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마지막까지 아름다웠다. 까불이는 반전을 거듭한 결과 용식이가 지속적으로 의심했던 흥식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흥식이 아버지는 까불이가 아니라 빗나간 부정을 보인 존재였다.

최악의 상황까지 몰렸던 정숙에게는 착한 사람들이 마음이 모여 기적이 일어났다. 동백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그렇게 마지막을 고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정숙은 그렇게 쉽게 갈 수는 없었다. 7년 3개월짜리 엄마가 아닌 더 긴 엄마 노릇을 해야 할 팔자였으니 말이다.

흥식이 아버지가 그렇게 찾았던 안경 안에는 중요한 비밀이 있었다. 흥식이 아버지가 원한 것은 안경이 아닌 아들이었지만, 그 안엔 향미가 남긴 ‘샛노란 것’의 비밀이 담겨 있었다. 용식이는 쓰레기통에서 발견한 투명 플라스틱 상자 안의 샛노란 물질을 버리지 않았다.

그 물질은 흥식이가 사용하던 귀마개 대용이었다. 용식이는 알고 있는 이 사실을 흥식이 아버지 앞에서는 거짓말로 압박해 진범이 누구인지 밝혀냈다. 향미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수장당했다는 말과 목에서 본드가 발견되었다는 용식이의 발언에 흥식이 아버지는 그대로 받았다.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6개 사건을 순순히 자백한 것도 모두 거짓이었다. 향미는 이미 사건 현장에서 사망했다. 그리고 식도에서 발견된 것은 본드가 아니라 흥식이가 사용하던 귀마개 대용이었다. 흥식이 아버지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다. 모든 것은 흥식이가 했던 일들이었다.

소리에 민감해 고양이들을 없애러 다녔고, 이를 막아보려 때리기까지 했지만 불가능했다고 한다. 그렇게 흥식이는 고양이를 시작으로 사람까지 이어지는 살인마가 되었다. 이미 아버지가 막을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난 아들을 차마 내치지 못했다. 연쇄살인마로 변해가는 아들을 막기 위해 건설 현장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실제 이 사고로 흥식이 범죄가 멈췄다. 그러나 그 욕망까지 사라질 수는 없었다. 까불이는 열등감이 만든 괴물이라는 말은 흥식에게도 그대로 적용이 가능하다. 흥식이가 동백이를 증오하며 죽이려 했던 이유는 단 하나다. 자신보다 못해 보이는 동백이가 자신을 챙겨줬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봤던 동백이가 동정하듯 보이는 행동에 흥식이는 분노했다. 동백이는 선의였지만, 이미 열등감에 쌓인 흥식이에게는 이 모든 행동이 불편하게 다가왔다. 서비스를 주고 친절하게 해주던 그 모든 행동이 자신을 밑으로 보고 하는 행동이라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범행을 저지르는 날에는 아버지 신발을 신는 흥식은 그렇게 자신을 숨겨왔다. 그런 아들을 위해 시체를 처리하는 과정을 함께하는 아버지의 행동도 이해될 수는 없다.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용식이 까불이 진범을 확인하는 그 시간 동백은 까불이와 함께 있었다. 옹산에서 철물점을 하던 흥식이는 더는 그곳에서 살 수 없었다. 누구도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움도 주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게장 골목에서 받지 못한 돈을 받으러 온 흥식이에게 가볍게 말하는 아줌마들을 피해 동백이는 마지막 만찬을 차려주었다.

동정심이 아닌 공감을 표한 동백이를 마지막까지 위협하는 흥식이는 꼬일 대로 꼬인 존재였다. 위기 상황에서 동백이를 구한 것은 게장 골목 언니들이었다. 까멜리아로 먹을 것 가지고 가겠다는 언니들의 문자에 흥식이는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도망치듯 나선 흥식이를 잡은 것은 동백이었다. 향미가 쓰던 500 생맥주잔으로 제압해버린 동백. ‘동백이는 동백이가 지킨다’는 용식의 감탄을 자아낸 이 장면은 압권이었다. 게장 골목 언니들은 뒤늦게 흥식이가 까불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무기 하나씩을 준비한 채 까불이를 응징했다.

까불이는 결국 동백이와 옹산 사람들이 잡았다. 옹벤져스들은 그렇게 동백이를 위협하던 까불이를 제압해냈다. 그것으로 옹벤져스의 활약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동백이 엄마 정숙이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왔던 존재가 바로 옹벤져스였다.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나에게 기적은 없다며 서럽게 울기만 했던 동백. 하지만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이들이 사실은 동백을 지켜주는 작은 천사들이었다. 규태는 모든 시설이 완비된 구급차를 준비했고, 자영이는 자신의 인맥을 통해 신장 분야 최고 권위 전문가를 섭외했다.

옹산 파출소 사람들은 교통통제를 했고, 옹산 남자들은 택시로 가이드 역할을 했다. 옹벤져스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사람들을 총동원했다. 그 많은, 착한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일어났다.

정숙은 깨어나기 전 인생에서 돌이키고 싶었던 마지막 한순간으로 동백이를 버린 그 상황을 택했다. 택시를 타고 떠나지 않고 딸에게 달려가는 정숙은 그렇게 진짜 엄마로 남고 싶었다. 그 마지막 바람이 현실이 되었다. 원하지 않았던 딸의 콩팥을 받아 살아났지만, 행복했다.

꽃과 바다가 보이는 그 작은 집에서 딸과 함께 살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정숙이었다. 덕순도 정숙이 시한부라는 이야기를 듣고 무너졌다. 자신의 옹졸함을 깨닫게 되었으니 말이다. 동백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 자신에게 온다면 귀한 사람으로 대하겠다는 덕순의 말은 그 무엇보다 값지고 큰 의미였다.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자영과 규태는 다시 부부가 되었다. 규태를 먼저 좋아하고 청혼까지 했던 자영, 소심하고 답답한 규태는 그 벽을 깨고 자영에게 다가갔다. 10년 가까이 없던 아이를 그렇게 얻게 된 이들 부부에게도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일어났다. 성장한 필구는 진짜 메이저리거가 되었다.

제시카와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종렬은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알아가기 시작했다. 제시카 역시 허울뿐인 자신을 버리고 성장해가는 과정도 보기 좋았다. 가부장적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던 제시카 엄마는 강력한 한 방으로 모든 것을 역전시켰다.

<동백꽃 필 무렵>은 마지막까지 완벽했다. 까불이들은 반복해서 나오겠지만, 용식이 같은 든든한 수호자들 역시 가득할 것이다. 일상의 평범한 이웃들이 뭉치면 언제나 기적도 일어날 수 있다. 그 모든 것들을 따뜻하게 품어낸 옹산 사람들의 이야기는 진정한 의미의 기적과 같은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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