돼 벌써부터 하계올림픽 개최에 대한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습니다. 특히 주요 지하철, 기차 역 등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에서 이 같은 광고를 많이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흘깃흘깃 쳐다보면서도 일부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이를 휴대폰 카메라로 담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올림픽 마스코트, 앰블럼 등을 활용한 옷, 열쇠고리, 배지, 인형 등을 파는 올림픽 공식 기념품점을 킹스크로스 세인트 판크라스 역, 히드로 공항, 일부 주요 도심에 오픈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일반 관광지 기념품 가게에서도 올림픽이 열리는 런던을 상징하는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를 사 가는 외국 관광객들의 모습도 제법 많았고, 저 역시 마스코트, 배지 등을 기념으로 구매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올림픽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꾸준하게 갖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홍보, 판매 활동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 런던올림픽 공식 기념품 상점. 마스코트,앰블렘을 활용한 다양한 기념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사진: 김지한)
하지만 그보다 도심 곳곳에서 벌어지는 공사가 '정말로 큰 행사(올림픽)가 열리는구나' 하는 걸 더욱 실감나게 했던 게 사실입니다. 휴일을 이용해 지하철 일부 노선 자체가 공사로 운행되지 않는 것이 대표적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지하철을 자랑하는 런던 지하철은 올림픽을 앞두고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운송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꾸준하게 보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심지어 주요 관광지를 통과하는 노선에 아예 지하철이 다니지 않아 버스로 갈아타거나 다른 노선을 활용해 돌아가는 방법을 택해야 했습니다. 저 역시 이 때문에 가고 싶었던 관광지 몇 개를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런던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라면 세계 시민, 그리고 스포츠팬의 한 사람으로서 묵묵히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눈길을 끌었던 것은 꽤 오랫동안 공사를 해서 그런지, 아니면 시민 의식이 그런 것인지 이에 대해 크게 불편을 호소하거나 역무원에게 항의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폐쇄된 구간 주변의 역에서 버스를 갈아타는 행렬 역시 크게 혼잡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별다른 혼란스러운 상황도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무려 6개 노선이 보수 공사를 벌였던 상황이었음에도 어느 정도 정돈된 모습을 보여 '신사의 나라답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습니다.

▲ 이날 모두 6개 노선에 걸쳐 보수 공사가 진행됐다. 운행되지 않는 역에는 내내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사진: 김지한)
주요 관광지, 그리고 일부 도로의 보수 공사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런던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피카딜리 서커스 주변은 도로 공사로 다소 혼잡한 모습을 보였으며, 다양한 공연을 많이 하는 곳으로 알려진 문화 거리 레스터 스퀘어 역시 2012년을 위한 준비(Getting Ready for 2012)라는 문구가 담긴 방호벽을 설치하고는 부분 공사를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또 런던 곳곳에서 다양한 건축물, 고급 아파트 등이 공사하고 있었으며, 유로스타역으로 잘 알려진 킹스 크로스 역 역시 공사로 주변이 시끌벅적했습니다. 이렇게 워낙 곳곳에서 공사가 이뤄지다보니 몇몇 관광객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기는 하지만 런던은 보다 완벽한 올림픽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듯 끊임없이 곳곳에서 망치질과 드릴 소리를 내며 그야말로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런던에 살고 있거나 관광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런던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CCTV입니다. 테러 방지, 안전을 목적으로 곳곳에 설치해 지난 4년간 우리 돈으로 무려 3000억 원에 달하는 CCTV를 영국 전역에 설치했다고 하는데요. 그 가운데 런던에만 450만 대에 달하는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어 하루에 한 사람이 최대 300차례나 찍힐 수 있는 그야말로 'CCTV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게 사실입니다.

보다 안전한 올림픽을 위해 런던은 CCTV 숫자를 더 늘리는 것 뿐 아니라 3년 전 베이징올림픽을 치러낸 중국 공안의 도청 장비까지 도입을 추진하기로 하는 등 조금은 과하게 여겨질 정도로 보안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대한 런던 시민들의 반응이 어떻게 갈릴지 주목해 보기도 했는데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CCTV에 대해 런던 시민들이 대체로 안전을 위해서라면 괜찮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 브라더(Big Brother, 정보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세력)'가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하는군요.

▲ 런던의 한 지하철 역에 설치된 CCTV (사진: 김지한)
당초 올림픽 스타디움이 있는 곳까지 가보려 했다가 지하철 보수 공사 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이 지체돼서 가보지는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하계올림픽을 치를 도시로서 과연 얼마만큼 준비가 돼 있는가에 대한 분위기, 상황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올림픽을 세 번째 치르지만 64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또 한 번의 대회를 치르는 만큼 런던시 당국, 그리고 영국 정부가 보다 완벽한 준비를 통해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조금은 불편한 점이 많았어도 세계인의 축제라 할 수 있는 올림픽을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하고, 또 자발적으로 의식을 갖춰가는 런던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기대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년 반 뒤, 2012년 8월에 완벽한 모습을 갖춘 런던 땅에서 열릴 30번째 올림픽이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할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당당하게 나부끼는 태극기의 모습을 그려보며 런던 투어를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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