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종합편성채널(종편) 의무전송제도가 8년 만에 폐지되면서 일부 종편과 대주주인 보수 신문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종편 의무전송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특혜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정책이고, 8년만에 제도가 폐지된 탓에 특혜 환수 효과보다 오히려 종편의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력을 높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이들은 "총선용 언론 길들이기"라는 야당 측 주장까지 인용하며 비판에 나서고 있다.

채널A 대주주인 동아일보는 5일 사설<종편 의무송출 제외하며 규제는 그대로 둔 기울어진 행정>에서 지난 3일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종편 의무전송을 폐지한 것을 두고 "의무송출 제도는 방송의 공익성과 채널의 다양성을 확보해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종편은 이런 취지에 맞게 지상파와는 차별화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 시청자의 선택권을 넓히는데 기여했다"며 "이번 시행령은 이를 간과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12월 5일 사설 <종편 의무송출 제외하며 규제는 그대로 둔 기울어진 행정>

이어 동아일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이 시청점유율, 방송사업 매출 및 광고 매출 등 여러 지표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의무송출이 종편에 대한 특혜라는 논리를 폈다"며 "방송 산업을 시장 원리에 맡기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종편에만 유독 까다로운 규제부터 철폐해야 앞뒤가 맞는다. 의무송출 채널에서 제외되면 민영방송인 종편을 대상으로 3년마다 재승인 심사를 하거나 엄격한 심의, 제재를 할 명분이 약해진다"고 썼다.

그러면서 동아일보는 정부의 방송정책이 종편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방치하고 있다고 했다.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시도와 유사 중간광고(PCM) 방치, 종편과 달리 재승인 심사를 받지 않는 드라마·오락 채널의 '친정부 성향 유사 보도 프로그램 편법 방송' 등이 그렇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러니 정부의 방송정책이 비판적인 언론을 길들여 우호적인 언론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을 산다"며 "당장 야당에선 '총선용 언론 길들이기'라고 반대했다. 어떻게 하든 종편의 힘을 빼서 시청자들이 친정부적 뉴스를 편식하게 만들려는 의도 아니겠냐는 비판도 나온다"고 썼다.

그러나 종편 의무전송제도 도입부터 폐지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지적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의무전송제도는 공익적 채널에 한해 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특정 채널을 의무적으로 송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종편 출범 당시 이명박 정부 방통위는 다양성 구현 등을 이유로 방송법 시행령을 통해 종편4사에 대한 의무전송제도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종편은 별도의 플랫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전국 송출망을 확보하고, 오히려 유료방송 사업자들로부터 수신료 명목의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아 종편에 대한 '이중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방송법상에서 의무송출 대상으로 명시된 사업자는 KBS와 EBS뿐이다.

출범 8년을 맞은 종편은 방송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통위가 지난해 의무전송제도 폐지를 의결했을 당시를 기준으로, 2017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살펴보면 종편 4사의 방송사업 매출은 7272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23.8%p 증가했다. 특히 광고매출과 프로그램 판매에서 전년대비 각각 39%p, 51.3%p 증가를 보였다. 2018년 재산상황 공표집에서도 종편4사의 방송사업 매출은 8018억원으로 전년대비 746억원 증가했다.

종편 의무전송제도가 폐지된다고 해도 종편에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달라진 종편의 위상에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종편 채널을 뺀다거나, '황금채널 특혜'로 일컬어졌던 종편의 10번대 채널번호를 변경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제도 폐지로 종편이 협상과정에서 채널을 빼겠다고 나서는 등 종편의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력이 강화돼 유료방송사업자와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방통위의 종편 의무전송 폐지 의결에 반대 입장을 내놨던 TV조선·채널A·MBN 등은 최근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프로그램 재송신료(CPS)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종편 3사는 의무전송제도 폐지 이후 CPS 협상을 통해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꾀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지적한 '지상파 중간광고' 등 광고 규제의 경우 지상파의 PCM이 방치되는 상황은 사실이지만, 종편을 비롯한 유료방송은 중간광고를 해오고 있으며 광고 시간도 지상파에 비해 2%를 더 쓸 수 있다.

MBN '종합뉴스' 12월 3일 <'보이스퀸 못 보나' 종편 겨냥한 의무 전송 폐지에 시청권·공정성 우려>

사정이 이러하지만 매일경제 계열 MBN은 3일 <'보이스퀸 못 보나' 종편 겨냥한 의무 전송 폐지에 시청권·공정성 우려>보도에서 "플랫폼사업자 우위 시장에서 방송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막이 사라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익에만 급급한 송출로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의무송출이 언론 기능을 활성화하고 방송의 다양성과 방송산업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을 고려한 정부의 신중한 정책과 운영이 요구된다" 등의 내용을 쏟아냈다.

같은 날 매일경제는 <정부, 종편 4사 의무송출 폐지 강행> 기사에서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종편 채널을 자유롭게 배치하거나 아예 제외할 수도 있게 됐다"며 "소비자 의견과 상관없이 사업자 선에서 송출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시청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종편을 의무송출 대상에서 제외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방통위 의결 당시에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親정부 지상파엔 선물주고 종편은 발목 잡고>, <종편 때리며 지상파 '민원 해결사' 자청한 기울어진 방통위> 등의 사설을 통해 계열사인 종편 보호 논리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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