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부대변인에 발탁된 MBC 김은혜 기자가 12일 서울 여의도 MBC 경영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MBC
'청와대행'을 결정한 MBC 김은혜 기자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자청한 기자간담회라면 먼저 배경과 경위를 설명할 법도 했으나 김 기자는 "먼저 질문부터 받겠다"며 입을 닫았다.

결정 과정을 묻는 질문에 그는 "최근에 영입 제의를 받았다. 주변에 조언을 구했고, 가족들과 상의를 거쳐서 제의를 수락하기로 결정했다"고 짧게 답했다.

본인도 머쓱했는지 "기자일 때는 취재원이 이런 식으로 말하면 정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드릴 수 있는 말씀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의 MBC 민영화 정책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도 김 기자는 "제 권한 밖의 일"이라고만 답했다. "구체적 보직이 외신담당 부대변인이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그는 "부대변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김 기자는 언론인의 정치 행보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간담회 내내 "정치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정치에 관심이 있었다면 4년 전 정치권으로부터 비례대표 제의를 받았을 때 갔을 것"이라며 자신은 평소 관심을 두고 있었던 '퍼블릭(공공) 서비스'를 하러 청와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의 소신과 주관이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정부와 일치했던 것이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는 "어떤 한 정당의 이데올로기나 이념적 지향이 맞아서라기보다는 기자로서의 가치관이 맞아서"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정치권으로의 직행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피해가면서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듯 했다. 차라리 솔직하게 "정치하러 가는 것 맞다"고 인정하고 "다만 내가 생각하는 정치란 이런 것"이라고 설명했다면 더 설득력있게 들리지 않았을까 싶다.

김 기자는 지난 93년 MBC에 입사한 뒤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등을 거쳤고 <뉴스데스크> <뉴스투데이> <뉴스24> 앵커로 진행도 맡았다. 김 기자는 기자간담회 직전 MBC에 사직서를 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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