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 마지막날에 들려온 숭례문 화재 사건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임진왜란과 6ㆍ25전쟁 등 그 숱한 영욕의 역사 속에서도 큰 피해 없이 원래 모습을 굳건히 지켜왔던 국보 1호 숭례문이 후손들의 무책임한 관리 때문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다. 이러한 이유로 폐허가 된 숭례문 앞에는 조상들에게 용서를 빌기 위한 추모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유산을 지켜내지 못한 반성의 글들이 게시판에 잇따르고 있다.

폐허로 변한 숭례문에 대한 관심 행렬은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화재가 발생한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만 해도 무려 2600여 꼭지에 이르는 수많은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화재발생 속보에서부터 숭례문의 600년 수난사에 이르기까지 숭례문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뉴스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언론이 쏟아내고 있는 기사를 보면 숭례문에 대한 관심이 남달리 유별난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그러나 불이 나기 전에도 언론을 포함한 우리모두가 숭례문에 대해 지금과 같은 관심이 있었던가를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지난 2005년 숭례문이 일반인에게 공개되기 시작한 시점에도 지금과 같은 관심이 있었더라면 과연 숭례문에 불이 났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일반인에게 공개된 시점인 2005년에 보도된 기사를 검색해 봤다. 당시 대다수의 언론들은 99년만에 공개된다는 의미만을 부각 시켰을 뿐 개방에 따른 보완점을 지적한 기사는 단 한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내 자신을 포함한 언론인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질타에 앞서 반성부터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언론도 등한시 했던 지적을 마치 이번 사건을 예견이라도 한 듯 20대의 한 네티즌이 지난해 2월 24일 문화관광부 홈페이지 ‘나도 한마디’ 코너에 방화 가능성을 경고하는 글을 올렸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네티즌은 “숭례문의 개방은 바람직했으나 경비가 소홀해서 잘못했다간 누가 방화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숭례문 근처에서 노숙자들이 ‘확 불질러버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경고했었다. 이 네티즌은 또 “존경하는 관리자님 탁상 위에서만 이 글에 답하지 마시고 현장에 나가보시죠. 한숨만 나옵니다”라고 문화재 관리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그러나 문화부는 이 네티즌의 1년전 지적에 대해 문화재 관리의 주무 당국이 문화재청이라는 이유 등으로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들은 이 네티즌의 1년 전 지적이 마치 자신들이 했던 지적인냥 앞다퉈 보도하면서 관리관청의 허술한 관리실태만을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화재로 폐허가 된 이후 허술한 관리가 결국 이번 화재사건의 원인이라며 대다수의 언론이 보도했다. 개방 당시에는 없었던 이러한 관리에 대한 문제점들이 왜 하필이면 이미 불에 타 폐허가 된 이후에 쏟아져 나오는 것일까?

이러한 행태가 참으로 부끄러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관리관청의 탓으로만 돌리는 언론들을 보고 있자니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떠오르는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문화재청이나 서울시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라도 1년 전 이 네티즌의 경고에 아주 작은 관심이라도 가졌더라면 화마로부터 숭례문을 지켜냈을 것이다. 언론들이여, 이미 저질러진 일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앞으로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숭례문 외에도 얼마나 더 많은 문화재가 우리들 관심 밖에 방치되고 있는지부터 알리는 것이 옳은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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