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에 빠졌던 FC 서울이 K리그 4라운드 만에 첫 승을 신고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 서울은 2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홈경기에서 데얀의 2골, 몰리나의 1골에 힘입어 3-1 승리를 거두고 개막 후 4경기 만에 첫 승을 기록했습니다. 이로써 3월의 악몽을 떨치고 4월의 대반전을 모색하며 활기찬 봄을 맞이할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이날 경기는 외국인 선수, 이른바 F(Foreigner)4의 활약이 상당히 빛났습니다. 그동안 침묵에 빠졌던 데얀, 몰리나가 나란히 골을 넣은 것을 비롯해 부상에서 회복한 제파로프 역시 공격의 물꼬를 트는 위협적인 모습을 자주 보여주며 막강한 서울 공격의 힘을 내는 데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또 서울의 터줏대감 아디 역시 중앙 수비를 거의 완벽하게 소화하며 전북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이들의 활약에 대해 황보관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F4가 재탄생했다"면서 크게 반겼습니다. 2주 휴식기동안 전지훈련을 가지면서 외국인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고 많은 연습을 통해 호흡을 끌어올리면서 이전보다 확실히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황보관 감독의 설명이었습니다. 어쨌든 기대했던 이들의 활약 덕분에 서울은 기분 좋은 리그 첫 승을 챙길 수 있었고,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쏠 수 있었습니다.

▲ FC 서울 데얀 ⓒ연합뉴스
하지만 F4의 활약이 곧 서울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던 한 판이었습니다. 만약 이들 가운데 부상으로 빠지는 선수가 생기면 이를 메워줄 만한 확실한 국내파 자원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앞으로 해야 하는 과제도 안았습니다.

이날 이승렬이 후반에 교체 투입됐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플레이로 후반 막판에 김동진과 다시 교체된 것은 조금은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었습니다. 이승렬은 후반 36분에 교체 투입됐다 전북 이동국에게 1골을 내주고는 4분 만에 김동진과 교체되는 수모를 당하며 어두운 표정으로 벤치에 다시 앉았습니다. 국내파 공격수로서 정조국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받던 이승렬의 연이은 하락세는 다양한 공격 자원을 갖추는 것을 기대한 서울에 그다지 좋지 않은 일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미드필더 자원 가운데 하대성, 최태욱이 이르면 이달 말에 복귀하고 측면 자원인 신예 문기한이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제 몫을 다 해준다면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F4에 의존하는 전술 플레이가 과연 시즌 내내 서울에게 큰 힘으로 작용할지는 어쨌든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름 시즌에 한창 순위 전쟁이 벌어질 때 패턴 플레이가 읽혔을 경우 새로운 전략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겠지만 아직 그 단계까지는 준비가 안 된 듯 보였습니다. 앞으로 매 라운드 경기를 준비하면서 보다 다양한 공격 자원과 전술을 발굴하고, 변화무쌍한 작전을 키우는 것이 필요해 보였으며, 이는 전적으로 황보관 감독의 의지, 전략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어쨌든 서울은 3골을 넣으며 난적 전북을 꺾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습니다. 3월의 서울은 잊어 달라,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한 황보관 감독의 말처럼 이번 전북전을 계기로 보다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과시하는 서울이 될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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