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양승동 사장이 최근 KBS에서 벌어진 여러 논란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에 송구스럽다"며 "시행착오를 거쳐 믿을 만한 뉴스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에서는 양승동 사장의 두 번째 취임 1주년을 앞두고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양 사장은 인사말에서 “2019년은 KBS를 향한 시청자들의 외침이 크고 잦았던 해였다”며 “무거운 책임감에 송구스럽다”고 운을 뗐다.

양 사장은 “김경록 PB 인터뷰 보도와 독도 소방헬기 영상 관련 논란이 있었고, 수신료 분리 징수 청원이 20만 명을 넘기도 했다. 언론의 날선 비판도 아팠지만, 공영방송 KBS의 주인인 시청자의 질책이 더 무겁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2일 '양승동 사장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는 양승동 사장 (사진제공=KBS)

지난 10월 KBS는 백두산을 중국 명칭인 ‘창바이산’으로 보도하거나 동해를 ‘Sea of Japan’라고 표기된 지도를 사용하는 등 작은 방송 실수부터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서 제기된 김경록PB 인터뷰 논란, <시사직격> ‘한일 특파원의 대화’편을 둘러싼 논란, 독도 헬기 사고 영상 미제공 논란 등으로 ‘사과방송’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양 사장은 과거 8, 9년 동안의 방송 공백을 이유로 들었다. 양 사장은 “과거 8,9년 동안 보도본부를 비롯해 KBS 전체적으로 공백이 있었다”며 “KBS가 정상화되고 나서 기자들이 높은 의지를 가지고 뉴스 제작에 임했지만 손발이 안 맞는 경우도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쌍방향 소통시대로 정보가 순식간에 SNS로 확산되고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다. 시청자의 시각으로 계속 유지하고 지켜가려고 노력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시행 착오기간이라 볼 수 있는데 보도국 통합뉴스룸 국장을 포함한 인사가 이뤄졌고 취재 제작 시스템 혁신 방안을 만들어가고 있기에 조만간 KBS 뉴스가 변화하고 믿을 만한 뉴스라는 것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독도 소방헬기 동영상 미제공 논란에 대해 양 사장은 “KBS가 재난주관방송이란 인식이 철저했다면 당황했더라도 제대로 처신했었을 텐데 아쉽다”며 “방송 윤리강령을 더 시대에 맞게 보완해 재정비 시스템을 갖추려고 한다”고 말했다. KBS는 이날 오후 자체적으로 조사한 감사 결과를 들고 실종자 가족을 찾아가 다시 한번 사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능동적으로 바뀐 뉴스 수용자들이 의견을 형성하고, 언론에 취재윤리를 요구하고 뉴스 방향성을 평가하는 등 시대가 달라졌지만 우리들의 취재 관행과 문화는 이에 따라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적 요구와 내부의 변화, 중간지대에 있다. 출입처 폐지 논의도 점진적으로 속도를 내 바꿔나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엄경철 신임 보도국장이 공약으로 내건 ‘출입처 제도 폐지’와 관련해 김 본부장은 “김경록 PB 인터뷰 보도에서도 나타났지만 출입처에서 제공하는 단순한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KBS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의미, 맥락,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는 것으로 본다”며 “분야별취재를 통해 전문성있는 목소리를 반영하고 빅데이터를 통해 뉴스 분석 등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 출입처와 관련해서는 “기본 방향은 검찰 흘리기-받아쓰기 보도 등 부정적인 관행에서 벗어나자는 게 본질”이라며 “궁극적으로 선진국처럼 공판 중심 보도로 가자는 방향이 있다. 다만, 공영방송이기에 국민의 알권리는 보장하되 피해자 인권과 무죄 추정의 원칙 사이에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취재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정도가 협의된 상태”라고 말했다. 취재인력의 50%를 빼는 개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정치부는 정당 출입 대신 상임위별로 출입 방식을 바꿀 필요는 없는지, 보다 본질적인 정책과 관련한 보도에 집중해볼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KBS의 적자 타개책으로는 콘텐츠 판매 등 여러 대안을 마련중이라는 답이 나왔다. 임병걸 전략기획실장은 “다행히 예능국이 살아나고 있다. 21%까지 떨어졌던 지상파 광고점유율이 최근 25%까지 상승했다. 예능 콘텐츠를 바탕으로 광고점유율을 올릴 수 있다고 본다”며 “비용 부분에서도 토탈리뷰를 통해 500억원 정보 비용을 절감하는 계획을 세웠고 경영 합리화를 통해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열린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이훈희 제작2본부장, 황용호 편성본부장, 양승동 사장, 임병걸 전략기획실장, 김종명 보도본부장 (사진제공=KBS)

수신료 현실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 양 사장은 “현재 KBS에 신뢰도 향상, 영향력 강화, 도달률 강화 등이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수신료 현실화 문제를 꺼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KBS가 신뢰를 회복한다면 39년째 동결된 수신료 현실성 문제를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지상파 비대칭 규제로 광고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신료까지 동결돼 KBS가 공적 책무를 이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방송 활성화, 한-아세안 취재 등 대한민국 미디어 대표 역할을 수행하는데 재정적인 문제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황용호 편성본부장은 “내년도 수신료 인상을 위해 집중하는 건 수신료 인상에 동의할만한 가치 있는 채널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라며 “KBS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 본부장은 “작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KBS1TV가 수도권 시청률이 가장 높고, 주 시청시간대인 19시 이후에는 KBS2가 가장 높다. 최근 ‘씨름의 희열’은 시청률이 2.1%밖에 안 나왔지만 시청자 만족지수·화제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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