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영화 '겨울왕국2'의 개봉으로 또다시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대두됐다. '겨울왕국2'는 개봉 첫날이었던 어제(21일) 상영점유율 63%, 좌석점유율 70%를 기록했다. 이 같은 독과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영화법 개정을 촉구해온 영화인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반독과점 영대위)는 2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스크린독과점을 우려하는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법 개정을 촉구했다.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반독과점 영대위)는 2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스크린독과점을 우려하는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법 개정을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겨울왕국2'는 올해 기준으로 두 번째로 높은 상영점유율과 좌석점유율을 기록하며 스크린 독과점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겨울왕국2'를 제외하더라도 '어벤져스:엔드게임', '캡틴마블', '극한직업', '기생충' 등 올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빚은 작품들은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어벤져스:엔드게임'의 경우 상영점유율과 좌석점유율을 각각 80.9%, 85%를 기록해 대한민국 거의 모든 극장에서 하루종일 상영됐다.

반독과점 영대위는 영화 다양성과 독과점 해소는 '법과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에 영화법 개정을 촉구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의 경우 영화 다양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적 입장과 함께 관객의 선택권과 기대를 존중해야 하고, 이에 기업은 공격적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는 논리가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블랙머니'를 연출한 정지영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불공정 시장이 계속되는데 마냥 기업만 비판할 수 없다"면서 "그러면 이런 시장을 국회에서 개선해야 하는데 영화법 개정은 아직도 계류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 담당자들은 무엇이 무서워 못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 감독은 "대기업에도 호소한다. 이런 시장 질서는 장기간으로 봤을 때 영화시장이 함께 죽는 것"이라며 "겨울왕국 좋은 영화이다. 그 좋은 영화를 다른 영화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오랫동안 길게 보면 안 되는 건가. 피해주지 않으면서 공정하게 같이 할 수 있잖나"라고 한탄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 개봉 첫날인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시민이 겨울왕국2 매표현황 전광판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정 감독은 영화 '기생충' 개봉 당시 봉준호 감독과의 대화를 소개하며 스크린 독과점 문제에 대한 정책적 해결을 재차 촉구했다.

정 감독은 "당시 봉 감독에게 이번 상영에서 스크린 3분의 1이상을 넘기지 않게 해줄 의향이 있는지 문자를 보냈다"면서 "봉 감독은 배급사에 관여할 수 없어 죄송하지만 50%는 넘지 않게 노력해보겠다고 답했고, 스크린 독과점 문제가 제도적으로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결국 이행되지 못했고, 아마 봉 감독은 애써 노력했지만 안 된다는 자괴감에 슬펐을 것이다. 감독이 주문한다고 되는 일인가"라고 토로했다.

반독과점 영대위는 2016년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문체부 장관)이 발의한 영화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해당 법은 ▲대기업의 배급-상영 겸업금지 ▲스크린 독과점 금지 ▲복합상영관 내 예술·독립영화 전용관 지정 등 전용관 지원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서는 스크린 독과점 금지를 위한 상한제 도입 마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영화법 개정안은 '스크린 상한제' 도입을 담은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발의안이다. 스크린 6개 이상의 복합상영관은 프라임 시간대에 특정 영화 상영을 50% 이상 할 수 없도록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처음 법안이 설계될 때 상한선이 30%로 설계됐지만, 영화산업계 등의 반발로 상한선이 50%로 조정됐다.

반독과점 영대위는 우 의원의 법안마저도 통과되지 못해 '겨울왕국2'와 같은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영화법 개정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은 반독과점 영대위 공동대표는 "문체부는 우 의원이 낸 스크린 독과점 법만을 놓고 그것도 진전시키기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우 의원 법안이라도 통과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문체부는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우 의원 법안을 만지작거리는 시늉만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독과점 영대위는 이날 입장문에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일부 특정 영화들이 나머지 대부분을 압살시키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승자독식·약육강식이 당연한 것이라면, 우리들의 삶과 우리네 세상만사는 과연 어떻게 될까"라며 "국회와 문체부, 영진위는 한시라도 빨리 영화법을 개정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수립해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화진흥위원회의 2018년 소비자행태조사 결과 '스크린 독과점 현상으로 원하는 영화를 보지 못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평균 30%정도가 그렇다고 답했다. 젊은 세대, 그중에서도 여성들의 긍정 응답 수치는 더 높았다. 19세~24세 남성은 37.2%, 19세~24세, 25세~29세 여성은 각각 49.6%, 50.1%가 스크린 독과점 현상으로 원하는 영화를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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