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IT 시민단체 오픈넷이 SKT,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들 이통3사가 지위를 이용해 자사·계열사 제로레이팅을 통한 콘텐츠 시장을 부정침해하고, 과도한 인터넷접속료(전용회선료·상호접속료)를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픈넷은 10일 논평을 내어 신고 사실을 밝히고 공정위에 "이통3사 콘텐츠 제로레이팅과 유선인터넷사업자 3개 기업 그룹의 과도한 전용회선료 부과와 상호접속료 부과를 적극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용회선료란 통신서비스가 가입자(콘텐츠 사업자)와 1:1 독립적인 회선을 구축해 가입자가 지불하는 사용료를 의미한다. 상호접속료는 발신자와 수신자가 서로 다른 통신사에 가입해 있을 경우 착신자 측 통신사가 발신자 측 통신사로부터 받는 망 사용 대가다. 제로레이팅은 콘텐츠 사업자가 이통사와 제휴를 맺고 자사 콘텐츠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요금을 이통사나 콘텐츠 사업자가 대신 내주는 제도다.

오픈넷은 우선 이통3사가 자사와 계열사의 콘텐츠에 대해서만 제로레이팅을 제공해 이통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지위를 온라인 콘텐츠 시장에 전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제로레이팅을 통해 자사와 계열사 콘텐츠 시장점유율을 높여 비계열 콘텐츠 회사를 경쟁에서 부당하게 배제해왔다는 지적이다.

오픈넷은 2018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2017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를 인용, 타 통신사에서 동영상 데이터 무료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기존 콘텐츠를 전환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가 59.7%에 이른다며 제로레이팅이 비계열 콘텐츠 회사를 시장에서 배제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독점규제법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3조2의 3호)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제로레이팅 이슈는 올해 5G 도입과 함께 다시 불거졌다. 5G 설비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로레이팅의 대표적 사례로는 SK텔레콤 자회사 SK플래닛이 운영중인 오픈마켓 '11번가'서비스, KT의 자회사 지니뮤직 등이다. 통신사 이용자의 자회사 서비스 이용 시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통3사는 게임, 음악·영상 스트리밍, 메신저, 내비게이션, VR 등의 다양한 콘텐츠 영역에서 제로레이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정부는 제로레이팅을 통신요금 완화 수단으로 인식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오픈넷은 KT, S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가 세계 기준에 비해 과도한 인터넷접속료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전용회선료의 경우 KT는 1 Mbps 월 85만원, SK브로드밴드는 10 Mbps 월 363만원, LG유플러스는 10 Mbps 월 419만원으로 약관상 나타나는데, 세계최대 통신기업 미 AT&T가 100 Mbps 전용회선을 월 1195달러(한화 약 142만원)에 제공하고 있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상호접속료의 경우에도 오픈넷은 "평균 미화 월 9.22달러/Mbps으로서 미국과 유럽의 각각 4.3배, 7.2배에 달한다. 아시아 내에서도 비교대상으로 볼 수 있는 싱가포르($1.79), 홍콩($1.83), 동경($2.24)에 비해서도 중간값을 비교해볼 경우 1.5배 내지 2배 이상 차이(서울 $3.77)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픈넷은 "이와 같이 과도한 가격은 독점규제법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를 부당하게 결정 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제3조2의 1호)에 해당한다"고 했다.

오픈넷은 "이 같은 독점가격은 중소콘텐츠제공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며 또 이들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며 "결국 인터넷을 통해 힘없는 개인들도 매스커뮤니케이션에 포용하고자 하는 인터넷이라는 기획이 훼손돼 망중립성이 보호하려는 가치도 손실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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