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연예인 성착취 문제들이 구조적인 문제들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다 자기가 뜨기 위해서 하는 거 아니냐’라는 차가운 시선으로 보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여성연예인 스스로도 밝히는 순간 연예생활을 접어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그들 역시 권리를 찾기 위해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매니지먼트사 역시 예능인을 키우는 문화산업으로서 접근해야지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것도 문제다. 이 삼각구도가 여성연예인의 상황을 더 안 좋게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3월 한국사회가 2009년에 이어 ‘장자연’이란 이름으로 들끓었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또 다시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듯 잠잠해졌다. 재수사의 필요성도 대두됐었지만 장 씨의 친필편지가 아니라는 국과수의 감정‘만’으로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사회적으로 식어버린 ‘장자연’ 사건.

그러나 “분하다”, “이 사건이 이렇게 묻혀서는 안된다”며 오늘도 이리저리 전화수화기를 돌리고 있는 이가 있다. 윤정주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이다. 인터뷰 하는 동안에도 그는 고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몇 차례의 전화를 주고 받았다.

윤정주 소장은 ‘장자연 사건’을, “한 여성연예인이 성착취를 못 견뎌 자살을 통해 고통을 알리고 싶었는데 결국은 언론과 권력이 결탁해서 진실이 은폐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이미 여성에게 피해를 줬던 사람들 대부분이 권력자이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국과수에 의해 친필편지가 아니라고 밝혀졌더라도 장자연이란 여성연예인이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그 가해자들이 아직도 죄에 대한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윤정주 소장은 “SBS 장자연 보도가 반가웠다”고 말했다. 또한 “1년 전 의혹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 건의 기소도 없이 끝난 사건이었다. 언젠가는 다시 터질 사건이었고 이번에도 재수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다시 터질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윤 소장은 1년 전 장자연 씨의 고백과 자살을 계기로 여성연예인 인권지원센터 개소에 앞장섰다.

‘여성연예인 인권지원센터’ 운영을 통해 윤정주 소장은 “열악한 매니지먼트사가 여성연예인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스폰을 잡아 회사를 운영되는 실태를 봤다”며 여성연예인 인권침해 심각성을 드러냈다.

이 밖에 ‘디지털 전환에 따른 시청자 복지향상’과 ‘방통심의위의 정치 심의’ 등은 미디어운동본부의 관심정책들이다. 그동안 꾸준히 관련정책에 입장을 내고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벌써 미디어운동본부는 ‘수신환경감시TFT’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범사업 등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정책을 감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KBS <추적60분> 천안함 편에 대한 ‘경고’조치에 대해서도 “방통심의위가 결정한 사항을 방통위가 재심하도록 한 것은 국가검열”이라고 쓴 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지난 29일 미디어운동본부 신임 윤정주 소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관악구 조원동에 위치한 사무실을 찾았다.

▲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소장

“장자연 관련 KBS와 MBC보도, 경쟁사 SBS 흠집내기 강했다”

고 장자연 씨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하는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장 씨 관련 SBS보도 어떻게 봤나. 결과적으로 SBS에서 뉴스를 통해 사과를 하기도 했는데

SBS에서 첫 번째 보도가 나왔을 때 반가웠고,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1년 전 의혹이 다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혐의를 의심받던 사람들에 대한 기소도 없이 끝냈다. 그래서 언젠가는 다시 터지겠다고 생각했었고 그 시점이 올해가 됐다고 본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SBS가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SBS가 밝힌 대로 언론사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보다는 조금 더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직종 역시 기사들이 아닐까 싶다. SBS에서 장자연 건 관련해 특별취재팀을 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성과가 있기 바란다. 이번에도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이 종료된다면 의혹만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MBC와 KBS의 보도태도는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 처음부터 경찰은 더 이상 수사를 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봉투조작 등을 거론하며 물타기를 계속해왔으나 두 방송사는 경찰의 발표만을 받아썼다. 경찰에 동조한 것이고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다. 또, 편지의 자필여부에만 관심보인 것 역시 경쟁사 SBS 보도에 대해 흠집 내기가 강했다고 본다. <조선일보> 보도는 말할 가치도 없다.

