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을 앞둔 조광래호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다양한 사연을 지닌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 가운데 이번 경기를 통해 조광래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고 새로운 반전을 모색하고자 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습니다. 한동안 대표팀과 이렇다 할 인연을 맺지 못하고 심지어 경기조차 보지 않고 속앓이를 하기도 했지만 당당하게 태극마크를 다시 달면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그야말로 '재수생'들의 화려한 부활이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이번 대표팀 재수생 가운데 가장 눈길이 가는 선수는 바로 '태양의 아들' 이근호입니다. '허정무호의 황태자'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승승장구를 거듭했던 이근호는 유럽 진출 실패 이후 1년 넘게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결국 월드컵 엔트리에 오르지 못하는 불운을 맛봐야 했습니다. 설상가상 팀에서 25경기 4득점이라는 부진에 빠졌고, 이렇다 할 활약이 없어 관심에서도 멀어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불운의 선수'라는 딱지표를 붙일 뻔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겨울에 절치부심 노력을 한 끝에 다시 상승세를 타며 주목받았습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초반 2경기에서 연속 골을 터트렸고, 확실히 이전과는 달라진 몸놀림을 보이면서 조광래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지난 8월 나이지리아전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박주영뿐 아니라 지동원까지 가세해 조금은 힘든 주전 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지만 최근 상승세를 바탕으로 한 자신감을 앞세워 2009년 3월 이라크와의 평가전 이후 2년 만의 득점도 기대하고 있는 이근호입니다.

▲ 이근호, 김보경 선수
허정무호에서 가장 성실한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던 '뼈정우' 김정우의 부활도 기대됩니다. 김정우는 지난해 9월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교체 멤버로 출전했다 다시 빠지는 수모를 겪은 뒤 한 번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전까지 대표팀에서 가장 탄탄한 입지를 자랑해왔던 만큼 김정우로서는 상당히 마음이 아픈 순간이었습니다.

군사훈련으로 페이스, 몸놀림이 떨어지자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기간 동안 소속팀에서 몸을 만들고, 여기에 상주 이수철 감독의 지시로 공격수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면서 김정우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3경기 4골이라는 가공할 만한 득점력을 자랑하면서 K리그 득점 선두에 오르고 소속팀의 선두 질주에도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당연히 뭔가를 보인 만큼 조광래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었고 이번 온두라스전에서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습니다.

아시안컵에서 잇단 실수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곽태휘(울산)의 부활 여부도 관심사입니다. 아시안컵에서 패널티킷 허용, 수비 불안으로 이전까지 보여줬던 탄탄한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곽태휘는 최근 K리그에서 팀의 첫 승으로 이어지는 2골을 뽑아내면서 '골 넣는 수비수'의 역량을 보여주고 다시 떠올랐습니다. 이정수, 황재원이 아시안컵을 통해 완전히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곽태휘가 다시 한 번 눈도장을 받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광래호 출범 초창기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신예 재수생'들의 활약 여부도 주목해봐야 합니다. 8월 출범했을 당시 나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던 김보경, 조영철, 김영권, 박주호, 이른바 J리거 신예 4인방은 아시안컵 승선 실패의 아픔을 딛고 이번 경기를 통해 다시 한번 주목받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 가운데서 '포스트 박지성, 이영표'로 지목받는 선수들이 적지 않아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하게 후계자로서 역량을 보여주고 우위를 점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여전히 잠재력, 기량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난해 말 부진한 경기력으로 잠시 조광래 감독의 눈밖에 났던 젊은 선수들이 제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 눈여겨봐야 하겠습니다.

이제 사흘이면 이 선수들의 모든 운명이 어느 정도 판가름납니다. 조광래 감독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테스트는 없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이번 평가전, 연습경기를 치러야 하는 대표팀 재수생 선수들. 이전과 기량, 심적인 면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이들의 활약은 조광래호의 '포스트 아시안컵', 그리고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을 준비하는 발걸음을 좀 더 가볍게 하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