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SBS 임명동의 투표에서 처음으로 보도본부장이 부결되는 결과가 나왔다. 보도국 재적인원 50%의 반대표가 나온 결과를 두고 내부에서는 크게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세월호 보도 참사 책임자’인 정승민 후보자에 대한 우려와 대주주·사장에 대한 보도국의 견제 목소리가 반영된 표심이란 분석이다.

SBS는 27일 지난 사흘간 이뤄진 정승민 신임 보도국 최고 책임자 임명동의 투표 결과, 보도국 구성원의 87.6%가 참여했지만 재적인원 과반의 반대표를 받아 부결됐다고 밝혔다.

SBS 본사 (사진=연합뉴스)

2017년 SBS노사 합의에 따라 임명 동의투표가 진행된 이후 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도국 내부에서는 해당 결과로 인해 다음 주로 예정된 보도국 내 인사가 미뤄지게 되자 어수선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보도본부장 부결 결과는 보도국 내부에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분위기다. 사장과 시사교양·편성본부장의 경우 재적인원 60% 이상이 반대해야 부결되지만, 보도본부장은 기준이 50%로 부결될 수도 있다는 여론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SBS A 기자는 “정승민 후보자에 대한 개인적 평가보다는 세월호 보도 참사, 문창극 사태 등을 두고 우려하는 여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승민 전략기획실장은 2017년 5월 보도국장 재직 시절 ‘세월호 인양 지연 의혹’ 오보로 6개월 감봉 징계를 받았다. 당시 <8뉴스>는 익명의 공무원 발언을 인용해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인양을 고의로 지연하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과 부처 내 자리 등을 놓고 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정 실장은 2014년 정치부 기자들이 확보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 발언이 보도되지 않아 논란의 불거졌을 당시 정치부장이었다.

보도국장 임명동의투표 부결이 대주주와 사장에 대한 내부 반발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앞서 임명동의제투표를 거쳐 재신임받은 박정훈 사장의 경우 ‘재적 인원의 60% 반대’라는 기준 탓에 연임할 수 있었다는 설이 나올 정도로 높은 반대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사장임명동의투표 결과를 두고 “윤석민 회장과 박정훈 사장은 SBS 구성원들의 준엄한 경고를 똑똑히 보라”고 경고한 바 있다.

B 기자는 “사장에 대한 반대의견이 일정 정도 반영됐을 것”이라며 “보도본부장은 임원 회의에 참석하는 경영위원 중 한 명이다. 그 동안 경영위원회에는 사장 측근이 아닌,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역할로 최상재 실장과 심석태 보도본부장이 있었다”고 말했다. 소위 현 사장 측근 위주의 경영진 구성에 “보도본부가 제동을 건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4월 윤석민 회장이 태영그룹 경영을 승계받으며 최상재 전 실장을 특임이사로 발령하고 정승민 정책팀장을 전략기획실장에 임명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은 “박정훈 사장 임명동의 투표 결과가 나왔을 때 구성원들의 뜻이 이미 확인됐다”며 “조직을 혁신하고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할 리더십보다 과거 지향적이고 낡은 리더십을 고집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정승민 후보자를 내세운 것 자체가 예전처럼 보도본부를 장악하겠다는 의사를 대주주와 사장이 내비친 것으로 구성원들이 이해했기에 그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내부 의견이 표로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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