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경기도 성남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발달 과정은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4일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서 “다른 아이를 성추행·성폭행 할 수 있을 정도의 아이면 일단 성적으로 비정상 발달”이라며 “복지부 장관은 유아기의 성적인 호기심을 말씀하신 것 같은데 이번 사건에는 절대로 대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어린이집 성추행 사건은 피해 아동 부모가 자신의 5살 딸이 성추행당한 사실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리며 알려지게 됐다. 피해 아동 부모에 따르면 만 5살인 피해 아동은 어린이집과 아파트 등에서 같은 반 남자아이로부터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해 병원 진료까지 받은 상태다.

신 교수는 “이 정도로 다른 아이를 성추행 내지는 성폭행할 수 있는 정도의 아이면 일단 성적으로 비정상 발달”이라며 “빨리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인 성 발달에 따르면 인간의 성적인 호기심과 열망이 아주 심해지는 시기가 두 번 있다. 3~5세 사이인 유아기와 사춘기”라며 “유아기 때 아이들은 성적인 호기심과 열망이 강하다. 아마 이런 정상발달 이론을 바탕으로 복지부 장관이 말씀하신 것 같은데 (이 사건과 같이) 비정상 성 발달에는 절대 대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런 문제가 생기면 아이가 혹시 비정상 발달 내지는 병이 있기 때문에 그런 건지 누구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사람이 보건복지부를 이끄는 수장”이라면서 “그분 입에서 갑자기 일반인도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상식 이하의 지식을, 또 여러 명 앞에서 얘기해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전문성을 최대한으로 살려 국가의 일을 집행해야 할 분이 갑자기 이런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이야기를 전문적인 양 이야기하시는 걸 보고 정말 놀랐다”며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원인불명의 전염병이 생겼는데 감기하고 증상이 비슷하니 감기약을 먹으라는 것과 비슷한 얘기”라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에서 사고를 인지한 뒤 사흘이나 지나서야 보고를 했고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으로 논란이 커진 점에 대해 신 교수는 올바른 대처 방안으로 부처간 협의를 제안했다.

신 교수는 “어린이집 원장이나 교사들이 성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을 받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 이럴 땐 여성가족부에서 각 지역에 만든 ‘해바라기센터’에 문의하고 따르는 것이 좋다”며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해바라기센터는 여성가족부가 주무 부처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 문제를 해결할 때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의논해 전문가가 직접 진두지휘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남 어린이집 성추행 사건같이 아동 성 관련 사고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에 대해 신 교수는 “성폭력은 다른 폭력과 달리 누군가와 친하게 지내고 싶을 때 성적인 흥분이 올라오면서 진행되기에 일종의 친밀감을 해소하는 부분까지 있다”며 “최근 은둔형 외톨이가 많듯이 어린 시절 가족이나 부모하고 친밀하게 지내야 할 시기를 많이 박탈당한 영향(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특히 요즘에는 아이들이 가족과 깊은 친밀성을 형성해야 하는 발달과제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성적인 문제와 더불어 향후 어린이들 사이의 성추행 문제도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때문에 5살 정도의 아이들의 자위행위가 1달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는 아이가 친밀감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전문가를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유아기 성교육 내용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하는데 대부분 그 내용이 아이들 발달에 적절치 않다”며 “대부분 ‘모르는 사람이 만지면 싫어요라 말해요’라고 무섭게 얘기하면 정상적인 성적인 발달도 눌러버릴 수가 있다. 성교육을 할 때는 아이들이 무섭지 않게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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