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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 규제, 한국과 독일의 차이점은?독일은 형법 근거로 SNS 불법 게시물 규제… 한국은 '차별금지법' 등 법적 근거 없어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11.28 08:38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허위조작정보 규제 필요성의 근간은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 논의와 피해자 구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겨냥한 혐오표현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당사자들의 고통,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는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이에 세계 각국은 표현의 자유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에서 대표적 사례로 소개되는 국가는 독일이다. 독일은 '소셜네트워크 내 법 집행 개선을 위한 법률'을 제정, 2018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 혐오표현에 대해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관리책임을 부여하고, 게시물 작성자를 처벌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독일의 경우 이미 형법에서 혐오표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를 SNS 상으로 확장시켜 혐오표현 규제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혐오표현에 대한 정의와 판단,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물리적 조건 등으로 인한 법 집행의 한계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와 독일 청소년미디어보호위원회(KJM, 위원장 볼프강 크라이씨히)는 27일 오후 연세대에서 '혐오표현 규제'를 주제로 '2019 한독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사진=미디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와 독일 청소년미디어보호위원회(KJM, 위원장 볼프강 크라이씨히)는 27일 오후 연세대에서 '혐오표현 규제'를 주제로 '2019 한독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한국사회 혐오표현 확산은 집단주의, 민족중심주의, 반공주의와 반북이데올로기, 반차별·평등에 대한 낮은 인식수준 등 '사회문화적 배경'과 IMF 경제위기 이후 저성장 시대의 도래로 대표되는 '경제적 배경', 커뮤니티 중심의 인터넷 문화와 가짜뉴스 확대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 혐오와 맞설 민주정치세력의 약세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의 혐오표현 경향은 온라인에서의 놀이에서 오프라인 정치운동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안전과 경제위기에 대한 담론이 덧붙으면서 빠르게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신분이 불확실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고 영구 추방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 "동성애를 통한 에이즈 감염이 급증하면 국민은 세금폭탄을 맞게 될 것" 등의 구호들이 난민반대시위, 퀴어문화축제저지, 반페미니즘운동 현장에서 곧바로 분출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한국의 혐오표현 대응에 대해 "범국가적, 체계적 대응은 부재했고, 법률적 근거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정치적 대응도 적극적이지 않으며 자율적 대응도 미약하다"면서 "거기에 혐오표현은 늘 차별이나 증오범죄에 연결되는데, 한국사회에서는 직접대응 부재뿐 아니라 차별, 증오범죄 대책이 부재해 총체적으로 부실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고 총평했다. 

이어 홍 교수는 혐오표현 규제에 대한 시민사회와 학계의 논의는 자율규제와 형사처벌 사이 찬반여론이 팽팽하다며 차별에 관한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안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홍 교수는 "형사처벌 선택지가 빠져도, 빠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게 대단히 많다"며 "법이 필요하다면 기본법인 '차별금지법' 같은 형태의 법률이 있으면 중요한 기능을 할 것이다. 민주주의 공고화와 사회경제적 불평등해소, 복지강화 등을 통한 정책적 접근도 과제"라고 설명했다. 

도리스 베스트팔-젤비히 청소년미디어보호 담당관은 독일의 경우 나치와 괴벨스, 동-서독 통일에 따른 실업률 상승 등 역사적 배경이 혐오표현과 관련 규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부터는 국경을 개방해 난민을 허용하면서 이주민에 대한 혐오표현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베스트팔-젤비히 담당관은 난민 유입 후 "금기를 깬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주의 성향의 정당이 출현했고,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을 통해 혐오표현이 실시간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형법(StGB)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죄 중 폭력행위에 대한 찬양이나 음란물, 타인에 대한 모욕, 국민선동 등 21개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게시물들을 위법한 게시물로 취급해 형사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형법에 법적근거를 둔 규제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 혐오표현에 대한 정의,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실효성 등의 문제는 독일에서도 여전이 논쟁적인 사안이다.  

비르깃 블라믈 독일 바이에른주 미디어청 청소년·이용자 보호국장은 "독일은 형법상 처벌이 가능한 혐오표현들이 명시돼 있지만,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려면 심각한 수준의 혐오표현이어야 하는데 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며 "혐오표현에 해당하는 표현이 무엇인가를 정의해야 하는데 독일도 쉽지 않다. 21개 조항 있지만 이것만으로 정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비르깃 블라믈 국장은 "플랫폼 운영자들에 대한 의무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사업자들에게는 어떻게 규제를 가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국제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유럽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독일이 선구적인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검찰과 저희가 협업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혐오표현에 대해 너무 강한 제어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시청각미디어서비스 규제기구그룹(ERGA)에서 위원으로 활동하는 벤야민 툴 독일 바뎀뷔르템베르크주 미디어청 청소년미디어보호 담당관은 "국제 공조가 중요한 관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유럽도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혐오표현 문제가 계속 발생해 정의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해야 할 텐데 이것마저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혐오표현 규제와 관련해 한국과 독일의 근본적 차이는 '차별금지법'과 같은 규제의 법적 근거 여부다. 그러나 한국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는 혐오표현과 차별에 의해 좌초되고 있다. 

박진우 건국대 교수는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이 매우 어렵다. 2007년도 최초 시도된 후 가장 먼저 제정에 반대한 건 일부 교회"라며 "교회가 나서서 성소수자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자신들의 혐오표현을 정당화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언급했다"고 비판했다.

김수아 서울대 교수는 차별금지법 발의와 관련해 "하태경 안, 김부겸 안이 비판받는 이유는 성소수자 부분만을 쏙 빼놨기 때문이다. 성적지향 부분만 싹 빼놓은 것"이라며 "이런 식의 혐오표현 금지법으로 쉽게 포퓰리즘적으로 업혀 가려는 제안들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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