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에 K리그는 해외 방문 팀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습니다.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방한해 FC 서울과 경기를 치렀던 것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K리그 올스타팀이 FC 바르셀로나와 올스타전을 치렀는데요. 상대팀의 무성의한 태도, 금전적인 이익을 상대적으로 많이 볼 수 없었던 구조 등으로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까지 들었던 해외 유수 팀의 방한 경기는 많은 화제와 더불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기껏 만들어놓은 경기 일정까지 변경해 가면서 과연 경기를 치를 만한가라는 의문도 컸습니다. 승점을 챙길 수 있는 것도,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겨루는 것도, 금전적인 소득을 챙길 수 있는 것도, 심지어 유명 팀과 경기를 치렀다 해서 해당 K리그 팀이 홍보가 잘 되는 것도 아닌 마당에 무리하게 경기 일정을 바꿔가면서 친선 경기를 치르는 것은 K리그를 좋아하는 팬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습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들을 안방에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해외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큰 재미와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원정팀의 편의를 봐주는 일방적인 방식의 친선전 개최, 그리고는 국내에 들어와서는 무성의한 행동으로 빈축을 샀던 모습들은 국내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 200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방한 경기 당시, 맨유의 루니가 서울의 아디와 볼다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랬던 가운데 최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명문팀 리버풀 FC의 방한 경기 추진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면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리버풀은 오는 7월, 방한 경기를 추진하면서 FC 서울에 경기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구체적으로 7월 19일이라는 개최 날짜까지 제시하면서 방한 경기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점점 커져가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 오픈 시즌 방한 경기를 통해 많은 팬을 확보하고, 막대한 수익을 챙기려하는 것인데요. 리버풀의 상징인 스티븐 제라드, 그리고 디르크 카위트, 루이스 수아레스 등 축구 스타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에 대해 축구팬들의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FC 서울은 리버풀이 제안한 '7월 19일'이 정상적인 경기를 치르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보고 다른 경기 일정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7월 17일에 리그 경기를 치러야 하고, FA컵 8강에 진출했을 시 20일에 경기를 또 치러야 하는 서울은 이것이 한계가 있다고 보고, FA컵 경기를 뒤로 미루는 방안을 축구협회에 타진했습니다. 그리고 축구협회는 그 다음 주가 올스타 휴식 기간인 것을 참작해 경기를 미룰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잉글랜드에서 온 팀 하나 때문에 한국 축구 최강 클럽팀을 가리는 대회 일정을 바꿔야 하는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경기를 치르는 당사자인 서울은 그렇다치지만 만약 서울이 FA컵 8강에 올랐을 때 상대팀을 향한 배려는 눈곱만큼도 없는 의사 표시였습니다. 물론 이것이 공식적으로 확정된 입장은 아니지만 이 대회에 참가한 모든 팀들에 협조와 양해를 어느 정도 제대로 구하면서 고려한 것은 맞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한 마디로 한국 축구를 무시한, 자신들만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해 보이는 리버풀의 행동 뿐 아니라 이를 하나하나 따지지 않고 순전히 받아들이려 하는 서울과 축구협회의 행동이 많이 아쉽다는 얘깁니다.

일정을 변경해 리버풀의 요구대로 7월 19일 경기 개최를 확정한다면 서울은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 반대로 잃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따져야 합니다. 그러나 리버풀이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치고, 서울팬들에 기억에 남을 경기를 가질지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경기 일정 자체가 유럽 축구 오픈 시즌에 치러져 리버풀의 모든 스타들이 올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미 많은 빅클럽들이 대충 경기만 하러 오고, 돈만 챙기는 행태가 계속 있었던 마당에 리버풀이라고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국팬들의 바라는 수준에 걸맞게 모든 스타 선수들이 정상급 실력을 발휘하고,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면서 새로운 감동을 남기고 떠날지는 리버풀 구단의 의지 그리고 서울이 얼마만큼 요구할지에 따라 달려있겠지만 4달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많은 것을 바라기는 사실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만약 리버풀과 친선 경기에 관심을 갖고 추진할 것이라면 FC 서울은 당당하게 요구할 것을 요구하고 챙길 것은 확실히 챙기면서, 다른 팀들도 어느 정도 배려하는 '모범 구단'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즉 이번만큼은 제대로 준비하고 챙기면서 K리그 우승 구단의 위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얘깁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무리하게 일정을 바꿀 필요 없이 시기를 맞춰보는 것, 즉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경기를 성사시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제대로 된 팀이 구성돼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실한 의사를 받아내는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서울이 그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평균 3만 관중을 돌파했고, 독특하고 기발한 팬마케팅으로 프로축구의 모범이 됐던 구단이 바로 FC 서울이었습니다. 또 수도팀이라는 프리미엄이 작용했어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2차례 경기를 갖는 등 어느 정도 경험도 갖고 있는 팀이기도 합니다. 10만원이 넘는 1등석 고액 티켓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서울을 응원하는, 나아가 K리그를 사랑하는 팬을 위해서라도 서울은 당당하게 요구할 것을 요구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서 이번 경기를 치러야 합니다. 모두에게 감동이 되는, 그래서 리버풀 뿐 아니라 FC 서울 나아가 K리그가 유무형적으로 역시 많은 이익을 내면서 '윈-윈' 할 수 있는 매치가 성사돼야 합니다.

최근 K리그는 박진감 넘치는 순위 경쟁으로 초반 흥행에 성공하고 있습니다. 이전보다 더욱 수준 높아진 축구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리그라는 찬사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러한 자부심에 걸맞게, 그리고 그런 리그에서 최고 팀이라는 위상에 맞게 FC 서울이 리버풀과의 경기를 기왕 할 거라면 제대로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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