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종합일간지 1면 기사가 단편적 사실만을 다룬 이벤트 중심 기사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으며 이 마저도 정치 이슈에 편향됐음이 드러났다.

한국언론재단(이사장 정남기)이 최근 발간한 <한국 신문의 1면 기사>에서 박재영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교수와 이완수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강사는 1990년부터 2007년까지 국내 10대 종합일간지 1면을 분석했다.

▲ 한국언론재단이 최근 발간한 '한국 신문의 1면 기사'
역삼각형 기사 82.4% 절대적으로 높아

그 결과 국내종합일간지 1면 기사의 구조는 정보의 중요도에 따라 순서대로 나열하는 역삼각형 기사 방식이 82.4%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사람이나 사례에 집중해 주제를 이야기 형식으로 이끌어가는 내러티브 기사는 1990년대 중반까지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나 1998~1999년 1.7%에서 2004~2005년 3.3%, 2006~2007년 9.5%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사 구조가 더디긴 하나 새로운 형태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벤트 중심 기사 95.6%…배경·맥락 없이 단편적 사실 보도

기사 구성 방식은 단편적 사실을 기술하거나 개인의 말·행동을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이벤트 중심 기사(event-centered reporting)가 95.6%로 절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벤트 중심으로 기사를 구성하는 신문들의 비율은 국민일보 93.3%, 경향신문 97.8%, 동아일보 95.3%, 중앙일보 97.1% 등으로 비슷했다.

이에 비해 사안이나 이슈의 발생 배경과 맥락을 담은 콘텍스트 중심의 기사(context-centered reporting)는 4.4%에 불과했다. 국내신문들이 사안의 분석이나 해석에 초점을 맞추는 보도가 아닌 단편적 사실을 배경이나 맥락 없이 다루는 이벤트 중심의 보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 기사가 1위…다변화된 사회 반영 못해

기사 주제는 정치(13.6%)가 가장 많았으며 비리(11.7%), 북한(11.5%), 경제·산업(11.1%), 외교(9.7%), 대통령(9.5%), 정부·행정(8.2%), 생활경제(4.4%), 선거(4.2%)가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신문 1면이 몇몇 특정주제의 기사로 채워지는 것은 다양한 여론을 수용하고 전파해야 할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 측면에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이라며 "신문들이 다변화된 우리 사회와 독자의 선호를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 때 정치 기사와 대통령 기사가 많이 보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체제였던 1990년대 후반에는 정치·대통령 기사가 10%대로 떨어졌으나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2~2003년에는 42.4%로 급증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만큼 정치적 쟁점을 양산했으며 언론은 역시 그에게 그만큼 주목했다는 의미다.

78.9%가 공개된 정보로 작성된 기사

모두에게 이미 알려진 사실인 공개된 정보로 작성된 기사가 78.9%로 나타났다. 공개된 정보에 해설과 분석을 곁들인 단순가공정보의 기사는 17%였으며, 기자가 독자적으로 입수한 정보의 기사와 기획·탐사 등 단독 개발 기사는 각각 1.2%와 3%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국내 신문이 독자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개발하기보다는 정부, 기업, NGO 등 주요 취재원의 발표 자료에 주로 의존해 기사를 생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개된 정보에 기초한 기사의 비율이 가장 높은 신문은 96.4%를 기록한 한겨레였다. 그 뒤를 한국일보 95.5%, 중앙일보 94.2%, 세계일보 93.7%, 동아일보 90.6% 등이 이었다.

이와 반대로 단독입수 정보에 의한 기사와 단독개발 정보에 의한 기사를 합한 비율은 서울신문이 6.5%로 가장 높았다. 그 뒤는 동아일보 5.9%, 조선일보 5.6%, 경향신문 4.5%, 세계일보 4.2%, 한겨레 3.6%, 한국일보 3.4%, 문화일보 3.1%, 국민일보 2.7%, 중앙일보 2.0% 순이었다.

조선일보…노무현 정부 때 특종과 같은 단독개발 정보 기사 많이 보도

조선일보는 사사건건 정부와 충돌했던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공개 정보의 기사 비율이 30~40%로 크게 떨어진 대신, 단순가공 정보 40~50%, 취재원을 통해 수동적으로 얻은 단독입수 정보는 20%에 달했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조선일보는 정부와 우호적인 시기일 때 발표 자료를 그대로 기사화하고 정부와 불편한 관계일 때에는 정보를 가공하거나 독자적인 기사를 게재했다고 조심스럽게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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