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북한은 지난 8일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출력을 높이는 실험일 가능성이 높다”며 "북한은 이제 핵을 없애자는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주문한 '중간자 역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무런 협상 카드를 주지 않은 상태에서 중간자 역할을 요구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9일 tbs<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사진=tbs)

8일 조선중앙통신은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이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정세현 수석부의장은 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아마도 ICBM 엔진 출력을 높이는, 미사일 발사 거리가 더 나가는 실험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대변인의 발언을 두고 “결국 미사일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의미”라며 “유엔 주재 북한대사관은 ‘비핵화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놨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핵 문제를 가지고 미국과 협상할 일은 없다. 즉 핵을 없애는 식의 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말”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으로 지난 7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정 부의장은 양국 정상 간 통화내용에 대해 “아마도 금년 내에 북한이 위험한 행동을 할 것 같은데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 한국 정부가 중간자 또는 중재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 직후 곧바로 기자들에게 ‘나와 김정은 관계는 좋은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는 좋은지 모르겠다. 곧 알아내게 될 것’이라 발언한 내용을 미루어 볼 때 문 대통령에게 어떤 과제를 줬으리라 본다”고 했다.

하지만 정 부의장은 미국이 한국에 북한과 협상할 수단을 아무것도 주지 않는 상태에서 문 대통령에게 중간자 역할을 요구하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문 대통령이 현재 김정은 위원장한테 가져갈 카드가 없다”며 “작년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 선언에서 합의했던 것들을 미국의 견제 때문에 하나도 이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북한은 이미 한국정부에 대해 기대를 접었다”고 봤다.

정 부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이 위험한 짓을 할지 모르니 어떻게 좀 달래보라는 식의 말은 비현실적”이라며 “셈법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확실히 해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든지 아니면 특사를 보내 셈법을 바꿀 테니 일단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는 식으로 보장해 준다면 몰라도 그게 없으면 북한은 새로운 길을 가는 쪽으로 이미 방향을 설정해 놨기에 바꾸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간부들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정 부의장이 북한의 강경한 의지를 엿본 대목은 김정은 위원장의 백두산 장정이다. “이번에 군 장성들을 데리고 올라간 건 지난 10월 16일 백두산 등정과는 다르다”며 “김일성이 항일 투쟁할 당시 혁명전적지들을 전부 방문하고 눈 내리는 백두산 위에서 모닥불을 피우는 장면을 보인 것은 ‘앞으로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라도 할아버지 때 일본과 결사 항전을 벌인 끝에 조국의 광복을 찾아왔듯이 미국과 그런 식으로 버텨 싸움에서 이기게 될 테니 북한 주민들도 그리 알고 어려움을 각오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 부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을 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할 수 있는 건 경제제재뿐”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백두산에 올라가 모닥풀을 피우고 어려움을 견뎌 내자는 메시지를 올린 건 잘 참고 견뎌보자는 의미이기 때문에 미국이 할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상황이 악화된 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정치문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고 정 부의장은 말했다. 정 부의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말은 북한 용어로 최고 존엄의 말이기에 되돌릴 수가 없다. 트럼프가 그걸 모르는 것 같다”며 “정치문화 차이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게 전략 실패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정 부의장은 “북한이 크리스마스 때 사거리가 더 나가는 ICBM이든지 여러 대를 한꺼번에 발사하는 고출력엔진 발사 장면을 보여주고 ‘우리는 핵 강국에 이어 ICBM 강국, 대륙간탄도미사일 강국이 됐기 때문에 협상은 안 한다, 핵폭탄 가지고 있는 나라끼리 만나자’고 하면 미국, 러시아, 중국, 북한 이 네 나라간에 핵 군축협상을 하자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은 협상 테이블에서 빠지는 4자 회담으로 모양이 아주 나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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