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끝난 축구대표팀 A매치, 올림픽대표팀 평가전은 다양한 성과와 숙제를 동시에 남기며 무난하게 마쳤습니다. 공통적으로 새로운 선수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냈지만 조직력을 보완하고, 일부 포지션 자원을 더 찾아야 하는 과제도 남겼습니다. 어쨌든 두 팀 모두 한 골도 내주지 않고 완승을 거두며 아시안컵, 아시안게임에서 얻은 상승세를 쭉 이어갈 수 있는 분위기는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경기 결과를 떠나 국내에서 열린 평가전에 해외파들을 차출시켜야 하느냐에 대한 논란도 핫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이전에 비해 대표팀에 많은 해외파들이 차출돼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등 리그가 한창 진행 중이었던 선수들이 일부 차출돼 경기를 뛴 바 있습니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지정한 A매치데이였던 만큼 규정에 따라 선수들을 차출했고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을 앞두고 서서히 조직력을 만들어나가야 해 일부 주요 선수들을 차출했지만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선수들을 부를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특히 몬테네그로와의 평가전이 취소되면서 어떤 뚜렷한 목적도 없이 온두라스전 한 경기를 위해 해외파를 굳이 차출할 필요가 있었냐는 시선이 있었습니다.

원칙이냐, 선수 보호냐를 놓고 불거진 해외파 차출 논란은 해외파가 전력의 주를 이루면서 점점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FIFA가 정한 날을 활용해서 감독 재량으로 가능한 자원들을 모두 불러들여 팀을 다져나가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론이 아직까지는 힘이 실려 있는 듯합니다. 선수들 역시 공개적으로 국가대표 차출에 대해 "무조건적인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 일단 관련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바로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그리고 경우에 따라 U-20(20세 이하) 대표팀 등 중복 차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도 국가대표팀과 올림픽팀이 선수 자원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다 결국 국가대표팀 우선 차출 정책으로 결론이 나면서 이 원칙을 적용해 선수 수급이 이뤄지기도 했는데요. 문제는 큰 틀에서의 원칙은 정해졌지만 향후 올림픽, U-20월드컵, 월드컵 예선 등이 겹쳤을 때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입장이지만 이를 잘 중재해 이끌어야 할 축구협회는 컨트롤타워 역할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윈-윈'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처럼 중복 차출 갈등이 대표팀 운영의 큰 문제로 남아있는 것입니다.

▲ 조광래 축구 국가 대표팀 감독과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이 2일 서울 중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조중연(가운데) 축구협회장 주재로 회동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이번 회동은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과 런던 올림픽 아시아 예선 일정이 겹치면서 생길 수 있는 대표 차출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연합뉴스
이달 초,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과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축구협회에서 조중연 축구협회장의 중재 아래 대표팀 차출에 대한 협의를 했습니다. 겉으로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성인대표팀 우선 원칙'을 정하고는 어느 정도 조율을 하고 있는 것처럼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이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음이 공개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선수들을 소집했음에도 정상적인 훈련이 어렵게 되자 홍명보 감독은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쉬워했습니다. 반면 조광래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예선을 위해 팀을 만들려면 어쩔 수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했습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협의하면서 엔트리를 정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평가전의 경우, 조광래 감독이 먼저 발표한 뒤 올림픽팀이 나머지 선수를 발탁하는 형식으로 이뤄져 협의로 '윈-윈'했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당연히 한쪽은 불만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된 것입니다.

문제는 모든 대회를 잘 치러야 한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음에도 자칫 서로 간에 심각한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는 양상으로 갈 소지가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당장 6월에 대표팀이 2차례 평가전을 계획하고 있고, 올림픽대표팀이 2차 예선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서 교통 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갈등의 골이 깊어져 결국 이도 저도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지난달과 이달 초에 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지동원, 손흥민, 남태희 등에 대한 중복 차출 논란을 없애기 위해 A대표팀 우선 차출 원칙이라는 것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감독들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데다 큰 대회를 앞뒀을 경우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결과적으로는 선수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갈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이를 확실하게 정리하기 위해 각급 대표팀 감독들이 정기적으로 모이고 축구협회가 잘 중재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확실한 정리를 할 의지는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는 듯합니다. 그저 시간만 지나가면 다 해결될 거라는 생각 때문인지 구체적인 해법, 원칙 없이 화약고만 점점 커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이 문제에 해당 선수의 소속팀이 완전히 배제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국가대표이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 한 소속팀의 좋은 성적을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하는 한 일원이기도 한 것이 바로 선수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AFC 챔피언스리그 같이 권위 있는 대회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고, K리그의 권위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으며, 해외파 숫자도 많아지면서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더욱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당연히 소속팀도 함께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할 가치가 있는 대상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저 국위 선양을 위해 무조건 빼가기식으로 데려가는 잘못된 관행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당연히 소속팀 입장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6월까지 아직은 그래도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각급 대표팀, 소속팀, 그리고 축구협회 등 축구계가 한 자리에 모여 완벽하게 교통정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다 가서 서로 싸우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어쨌든 서로 간의 갈등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그라운드를 뛰는 선수들입니다. 그저 그때그때 협의해서 될 일이 아니라 확실하게 가이드라인을 정해서 선수, 그리고 각 팀에게 골고루 이익이 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고, 확실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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