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이 하루 앞당겨진 것으로 착각할 뻔했다. 나가수 죽이기에 나선 듯한 기사들을 하나둘 읽다보니 만우절 우스갯소리처럼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흑막이 감지된다. 발단은 김범수의 제발이 아직도 전 음원 사이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일주일 가까이 한 노래가 1위를 지키기는 모습은 그동안 아이돌이 아닌 가수들에게는 대단히 낯선 것이다. 아이돌 그룹이 1위를 이만큼 하면 언론이 아이돌 칭송에 침이 마를 지경인데 김범수가 하니 왜 가요계 죽이기가 되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적어도 가요계(라고 쓰고 아이돌이라 읽어야 한다)가 나가수 음원 돌풍에 오금이 저려 죽는 소리를 하는 것은 이해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가 봐도 아이돌 밥그릇 지키기 의도밖에 보이지 않는 언론의 태도는 견디기 힘든 짜증을 유발한다. 지난 십여 년 간 아이돌 절대 독점에 의한 가요계 불균형이 이제야 조금씩 변할 기미를 보이는 마당에 거의 저주의 굿판을 벌이는 것이나 다름없는 모습들이었다.

과연 그들은 스스로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지가 우선 궁금할 따름이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이들도 자신들이 한 짓을 몰랐다. 그러나 그들의 의도는 잘 먹히지 않았다. 우선 나가수에 대한 호감지수가 최고조인 상태에서 논리도 갖추지 못한 가미가제식 돌격정신만 앞세운 무리수였다. 아이돌 팬덤조차 나가수를 칭찬하는 마당에 몇몇 언론이 나선다고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것 자체가 큰 착각인 것이다.

아이돌 사수에 나선 언론들이 들고 나온 이유들도 그럴 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헐리우드 액션에 불과하다. 우선 나가수 음원이 주말 황금시간대 예능에서 한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여타 신곡을 낸 가수(특히 아이돌)에게 불리한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것이다. 이 비난에는 나가수를 음원장사나 하려는 것으로 지위를 애써 낮추려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렇지만 이 비난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몇이 될지가 의문이다.

먼저 언제부터 일밤이 주말 황금예능이었는가. 나가수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우리들의 일밤>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그 일밤은 아주 오랫동안 황금시간대의 프리미엄을 전혀 누리지 못한 저조한 예능이었다. 나가수가 일밤을 살려냈기 때문에 예능의 집중 지원이라는 볼멘소리를 해봐야 말이 되지 않는다.

또한 나가수 노래는 겨우 하루 방송을 탈 뿐이다. 반면에 아이돌의 신곡은 지상파 3사의 음악프로그램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예능을 통해서 홍보되고, 하다못해 예능이 끝날 무렵 크레디트에 물려 나오는 뮤직비디오 홍보도 만만치 않다. 전파 물량을 따진다면 결코 나가수가 많다고는 못할 상황에 불공정 운운하는 것은 자폭일 따름이다.

그리고 나가수 음원이 믹싱 후 마스터링 작업을 하지 않아 음질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라이브 음원이라고 하더라도 추후 스튜디오 후작업을 통해 보완하는데 나가수 음원을 그러지 않아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말도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음원이 왜 다른 노래들보다 고급스럽게 귀에 담기는지에 대한 역학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나가수 7인이 전해주는 기술을 뛰어넘는 감동의 이유를 알아야 할 것이다. 분명 나가수 음원이 일반 음원들보다 공정을 덜 거치고 있어 기술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 지적이 음질보다는 음원 단가를 따지느라 나온 말이지만 이 부분은 나가수가 수용해서 더 좋은 음질로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할 부분이기는 하다.

끝으로 리메이크한 노래가 신곡보다 잘 팔리는 것이 비정상적이라고 하는데,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아이돌이 리메이크한 노래들이 히트한 경우에도 그런 불평을 했나 돌이켜 보길 권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표절이 난무하는 시대에 리메이크는 아주 정직한 창작 작업의 하나이며 선배에 대한 존경을 담은 것이다. 느닷없이 나가수가 하면 뭐든 딴죽을 걸고 싶기는 하겠지만 가능하면 말이 되는 비판이어야 할 것이다.

물론 아이돌 기획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신곡이 전부 죽고 나가수 음원만 팔리는 것이라면 분명 문제는 심각하다. 그렇지만 며칠이 지나면서 각종 음원 사이트는 평상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요즘 아이돌 그룹들의 활동시기가 너무 짧아 그 일주일도 아깝기만 할 것이다. 그래서 나가수가 눈엣가시가 될 수밖에 없음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아이돌의 신곡 활동을 고작 두 달에 그치는 행태를 바꿔야 할 것이다. 남들은 오르고 싶어도 오르지 못하는 상위에 여전히 랭크되면서도 일방적으로 활동을 끝내고 사라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한편 나가수 열풍이 반 아이돌로 해석되는 것도 피해야 할 위험한 논리이다. 통계가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세시봉 이후 나가수로 이어지는 이 열풍은 가요계 침식보다는 가요계 파이를 넓히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가요를 일절 소비를 하지 않던 세대의 새로운 유입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아이돌 음악 소비가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다만 일시적인 상황이고 차차 진정국면을 맞으면서 가요계 황금분활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가요계 미래를 보는 거시적 안목을 갖고 나가수 현상을 통해 소비를 발전시킬 대승적 생각을 못할망정 자기 밥그릇에 급급한 조급증을 버려야 할 것이다. 제발.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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