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직 국회의원 단체 '대한민국 헌정회'에 집행되고 있는 국회예산 60여억원이 변칙적 연금, 친목활동, 해외여행, 경조사비 등으로 남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정보를 공개한 녹색당은 이 같은 세금낭비가 선거제 개혁의 필요성과 의원정수 논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국회 내부의 상호 비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고인물' 구조가 유지되는 탓에 이 같은 잘못된 관행이 바로잡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녹색당은 21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헌정회에 대한 보조금 대폭 삭감과 지원 근거인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의 개정을 촉구했다. 전직 국회의원들에 대한 특혜성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녹색당은 21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직 국회의원 단체인 대한민국 헌정회에 대한 보조금 대폭 삭감과 지원 근거인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의 개정을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녹색당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국회사무처로부터 헌정회의 결산자료, 보조비목별 명세 자료를 받아본 결과, 대한민국 헌정회는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전직 국회의원에 대한 변칙적 연금 외에도 친목활동, 해외여행, 경조사비, 밥값 등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녹색당에 따르면 2018년 대한민국 헌정회에는 국회예산 66억 2207만원의 보조금이 지원됐다. 그 중 4억 37만원의 운영비를 제외한 사업비 61억 6702만원의 내역을 살펴보면 ▲친목단체 지원 2260만원 ▲역사탐방 명목 해외여행 7060만원 ▲복지사업 명목 경조사비, 생신축하사업비, 병문안비, 창립기념행사비 2억 2247만원 ▲헌정회 방문 회원 중식대 8843만원 ▲회의비 1억 735만원 ▲정책개발명목 지출 4862만원 중 식대 3045만원 등이다.

여기에 18대 이전에 국회의원을 한 전직 국회의원들에 대한 변칙적 연금 지원금 규모가 54억 4107만원에 달했다. 2014년 헌정회 육성법 개정으로 19대 국회의원부터는 연금 지원이 중단됐지만 18대 이전 의원들에 대해서는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2018년의 경우 377명의 전직 의원들에게 매월 120만원의 연금이 지급됐다. 전직 의원 본인과 배우자의 재산을 합쳐 18억 5천만원 미만이면 연금이 지원된다. 일반 국민들과 같이 기초연금,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의 복지제도를 똑같이 적용받아야 함에도 전직 국회의원이라는 명분아래 변칙적 연금이 지원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2020년 국회 예산안에도 64억 3천5백만원의 보조금이 대한민국 헌정회에 책정되어 있다.

대한민국 헌정회 2018년도 보조금 사업실적보고서 (녹색당 제공)

녹색당은 "헌정회에 대한 특혜성 지원은 다른 퇴직공직자단체와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5년 국민권익위원회는 '퇴직 공직자단체 등의 보조금 지원 및 집행 투명성 제고방안'을 발표, 퇴직 공직자단체에 일반운영비로 포괄적인 지원을 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회원동아리활동, 정기모임, 역사탐방 등 회원 친목도모를 위해 보조금을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이 같은 특혜성 지원을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는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으로 이 법률 제2조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헌정회 운영 및 연로회원 지원에 필요한 자금과 비용 등에 충당하기 위하여 보조금을 교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녹색당은 "헌정회에 지원되는 보조금은 명백한 특혜로 대폭 삭감되어야 한다"면서 해당 법 조항을 '헌정회 사업에 필요한 비용에 충당하기 위하여'로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녹색당은 이 같은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하고, 선거제 개혁과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것이 국회개혁이라고 강조했다.

녹색당은 "잘못에 대해서는 제대로 상호 견제·감시할 수 있는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국회에 있을 때, 국회의 내부개혁도 가능하다"면서 "전직 국회의원에게 지원되는 변칙연금 예산만 삭감되더라도 국회의원 8명 이상을 더 둘 수 있다. 국회의원의 특권은 없애고 의원숫자는 늘리는 것이 진정한 국회개혁의 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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