장자연 사건은 다시 쏙 들어가버렸다

장자연 사건만 생각하면 분하다. 일본 대지진과 시기적으로 겹치면서 밀려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리고 경찰이 편지가 조작됐다고 발표하면서 완전히 가라앉았다. 그래서 지금 여성단체들로서는 이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띄어야 하지 않느냐는 고민이 많다. 한 여성 연예인이 성착취를 견디지 못해 자살을 통해 고통을 알리고 싶었는데 결국은 언론과 권력이 결탁해서 진실이 은폐된 사건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물론 여성에게 피해를 줬던 사람들이 대부분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권력에 의한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는 사건 말이다.

장자연 사건으로 인해 지난해 ‘여성연예인 인권지원센터’를 개소하기도 했는데

여성연예인들이 믿고 상담할 수 있도록 상담전화를 개설하고 솔루션위원회처럼 변호사, 성폭력상담원 그리고 미디어전문가 등 6인으로 구성된 운영위원을 두고 있다. 여성연예인이 요청해오면 즉각적으로 상담을 비롯한 법률상담, 소송을 함께 해줄 수 있도록 마련해 놨다.

‘여성연예인 인권지원센터’에 접수된 사건이 있는지 그리고 센터를 통해서 무엇을 보고 느끼는가?

센터를 통해 1건이 소송중에 있다. 그러나 구체적 내용은 더 말해줄 수 없다. 센터 상담을 통해 국가인권위에서도 발표했듯 열악한 매니지먼트사가 여성연예인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스폰을 잡아 회사를 운영하는 실태를 봤다. 또 여성연예인들이 ‘성접대’, ‘스폰’을 거부할 수 없도록 ‘계약파기’, ‘위약금’을 물리는 등 2~3중의 사슬을 만들어 놓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여성 연예인들은 쉽게 상담전화조차 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상담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 바닥에서 연예인 생활을 접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니 꿈을 이루기 위해 주저하게 되는 것이다. 안타깝다.

또 다른 하나는 여성연예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차갑다는 것이다. 성착취는 구조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밖에서 바라볼 때 ‘다 자기가 뜨고 싶으니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하고 여성 연예인들도 스스로 권리를 찾기 위해 용기를 더 낼 필요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매니지먼트사 역시 스스로 예능인을 만들어 문화산업에 기여한다는 측면으로 생각해야지 여성연예인을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 본다는 것도 문제다. 이 삼각구도가 여성연예인의 상황을 더 안 좋은 쪽으로 몰아가고 있다.

▲ 2010년 10월 서울YMCA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케이블방송 지상파 재전송 논란관련 '시청자 중심의 해법 다섯 가지 원칙은 제안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권순택
“울진 디지털전환 시범사업, 직접수신환경 개선이 없었다”

미디어운동본부는 지상파와 케이블간 지상파재송신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냈다. 그리고 2년간 한시적 의무재송신 대상을 전 지상파로 확대한다는 방통위의 안에 대해 지지논평을 발표했다.

우리의 목적은 분명하다. 시청자들의 불편이 최소화돼야 한다는 점이다. 지상파 그리고 케이블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는 게 아니라 이 시점에서 시청자들이 최소한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안이 중요하다. 지금으로서는 디지털 전환을 앞두고 있어 수신환경이 필연적으로 바뀌게 되는 상황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그래서 전 지상파에 대한 한시적 의무재송신에 찬성한 것이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에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케이블방송사업자들은 지상파에 최소한의 대가를 지불하는 형식이 맞다고 생각한다. 케이블을 통해 지상파를 보는 가구가 80%다. 지상파 쪽에서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앞으로 수신환경 개선이 더 중요하다.

디지털전환이 이제 코앞에 와있다. 2012년 12월 31일로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는데 준비가 잘 되고 있다고 보는가

디지털전환에 따라 직접수신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앞서 지상파재송신 관련해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지상파가 직접수신이 안되는 상태에서 현재와 같이 케이블과 동고동락할 경우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울진에서 진행된 디지털전환 시범사업을 직접가서 보니 수신환경 개선에 대한 노력이 전무했다. 시범사업이 지상파를 직접수신하는 가구를 대상으로만 셋톱박스를 나눠주고 케이블을 통해서 지상파를 보는 가구에 대해서는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었다. 모든 가구에 대해서 직접수신이 되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유료방송 시청에 대해서는 시청자에게 선택권을 줄 수 있도록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울진의 경우처럼 디지털전환이 된다면 디지털 전환의 의미가 없다.

