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마비된 국회를 작심 비판했다. 특히 '민식이법' 등 어린이교통안전법을 포함한 199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자유한국당을 향해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법안들을 정치적 사안과 연계하여 흥정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마비사태에 놓여 있다. 입법과 예산의 결실을 거둬야 할 시점에 벌어지고 있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다. 국민보다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정치가 정상적인 정치를 도태시켰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문 대통령은 "국회 선진화를 위한 법이 오히려 후진적인 발목잡기 정치에 악용되는 현실을 국민과 함께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안타까운 사고로 아이들을 떠나보낸 것도 원통한데 '우리 아이들을 협상카드로 사용하지 말라'는 절규까지 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아이 부모들의 절실한 외침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국회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한국당 겨냥해 비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민생과 경제를 위한 법안들 하나하나가 국민들에게 소중한 법안들이다. 하루속히 처리해 국민이 걱정하는 국회가 아니라 국민을 걱정하는 국회로 돌아와 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며 "특히 쟁점 없는 법안들조차 정쟁과 연계시키는 정치문화는 이제 제발 그만두었으면 한다"고 재차 한국당을 향한 비판수위를 높였다.

또 문 대통령은 오늘까지 처리 법정 시한이었던 내년도 예산안이 결국 시한을 넘기게 된 데 대해 "처리가 늦어지면 적시에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기가 어렵다"면서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지키지 않는 위법을 반복하는 셈이다. 대내외적 도전을 이겨나가는 데 힘을 보태며 최근 살아나고 있는 국민과 기업의 경제심리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기회복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예산안 처리에 국회가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완료하지 못해 올해로 5년 째 '지각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오늘은 헌법이 정한 2020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시한이다. 그러나 결국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국회 스스로 헌법을 어기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야 모두 엄중한 민생경제 상황을 상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문 의장은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예산안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통과돼야 한다. 밤을 세워서라도 예산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