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박승규)가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정식 요구하고 나섰다. 방송법이 보장하고 있는 정연주 사장의 임기는 2009년 11월까지다.

KBS노조는 13일 발행된 노보 ‘정연주 사장님께’, ‘공영방송 KBS 사장의 조건은?’이라는 글을 통해 정연주 사장 퇴진 요구를 공식화했다.

▲ KBS 정연주 사장 ⓒKBS

KBS노조는 정 사장 사퇴 이유로 재임 기간 동안의 평가를 내세웠다. KBS노조는 정 사장이 전문성, 리더십, 경영능력 등의 사항에서 'CEO로서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지 못해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BS노조, "'CEO로서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KBS노조가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대목은 정권교체에 따른 사퇴로 정리된다. KBS노조는 ‘정연주 사장님께’라는 편지 형식의 글에서 ‘세간의 인심도 정권교체=KBS 사장 교체라는 등식을 비교적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라며 ‘노무현 대통령도 KBS사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해야 한다는 사실에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습니다. 취임하기 바쁘게 KBS 사장을 교체했으니까요. 정 사장님의 오늘은 노 대통령의 그런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KBS노조는 CEO로서의 능력을 공영방송 KBS의 수장인 사장이 갖춰야 하는 덕목으로 내세우면서 정 사장이 CEO로서 적합지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KBS노조는 노보에서 ‘노동조합은 사장님의 거취에 관심이 없다’, ‘정권교체기에 KBS사장의 자질과 거취를 논하는 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면서도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정 사장이 KBS CEO로서 마지막 덕목이나마 실천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KBS노조는 ‘4백억 원대의 적자 예산을 편성한 가운데 2008회계연도가 시작됐다’고 언급한 다음 ‘사장님의 무능은 적자 경영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사운을 걸다시피 했던 수신료 인상도 사실상 실패했습니다’라고 정 사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미디어스

KBS 노조는 정 사장 성과에 대해서는 ‘조직 내 권위주의 문화가 해소되고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구성원들의 자율성이 확대된 측면도 없지 않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평가보다는 ‘경영부실의 책임이 크다’, ‘CEO로서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등 부정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와 관련해 KBS 노조 관계자는 “노보를 통해 점잖게 (사퇴하라는)의사를 전달한 것”이라며 “내부 논의과정을 거쳐 공식적인 의사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기 보장된 사장을 노조가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건 방송의 독립성 저해하는 행위"

그러나 방송시민단체는 KBS 노조의 이런 입장이 KBS라는 공영방송에 적절치 못하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한 방송시민단체 관계자는 "공영방송 KBS 사장의 임기는 방송법이 정한 사항"이라면서 "KBS노조가 정권이 바뀌자 임기가 보장된 정 사장을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방송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KBS노조가 무능 경영의 사례로 수신료 인상 실패를 들었는데 KBS노조가 수신료 현실화에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며 "공영성, 독립성을 지켜야할 KBS 사장에게 CEO로서의 덕목을 요구하는 것은 이윤추구가 목적인 사기업에서나 있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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