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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출입기자가 보는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대표[못다한 이야기]임명현 MBC 기자
임명현 MBC 기자 | 승인 2011.03.22 22:41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참여당의 신임 대표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국민참여당의 창당 주체로 유 대표를 떠올리는데, 사실 이 당의 창당을 주도한 사람은 두 사람이다. 참여정부의 청와대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 씨와 홍보수석을 지낸 천호선 씨다.

2009년 초부터 이 두 사람이 친노(親盧)신당의 창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건 정치권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다들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상대적으로 친노 인사로 분류되는 정세균 의원이 민주당의 대표를 맡고 있었고, 대표적 친노 인사인 안희정 현 충남지사가 당시 민주당의 핵심 지도부였다. 더구나 생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8년 가을 이후 민주당 복당 의사를 내비치는 등 민주당 중심으로 야권이 재편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져 온 터였다. 따라서 친노신당 창당은 시나리오상으로만 가능한, 현실적으로는 설사 창당하더라도 현실적인 세력화가 되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됐다.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2월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일과 가정이 함께하는 기업환경 조성보고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있다. 오른쪽은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어려울 것으로 생각됐던 이 당의 창당 작업은 공교롭게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본격화됐다. 두 가지 측면이 그랬는데, 먼저는 그의 서거가 역설적으로 그의 존재성을 극대화했다는 거였다. 다시, '노무현'이라는 정치적 테제의 등장은 과연 현실 정당 가운데 누가 그 테제를 이어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 더 나아가 현재의 민주당이 과연 그렇게 이어받고 있는가에 대한 비판적 의문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다음은 좀 더 현실적인 차원이었는데, '친노신당'의 창당을 만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존재가 사라졌다는 거였다.

그렇게 본격화된 친노신당, 이들의 핵심 과제는 '지명도 있는' 친노 인사들을 불러 모으는 일이었다. 영입대상 1순위는 당연히 유시민 전 장관이었고, 그 다음이 민주당 당적을 갖고 있지 않았던 이해찬 전 총리와 문재인 전 비서실장이었다.

나는 그 맘 때쯤 이해찬 전 총리가 주재하는 저녁식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봉하마을에서 취재를 했던 기자들에 대한 일종의 격려(?) 차원의 자리였다. 그때 우리들은 이 전 총리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 '친노신당 창당을 지지하는지?' '입당할 의사가 있는지?' 그때 그는 끝까지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입장을 짐작할 수 있는 뉘앙스의 한 마디를 남겼다. 그 말은 바로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데…"였다. 당시 그 말은 지금의 친노신당으로는 백 년 가는 정당을 만들기가 어려울 거 같다는 뉘앙스로 들렸다. 결국 그는 친노신당에 참여하지 않았다.

문재인 전 실장에 대해서도 참여당의 영입 작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그는 참여당뿐 아니라 정치 참여 자체에 부정적이었다. 당시 문 실장 영입에 관여한 참여당 인사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그는 '영입 무산'을 이야기하며 이런 말을 했다. "만약 문 실장이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결심을 한다면, 그때는 친노 그룹이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 난파 상태에 빠졌을 때일 것이다. 다 물에 빠져 죽게 생겼을 때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이 그런 상황은 아니잖아?"

반면 상대적으로 유시민 전 장관 대한 영입 작업은 수월하게 진행됐던 것 같다. 그 해(2009년) 11월10일, 유 전 장관이 친노신당 입당을 선언했다. 친노신당의 이름이 <국민참여당>으로 확정된 뒤였다. 당명의 최종 후보는 <사람 사는 세상>과 <국민참여당>이었다. '사람 사는 세상'은 말 그대로 생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갖고 있던 이상적 사회의 모델이었고, '국민참여당'은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앞글자만 각각 차용한 것이었다. 아무튼 그날, 유 전 장관은 출입기자들과 기자간담회를 가졌고, 나는 그 자리에 참석했다. 역시나 이날의 핵심적인 쟁점이 빠질 수 없었다. 다소 길이가 있지만 원문 그대로 그 질문과 답변을 소개한다.

   
  ▲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참여당 제2차 전국당원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유시민 대표가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복당 바랐다는 이야기 있다. 민주당과 함께 하지 않은 결정을 노 전 대통령이 살아있었다면 공감했을까?

