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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만의 SEA 우승! 베트남 축구사는 ‘박항서’ 전과 후로 쓰인다[미디어비평] 스포츠에 대한 또 다른 시선
장영 기자 | 승인 2019.12.11 11:25

[미디어스] 박항서 감독이 다시 한 번 마법을 부렸다. 무려 60년 만에 SEA(동남아시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으니 말이다. 이제 동남아 국가 중 축구를 가장 잘하는 국가는 베트남이 되었다. 박항서 감독이 부임하기 전과 후가 완벽하게 갈린다는 점에서 이 대단한 성취는 마법처럼 다가온다.

SEA 대회에서 베트남은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우승을 차지했다. 예선에서 숙적이었던 태국과 비기기는 했지만, 다른 팀들을 줄줄이 꺾으며 우승까지 했다. 태국과는 0-2로 뒤진 상황에서도 동점을 이루며 끈기 있는 축구가 무엇인지 보여주기도 했었다. 

결승에서 만난 인도네시아는 예선에서 한 차례 경기를 했었다. 2-1로 이기기는 했지만, 쉽지 않은 팀이라는 생각에 박 감독의 대비는 특별했다. 인도네시아가 준결승을 어떻게 치렀는지 확인한 후 이에 대비한 전략으로 상대를 압도했다. 왜 박항서 감독이 대단한지를 보여준 결승전이었다.

베트남 22세 이하(U-22) 축구 대표팀이 2019년 12월 10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리살 기념 경기장에서 동남아시아(SEA) 게임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 한 뒤 기뻐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베트남의 SEA 게임 60년 역사상 첫 금메달이다. 1959년 첫 대회 때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는 베트남 통일 이전인 월남 시절이다. 분단국에서 통일국가가 된 후 베트남에게 이 메달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축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큰 국가이기 때문이다. 

경기 초반 인도네시아의 공세가 이어졌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다. 박 감독은 최전선에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안정을 찾기를 원했고, 선수들은 그렇게 자신의 경기력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반격에 나선 베트남 선수들이 인도네시아 골문을 여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반 38분 프리킥으로 올라온 공을 장신 수비수인 도안 반 하우가 헤더로 첫 골이자 결승골을 넣으며 완전히 분위기를 베트남이 가져왔다. 세트피스에서 보여준 이 결정력은 베트남이 발전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후반 14분에 도훙중의 득점까지 나오며 베트남은 완벽하게 상대를 장악했다.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박항서 감독 [AP=연합뉴스]

2-0으로는 뭔가 부족했던 베트남 팀은 후반 28분 도안 반 하우가 쐐기골을 넣으며 금메달의 가치를 높였다. 베트남이 확실한 리드를 잡게 되자 인도네시아는 거친 플레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악의적인 반칙을 하던 상황에서 점수 차가 벌어지자 더 노골적으로 반칙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 감독은 강력하게 항의하다 퇴장까지 당했다. 하지만 이 효과는 선수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는 이유가 되었다. 3골을 앞서가고 있다는 점에서 순간적으로 안일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축구는 한순간 기를 빼앗기면 쉽게 역전도 가능한 경기다. 그런 점에서 박항서 감독의 퇴장은 오히려 베트남에게는 득이 되었다.

이제 막 도약하는 베트남 축구. 우승 경험이 많지 않은 그들이 자칫 무너질 수도 있는 후반. 박항서 감독의 강력한 항의는 투지를 불태우는 이유가 되었다. "나의 퇴장보다 베트남의 우승이 우선이었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언론 'Zing'과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박항서 매직' 60년 만의 첫 우승에 환호하는 베트남 축구팬 [온라인 매체 '징' 웹사이트 캡처]

베트남 현지에서는 대형 스크린 앞에서 모여 응원을 하고, TV가 있는 곳이라면 모두 모여 승리를 갈망했다. 우승이 확정된 후 베트남 거리는 밤새 뜨거웠다고 한다. 당연한 일이다. 축구에 열광적인 동남아시아 국가들. 기대와 달리 좀처럼 세계적인 축구 강국이 될 수 없었던 그들이었다. 

박항서 감독이 부임한 후 베트남 축구는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년 만에 동남아 국가 중 최고팀으로 올라섰다. 동남아시아 독보적인 강국이었던 태국마저 무기력하게 만든 베트남 축구는 이제 아시아 전체로 향하고 있다. 여전히 한국과 비교해보면 여러 부분 능력 차는 존재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베트남 축구 성장이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박항서 감독과 한국 스태프가 함께한다는 사실도 즐겁다. 

야구와 축구, 그리고 격투기를 오가며 스포츠 본연의 즐거움과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전반에 관한 이미 있는 분석보다는 그 내면에 드러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포츠에 관한 색다른 시선으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글쓰기를 지향합니다. http://sportory.tistory.com 

장영 기자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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