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면서 언론에서는 '게임의 규칙'에 대한 여야 협상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조선일보는 현재의 선거법 논의가 황 대표를 단식 농성으로 몰았다며 한국당 입장에 힘을 실었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0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국회의장은 부의된 법안을 60일 이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다음달 3일 공수처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법 등 검찰개혁 법안이 부의되면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일괄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늦어도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2월 17일까지는 선거법이 처리돼야 한다고 사실상 처리 시한을 제시한 상태다.

황 대표의 단식은 8일째를 맞았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선거법 부의가 불법이자 무효라며 강경입장을 고수했다. 한편에서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공조가 본격화하고 있다.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청와대앞 농성장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26일 황 대표와 대화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주요 언론에서는 '게임의 규칙'인 선거법에 대한 여야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황 대표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경향신문은 사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 여야 선거법에서 증명해보라>에서 "데드라인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지만, 여야는 한 치 양보없는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며 "특히 황 대표의 단식은 협상의 여지를 원천차단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정국이 또다시 파국으로 치달을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선거법은 게임의 룰인 만큼 합의처리가 최선이다. 당론에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회동을 통해 실질적인 타협안을 끌어내는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자면 황 대표도 단식을 멈춰야 한다. 지금은 단식할 때가 아니라 협상에 나설 시간"이라고 촉구했다.

한겨레는 사설 <선거법 부의, 여야 진정성 갖고 협상 나설 때다>에서 한국당에 "대안 제시나 협상 노력 없이 여야 4당이 절충해 합법적으로 국회법 절차에 올린 법안을 장외에서 막으려는 건 명분 없는 버티기일 뿐"이라며 "황 대표와 한국당은 지금이라도 마지막 선거법 협상에 나서는게 옳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선거법 개정안 처리 수순… 단식 정치로는 국회법 못 막는다>에서 "8일째인 황 대표의 단식은 우려할 일이다. 그러나 폭력이 난무하는 동물국회를 막자고 짜낸 지혜가 패스트트랙"이라며 "그것을 막겠다며 대안적 협상마저 차단하는 것은 또다른 폭력이다. 황 대표가 어떤 '소명'을 받았는지는 모르나, 지금은 자유·민주 운운하는 단식보다 정치개혁 대의에 걸맞은 책임있는 결단이 더 중요한 시기"라고 질타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여야, '선거법-공수처법' 협상 나서고 黃 대표 단식 풀라>에서 "제1야당을 배제한 법안 강행 처리와 이에 맞선 반대 투쟁이 격력해지면 또다시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폭력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며 "협상의 주도권을 쥔 여당이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합의 처리한다는 자세로 협상에 나서고, 황 대표도 단식을 풀어 본격적인 협상 국면을 열어야 한다"고 썼다.

경향신문 11월 27일 사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 여야 선거법에서 증명해보라>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 <본회의 오른 선거법 강제 변경, 역사에 죄짓지 말라>에서 "선거법 협상은 선거라는 경기의 규칙을 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제1야당을 배제하고 민주당과 범여권 군소정당들의 야합과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다"며 "한국당 대표가 단식 농성까지 벌이며 막아설 수밖에 없게 막다른 골목으로 몰았다"고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그렇게 만들어진 4당 합의안은 한국당에만 불리한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는 제도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제1야당의 동의 없이 통괴시킨 선거제도로 선거를 치른다면 국민이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사태를 부를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애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로 한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지만 조선일보는 "선거제도 강제 변경은 국민의 선거 불인정 사태를 낳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편, 이날 중앙일보는 <선거법 표대결? 의원직 총사퇴? 필리버스터?… 한국당 뭘 해도 딜레마>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국면에서의 한국당 상황을 짚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당 앞에 놓인 경우의 수는 ▲본회의 승부(표결저지) ▲공수처 통과-선거법 폐기 ▲비례·연동률 조정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의원직 총사퇴 등 5가지다.

중앙일보 11월 27일 <선거법 표대결? 의원직 총사퇴?필리버스터? … 한국당 뭘 해도 딜레마>

보도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로 승부할 경우, 한국당(108석)과 바른미래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15석), 보수성향 무소속 의원(4석) 의석을 모두 합쳐도 127석에 그쳐 재적의원(295석)의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의결'이라는 법안 가결 조건 때문에 '보이콧'도 어렵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가 주장한 '공수처법 통과, 선거법 폐기' 주장은 다른 야당들과의 공조를 뿌리째 흔드는 안으로 민주당이 받을지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한국당 입장에서도 황 대표가 공수처 폐지를 주장하며 단식을 이어가고 있어 부담이다.

연동률을 낮추고, 비례 의석수를 축소하는 방식 등을 협상해 선거법 개정안에 따른 변화를 최소화하자는 안은 야당의 반발 가능성이 크고, 한국당 역시 나경원 원내대표가 '250(지역구)+50(비례)' 등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들어가는 선거법은 논의할 수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해 당내 공감대 확보가 숙제로 남는다.

국회법에 따른 필리버스터의 경우는 표결 지연 수단으로 재적의원 3분의 1이상이 동의하면 개시 가능해 한국당 단독 추진도 가능하고, '변혁'도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표결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국회법 106조는 '회기 종료 때 무제한 토론은 종결 선포로 본다.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지체없이 표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원직 총사퇴는 선언 전례는 많지만 실제 사퇴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회담 때 민중당 소속 의원 8명의 집단사퇴가 유일하다.

중앙일보는 "주로 다섯 가지 방안이 거론되나 각각 한계도 뚜렸하다"며 "결국 몇 가지를 혼합 처방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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