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군포시가 추진해왔던 ‘김연아 거리’ 조성이 무산됐다.

군포시의회는 23일 2차 본회의를 열어 ‘김연아 거리’ 조성사업과 관련된 ‘김연아 거리’ 조성 도로표지판(2천200만원), 핸드 프린팅(130만원), 도로명판(715만원), 명명식 현수막(12만원) 등 관련 예산 3천57만원 전액을 삭감, ‘김연아 거리’ 조성을 사실상 백지화 했다.

군포시는 작년 10월 19일 "군포의 자랑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를 기념하고, 군포시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김연아 거리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김연아의 모교인 군포시 수리동 도장중학교 맞은편 철쭉동산 ~ 산본동 8단지 앞 ~ 중앙도서관 구간 총 1.2km를 ‘김연아 거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이를 위해 군포시는 4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올해 2~5월 '김연아 거리' 조성을 위한 용역을 맡겨 오는 7월께 조성 공사에 착수, 오는 2012년 상반기까지 공사를 마무리하는 한편 왕복 2차로 폭 4m의 ‘김연아 거리’에는 김연아를 상징할 수 있는 조형물과 가로시설물, 경관조명 등이 설치될 계획이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군포시 의회가 ‘김연아 거리’ 조성사업 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김연아 측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시가 예산을 들여 거리를 조성할 필요가 없다.’는 것.

▲ 김연아 선수ⓒ연합뉴스
그렇다면 군포시 의회가 보기에 김연아 측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은 무엇일까?

이에 관해 군포시 송정열 의원은 "김연아 거리 조성의 취지는 운동기능보다는 사람,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계승하자는데 있다"고 당초 ‘김연아 거리’ 조성을 추진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런데 김연아 부모님이 군포 수리고가 소장해온 김 선수 물품을 회수해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굳이 김연아 거리를 조성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또 "최근 (전 소속사인 IB스포츠를 상대로) 제기한 이익금 반환소송을 볼 때 한국인의 더불어 살아가는 정서를 보이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 지역 한 언론에 따르면 군포시의 또 다른 의원은 “수원 박지성 거리의 경우 박지성 선수가 직접 박지성 유소년 축구센터를 건립하고 한국을 방문하면 반드시 이곳에 들러 아이들의 개인지도를 해주는 등 큰 관심을 쏟고 있다” 며 “반면 김연아는 군포시에 어떠한 애정을 갖고 있는가? 이번 수리고 물품 회수 사건을 지켜보며 김연아라는 이름 자체가 싫어졌다” 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다른 한 의원도 “김연아 선수가 훈련비를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군포시는 김연아 선수에게 수 천만원의 훈련비를 지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포시에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는 김연아 선수와 김연아 거리를 보며 군포시의 청소년들이 과연 무엇을 배우고 느껴야 하는가?” 라고 반문, 김연아 측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김연아의 어머니이자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의 대표인 박미희 씨는 지난달 21일 수리고가 체육관(수리문화관) 1층 김연아 기념관에 보관해온 김연아의 초•중학교 시절 유니폼과 피겨 스케이트화, 각종 대회 상패, 손 모양 석고, 기념 배지, 초상화, 팬레터 100여통을 모두 회수해갔다.

박미희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올댓스포츠 관계자는 당시 "김연아 선수의 물건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분실 우려도 있고, 또 장기적으로는 한 곳에 모아서 전시관을 열 예정이어서 전시품을 모두 회수하게 됐다. 학교 측과 협의로 이뤄진 일이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학교와 운영위원회는 김연아의 "물품이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며 물품 회수를 말렸지만 박씨는 개인 변호사를 보내 회수입장을 전달한 데 이어 '즉시 전시품을 돌려 달라'는 내용증명까지 보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당시 수리고 관계자는 "김연아 물건을 받을 당시 기증서류나 위탁서류 등 아무런 근거를 남기지 않아 돌려 줄 수밖에 없다"며 "김연아 기념관은 수리고 재학생들이 원대한 꿈을 키워가는 데 큰 도움이 됐던 곳"이라고 아쉬워했다.

김윤주 군포시장은 지난 해 10월, 김연아 거리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물품 회수 사건을 계기로 김연아 선수에 대한 지역여론이 악화되어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을 놓고 보면 군포시 송정열 의원의 언급 가운데 IB스포츠와의 소송 건은 김연아 측이 스스로 지닌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므로 이를 두고 ‘한국인의 더불어 살아가는 정서를 보이지 못한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은 동의할 수 없지만 김연아가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하는데 든든한 버팀목이었을 뿐 아니라 현재도 곽민정, 김민석 등을 위시한 후배 유망주들이 김연아의 뒤를 잇는 선수가 되기 위해 땀 흘리고 있는 김연아의 모교로 부터 김연아의 물품을 남김없이 회수해 간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자신의 딸인 김연아에게 개인적으로 소중한 물건들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도난의 우려와 이후 별도의 전시를 위한 회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물건들을 회수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거나 도덕적으로 지탄받아야 할 일은 아니지만 선배 김연아를 기념하는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던 수많은 상장과 기록을 보며 꿈을 키웠을 후배 학생들의 가슴에 남아있을 아쉬움을 생각하면 분명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 방식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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