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종합편성채널(종편) 의무전송제도가 8년 만에 폐지됐다. 대표적인 종편 특혜로 꼽히는 정책을 폐기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자유한국당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종편을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8년 전과 달라진 종편의 위상에 시장에서는 의무전송제 폐지가 종편에 압박이나 특혜환수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히려 의무전송제도의 폐지로 종편의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종합편성채널 4사 로고

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종편 의무전송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의결됐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협의체를 꾸려 결론을 도출, 종편 의무전송제도를 폐지하기로 의결하고 과기정통부에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요청한 지 1년만이다.

의무전송제도는 공익적 채널에 한해 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특정 채널을 의무적으로 송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종편 출범 당시 이명박 정부 방통위는 다양성 구현 등을 이유로 방송법 시행령을 통해 종편4사에 대한 의무전송제도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종편은 별도의 플랫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전국 송출망을 확보하고, 오히려 유료방송 사업자들로부터 수신료 명목의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아 종편에 대한 '이중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방송법상에서 의무송출 대상으로 명시된 사업자는 KBS와 EBS뿐이다.

정부의 종편 의무전송제도 폐지가 임박하자 한국당은 즉각 반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한국당 소속 위원들은 2일 "종편 의무전송 폐지는 총선용 언론길들이기"라며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3일 오전 열린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TV조선 보도본부장 출신 강효상 의원은 "최근 종편에 대한 공세,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이런 공세는 정말 후안무치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미 제가 종편의 의무전송을 법으로 규정하는, 법으로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출한 바 있지만 이런 국회 의사를 도외시하고 법률적 요건도 갖추지 못한 시행령으로 이것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방위 한국당 간사 김성태 의원은 "방송의무채널 편성과 관련한 사항은 국민의 시청권, 방송 자율성, 사장의 영업제한 등 다양한 기본권들과 충돌되기 때문에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맞다"며 "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기 전까지 시행령을 연기해야 함을 강력히 지적해왔고 경고해왔다. 선거를 앞두고 사전에 언론을 길들이겠다는 의도가 뻔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앞서 지난 4월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 함께 종편 의무전송 제도 폐지를 '방송장악 시도'라고 규정했다.

지난 4월 29일 자유한국당 과방위·정책위,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권 종편을 의무편성 채널에서 제외시키려는 이유> 간담회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하지만 이 같은 한국당의 주장은 애초 이명박 정부 방통위가 국무회의 의결사항인 시행령을 통해 종편 의무전송제도를 시행한 것이 법리적으로 부적절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최초 시행이 국무회의 의결로 이뤄졌기 때문에 특혜성 시비가 꾸준히 제기됐던 제도를 국무회의 의결로 폐지하는 것을 '언론장악' 프레임으로 모는 것은 과한 비판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주장은 달라진 종편의 위상을 무시한 것으로 시장상황과는 현격한 인식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출범 8년을 맞은 종편은 방송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통위가 지난해 의무전송제도 폐지를 의결했을 당시를 기준으로, 2017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을 살펴보면 종편 4사의 방송사업 매출은 7272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23.8%p 증가했다. 특히 광고매출과 프로그램 판매에서 전년대비 각각 39%p, 51.3%p 증가를 보였다. 2018년 재산상황 공표집에서도 종편4사의 방송사업 매출은 8018억원으로 전년대비 746억원 증가했다.

때문에 방통위 의결 당시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이 "이번 안건은 종편 출범 당시 '종편특혜'를 바로잡는 일"이라며 "지상파 방송 독과점 시대에 시장 진입을 위해 해주던 것을 이제 시장 상황 변화로 철회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또한 종편 의무전송제도가 폐지된다고 해도 종편에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달라진 종편의 위상을 고려하면 유료방송 사업자가 종편 채널을 뺀다거나, '황금채널 특혜'로 일컬어졌던 종편의 10번대 채널번호를 변경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제도 폐지로 종편이 협상과정에서 채널을 빼겠다고 나서는 등 종편의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력이 강화돼 유료방송사업자와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의 사업자 의견수렴 과정에서 케이블, IPTV 등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은 제도 폐지 이후 프로그램 사용료와 관련해 갈등이 심화될 경우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출한 바 있다. 의무전송제도 폐지와 함께 종편의 사용료 협상카드는 늘어나게 되고, 사업자 간 갈등 심화로 '블랙아웃'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TV조선·채널A·MBN은 폐지 반대 입장을 내놨다. JTBC는 신생 사업자 지원이라는 제정 당시 취지를 달성해 제도를 바꾸는 것이라면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종편사업자들은 물밑에서 유료방송사업자들에게 CPS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JTBC를 제외한 종편 3사는 TV조선을 필두로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유료방송업계와의 CPS 협상 전초전을 치르고 있다. 보수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의무전송 폐지에 대해 '정치적 탄압'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지만, 실상은 정반대인 것이다.

한편, 지난 9월 24일 전자신문은 <인상? 유지?...유료방송-지상파 '재송신료 전쟁'에 종편도 참전> 기사에서 "종편은 유료방송 사업자에 PP 사용료 산정방식의 CPS 방식 전환을 요구했다. 현재 PP 사용료는 약 180억원, CPS 기준으로 월 50원 수준이라며 월 150원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전자신문은 "종편 PP 사용료 인상 주장 준거는 지상파 방송사 CPS다. 지상파 CPS는 월 280원을 시작으로 현재 월 400원"이라며 "종편 관계자는 '시청점유율, 투자비 등을 고려하면 종편의 150원 이상 요구가 무리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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