유시민: (웃음)‥ (노 전 대통령께) 전화를 드릴 수 없으니 알기 어렵죠. 민주당과의 관계, 민주당 내에서 노력을 통해 미래를 담당할 수 있는 정당으로 발전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는 오랫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과 토론했던 주제입니다. 2007년 초부터 이 문제에 대해 저와 노 전 대통령은 의견이 달랐습니다. 아무리 토론을 해도 합의가 안 돼서, 종국적으로 노 전 대통령은 지도자시고 저는 따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결론이 합의가 안 날 때는 리더의 말을 따르는 것이 맞겠다는 판단 때문에 2007년 이후 민주당이 대통합신당으로 가서 옛날 민주당과 합당하기 전까지 그 과정에서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고 저도 따라왔습니다. 그리고 대선 치르고 나서 옛날 민주당과 합당이 논의되는 시점에서 제가 비켜드렸거든요.

(제가 계속 있으면서) 합당에 반대하면 또 시끄러우니까, 조용히 비켜드리는 것이 맞겠다는 판단에서 대통합신당을 비난하거나 합당 비판하거나 하지 않고 비켜드렸습니다. 거기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안도를 하셨고요. 제가 알기로. 제가 당을 나오면서 여러 분들께 전화 드렸는데 붙드는 분들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매우 잘한 결정이라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퇴임하고 나서 여러 차례 이 문제로 대화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 판단은 그것(신당 창당)이 너무 어려운 길이기 때문에, 가능하기만 하다면 민주당 틀 안에서 뭔가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생각이셨습니다. 결론은 돌아가시기 얼마 전, '자네 판단이 맞을 수도 있는데 너무 빨리 판단하지는 말게'라는 말씀이 제 마지막 기억입니다. 지금이라도 전화 걸어서 여쭤볼 수 있다면 '제 맘대로 할랍니다' '제 소신대로, 제 맘이 가는 대로 해 보겠습니다' 하고, (대통령께서) 말리셔도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반대 안 하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날 나는 국회에서 민주당 소속의 한 친노 국회의원을 만났다. 그는 그때 "그게 유시민이다. 우리 정치에 분명히 존재하는 ‘反한나라당, 非김대중 전 대통령’ 세력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럴 때가 있었다(예전 통추 시절). 유시민은 그때의 노무현이 옳았다고 생각하고 그때의 노무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 국회의원의 말을 통해 그들(유시민과 참여당)의 관점에서 이해한 바는, <한나라당>이라는 정치테제와 <김대중>이라는 정치테제는 이념과 노선적으로는 분명히 다르지만 '정치문화'와 '제도'의 관점에선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제왕적 총재, 비민주적 결정과정, 일반 당원들의 참여 장벽 등… 그래서 <한나라>의 이념노선에 반대하면서 동시에 <김대중>의 정치문화를 극복하는, 그런 길을 택해야 하고 그 길은 지금의 길뿐이라는 게 유시민 전 장관과 국민참여당의 정치적 판단이자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유시민 신임 대표가 정치적 가능성을 지닌 것은 사실이다. 말과 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경쟁자들에 비해 탁월해 보인다. 전국단위 선거 출마 경력이 경쟁자들에 비해 적기 때문인지 정치적으로 참신한 이미지 또한 상대적으로 갖추고 있고, 정치적 변절 논란에서도 보다 자유롭다. 비록 한 자릿수 대지만 1년 이상 야권 후보 지지율 1위를 지켜온 부분도 간단히 여길 수 없다.

문제는 이후다. 그가 집권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실패'라는 단어는 생전의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자신은 실패했다'고 말한 맥락이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실패하고 좌절한 이유를 충분히 분석했고, 또 그것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그만의 길을 찾아냈을까? 아직은 마침표보다 물음표가 붙는 질문이다. 그에 앞서 집권 가능성 역시 마찬가지다. 작년 6.2 지방선거에서 그는 대구가 아닌 경기도에서 출마했지만 패배했다. 유시민 지지표의 확장성을 입증하는 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그래서, 아직 그는 정치인으로서 넘어온 산보다 넘어야 할 산이 더 많아 보인다.

게다가 유 대표와 국민참여당의 절박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그들이 대표하려 하는 보편적 다수의 국민들은 민주당과 참여당의 섬세한 차이를 구별해 내는 데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 더 나아가 아직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 점은 집권 전략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유 대표와 참여당이 이런 과제들에 대해 어떠한 답을 앞으로 내놓을까? 前 출입기자로서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MBC 보도제작국 소속으로 <시사매거진 2580>팀에 있습니다. 입이 없는 사람들의 입이 되겠다는 첫 마음을, 모든 진실은 진보적이라는 기자생활의 교훈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며 천성적으로 게으른 몸과 마음을 취재현장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임명현 MBC 기자  mediaus@mediaus.co.kr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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