오는 6월 제주에서 시범사업이 계속된다. 그에 앞서 ‘수신환경감시TFT’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전환 정책에 대한 감시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또 디지털전환에는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셋톱박스 등 발생비용에 대한 저소득층 및 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감시할 예정이다.

“방통심의위는 민간에서 심의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것…결국 국가검열”

미디어운동본부의 또 다른 관심사는 ‘심의’다. 최근 KBS <추적60>분에 대한 ‘경고’ 조치가 있었다

KBS <추적60분> 천안함 편에 대한 경고조치로 방통위 그리고 방통심의위가 확실히 정치심의를 하고 있다는 것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정권과 반하는 이야기를 했을 때 재갈을 물리게 하기 위해 만든 구조가 바로 방통심의위에서 방통위로 가는 재심제도였다. ‘재심제도’를 방통심의위가 결정한 사항을 방통위가 재심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방통위 재심은 확정이다. 끝이다. 이 구조 자체가 국가의 검열을 피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방통위가 심의를 하던가. 민간에서 심의를 하는 것처럼 만들어 놓았지만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국가가 검열하도록 한 것이다. 심의제도 자체가 개선돼야 한다.

전반적으로 방통심의위와 관련해 위원회 구성 등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여전히 6:3이라는 거수가 난무하고 있고 인적구성이 바뀐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인권위도 언급한 민간자율심의에 대한 논의를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최근 2기 방통위가 구성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1기를 평가해달라. 2기에 대한 전망은

1기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방통위였다. 정권이 원하는 대로 다 해줬다. 또 방송과 통신에 대한 정책에 있어서도 시청자의 입장이 아닌 사업자들의 논리에 따라서 결정됐다는 점에서 평가절하할 수밖에 없다. 2기 역시 최시중 위원장이 연임되는 바람에 기대할 게 없지 않을까 싶다. 조중동 종편 완성에 대한 책임 임무를 띠고 있는 최시중 위원장이 있는 한 그러하다. 1기와 뭐가 크게 달라질까란 점에서 회의감이 든다. 다만 야당 측 추천을 받아서 들어간 분들이 조금 더 제 역할을 해주십사 하는 당부를 드리고 싶다. 내부에서 많이 감시를 하고 제어할 수 있게끔 해달라.

조중동매경 종편이 개국하면 미디어운동본부가 할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싶은데?

가장 우려되는 점은 앞으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론이 하나로밖에 형성되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이다. 한 가지 여론이 확산되면서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근거제공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또 종편 뿐 아니라 지상파도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시청자의 눈과 귀를 잡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것은 단지 드라마나 예능만이 아니라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이미 많은 부분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 지상파 뉴스들을 보면 경쟁적으로 연성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MBC <뉴스데스크>가 가장 걱정이다. 뉴스에서 드라마 소재로 ‘출생의 비밀’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를 짚는다거나 ‘야동 초등학교’, ‘대갈’, ‘죽2리’ 등 특이한 마을 이름이 보도되고 있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한 방안이다. 씁쓸하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미디어 속에서 주목하는 여성캐릭터가 있나? 최고의 캐릭터와 최악의 캐릭터를 선정해달라.

주목하고 있는 것은 MBC <로열패밀리>와 SBS <마이더스>에 등장하는 재벌가 속에서의 여성캐릭터다. 염정아(김인숙 역) 씨와 김희애(유인혜 역) 씨는 드라마 상에서 자신의 욕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고 남성이 보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재벌가의 여성들이나 신데렐라 캐릭터는 모두 남성의 도움을 통해서만 그리고 상대방의 욕망을 위한 캐릭터였다는 점에서 염정아 씨와 김희애 씨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고 아직까지 최악과 최고의 캐릭터를 꼽을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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