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중앙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설문조사가 아동 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 개봉 이후 SNS에서는 ‘노키즈(NO Kids)관’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부추기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는 이유에서다. 노키즈존은 어린이 출입을 금지하는 곳을 지칭한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며 노키즈존에 대해 시정권고 하기도 했다.

중앙일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설문조사 화면 갈무리

중앙일보는 지난 27일 오후 자사 페이스북 페이지에 ‘노키즈관’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중앙일보는 게시글을 통해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가 개봉 6일 만에 50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상영관에서 아이들이 내는 소음 때문에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는 볼멘 반응들도 심심찮게 터져 나왔다. 노키즈관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쟁점을 설명했다.

이어 “‘애들이 영화관에 오면 민폐다, 맘카페나 키즈카페를 대관해 보라’는 글에 ‘아동혐오’, ‘차별’이라는 반박이 이어지고 있다”며 “여러분은 ‘노키즈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설문조사는 ‘아이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영화 볼 권리 있다’ ‘전체관람가 영화에 아이 쫓아내는 건 말도 안돼’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약 18시간가량 진행된 해당 설문조사에는 2만 명이 참여했고 현재 투표 결과 71%로 ‘아이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영화를 보고 싶다’는 표가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댓글 반응은 심상치 않다. 설문조사가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 아이들을 시끄럽다는 이유로 혐오하는 정서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동에 대한 혐오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질문을 던져두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냐”식의 질문을 던지는 건 무책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설문조사 댓글에는 “이딴 설문조사를 함으로써 혐오 발언에 마이크를 쥐여주는 거 자체가 문제인 것 같다”, “아이들 애니메이션으로 노키즈존 설문 조사하며 논란거리로 만드는 게 말이 되나?”, “중앙일보는 다수가 아동 혐오에 동의한다는 결론을 내고 싶어 이런 설문을 하는 거냐”, “중앙일보가 혐오를 더 키우는 판”이라며 중앙일보의 책임을 묻는 댓글이 차례로 달렸다.

일각에서는 낮은 출산율과 연결지으며 설문조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이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기는 문제를 공론화시켰을 때 이를 보는 어느 부모가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겠냐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애들이 영화관에 오면 민폐라는 말이 당당하게 나오는 나라에서 저출산을 논하는 게 우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부교수는 “노키즈존 문제를 이분법적으로 설치할지 여부로 접근하게 되면 프레임 자체가 설치하자는 쪽으로 답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며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찬성이냐, 반대냐'고 묻는 질문은 이 문제에 대한 성찰 가능성을 빼앗아버리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특히 언론사는 여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방향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데 어떤 식으로 프레이밍 할지 방향성 없이 단순히 이런 식으로 질문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타협점을 찾을 수 있고 상반되는 가치를 조정할 것을 고민한다면 찬반양론만을 묻는 건 언론으로서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이슈가 되고 있는 내용이어서 설문조사를 걸어봤을 뿐 아이들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포털에 '겨울왕국 노키즈존'을 검색하면 이 논쟁을 다루는 기사가 많다. 관련 기사도 많고 이슈되는 내용이니 설문조사를 돌려본 것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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