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미디어·정보 리터러시를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안정성과 독립성을 위해 미디어교육지원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안정임 서울여대 교수는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국제 콘퍼런스, 모두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세미나가 열렸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의 비판적 이해, 미디어를 활용한 정보 전달 능력, 미디어의 윤리적 이용'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사진=교육부)

김서중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한 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의 안정성과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서중 교수는 “정치적 상황에 좌우되지 않는 안정성 확보, 교육 내용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미디어교육지원법이 필요하다”면서 “법을 통해 국가·사업자의 책무성을 명료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중 교수는 “미디어교육지원법 입법 추진위원회에 미디어 교육 관련 주체와 학계, 시민단체, 언론단체들이 참여해야 한다”면서 “추진위원회는 시민 주도로 이뤄져야 하며, 정부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정임 서울여대 교수는 “한국 미디어 리터러시의 단점은 정책을 총괄할 수 있는 핵심 거버넌스가 부재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안정임 교수는 “현재 시청자미디어재단,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인터넷진흥원 등 다양한 정부 기관이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정책을 총괄하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정임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담당하는 정부 기관이 늘어나면서) 정책의 중복, 단기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면서 “정권 변화에 따른 정책지원 변화 우려가 있다. 정책 거버넌스 중심의 미디어교육지원법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와 미디어 사업자 간의 협업 부족도 문제로 꼽혔다. 안정임 교수는 “미디어 기술 변화로 미디어 산업과 미디어 교육 간의 관련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 미디어 사업자들은 제한적 방송 참여 외에 미디어 교육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다. 미디어 사업자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정임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정부·시민·지역·산업 간 네트워크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이들의 협업을 통해 시민의 주체적 미디어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도경 KBS 시청자센터장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해 공영방송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도경 센터장은 “영국 공영방송 BBC는 2013년 미디어 리터러시 전략을 발표했다”면서 “BBC 이사회는 ‘우리는 사람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 신장을 도와야 하며, 정보기술을 포함한 모든 미디어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도경 센터장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공영방송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를 위한 세대별 맞춤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KBS의 경우 지역국, 인재개발원 등을 활용해 미디어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센터장은 “미디어 교육에는 사회적인 접근방법이 있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왜 언론사들이 어뷰징 기사를 남발하고 클릭 경쟁을 하는지 교육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적, 제도적, 경제적 배경 들을 강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벤자민 툴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미디어청 고문은 독일 정부 기관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사례를 설명했다. 독일 미디어청은 상업방송사 승인, 방송 프로그램 및 광고 규제, 미디어 진흥 정책을 펴는 기관이다. 독일 16개 주 정부는 각각 별도의 미디어청을 두고 있다.

벤자민 툴 고문은 “인터넷 서비스의 확산으로 미디어 이용 추세가 바뀌고 있다”면서 “독일 13개 미디어청은 아동의 인터넷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해 ‘인터넷 ABC’라는 공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 ABC’는 안전한 인터넷 이용 방법 등을 소개하는 사이트다.

벤자민 툴 고문은 “또 청소년에게 디지털과 관련된 조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핸디섹터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핸디섹터는 온라인상에서 청소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핸디섹터는 독일에서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국제 콘퍼런스>는 시청자미디어재단·KBS·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한국교육학술정보원·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정보화진흥원 주최로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모두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세미나에는 벤자민 툴 독일 미디어청 고문, 안정임 서울여대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이도경 KBS 센터장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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