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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RTV '백년전쟁' 제재 위법"…2심 판결 뒤집혀"공적 관심사 반영한 시청자 제작 역사 다큐"…RTV "방통심의위 행태, 다른 방송사에도 없었으면"
윤수현 기자 | 승인 2019.11.21 16:24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제재는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과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백년전쟁’을 방송한 RTV에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제재를 결정한 지 6년 만이다. 방통심의위가 내린 제재를 실행 명령하는 기관은 방송통신위원회이기 때문에 방통위를 상대로 하는 소송이 제기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RTV가 방통위를 상대로 낸 제재조치명령 취소 소송 상고심을 진행했다. 대법원은 ‘방통위의 제재가 정당하다’는 2심 판결을 깨고 원고(RTV)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백년전쟁은 공적 인물과 공적 관심사를 반영해 시청자가 제작한 역사 다큐멘터리”라면서 “사자의 명예존중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최종 판결에 대해 RTV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파기환송 결정은 방송의 독립성과 다양성,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놓고 보았을 때 지극히 당연한 판결”이라면서 “또한 역사적 사안에 대한 비판적 문제제기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RTV는 “당시 방통심의위는 납득할 만한 근거 없이 RTV의 의견진술 절차요구도 묵살한 채 중징계 결정을 강행했다”면서 “방통심의위는 행정기구로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로 임했던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규제기관의 이 같은 행태가 앞으로 RTV에게도 다른 방송사에게도 없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백년전쟁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역사 다큐멘터리다. 백년전쟁에는 이 전 대통령이 친일파로 사적 권력을 채우려 독립운동을 했다는 내용, 박 전 대통령이 친일·공산주의자이며 미국에 굴종하고 한국 경제성장의 업적을 자신의 것으로 가로챘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민방송 RTV는 위성방송 등을 통해 2013년 1∼3월 두 편을 모두 55차례 방영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방통심의위는 백년전쟁에 중징계인 ‘관계자 징계 및 경고’ 결정을 내렸다. 백년전쟁이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회의록을 살펴보면 ‘정치 심의’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새누리당 추천위원들은 방송을 제작한 민족문제연구소의 의견진술 기회를 박탈했다. 또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발언을 더 해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년전쟁을 제작한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실장은 방통심의위 의견진술에 출석해 제작 경위 등을 설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권혁부 소위원장은 “편협된 인물에 대한 의견진술을 받을 수 없다”고 나섰다. 엄광석 위원은 “제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야당 추천위원이었던 장낙인·김택곤 위원은 의견진술 출석 거부에 항의하고 퇴장했다.

새누리당 추천위원들은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찬양 발언을 했다. 최찬묵 위원은 “이승만 대통령 부정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북한 남침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공이 더 크다고 본다”면서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발전 기틀을 마련한 대통령이다. 그 과정에 부정적인 거 다 안다. 그러나 경제발전 기틀을 마련했고 우리가 이 정도 살고 있는 것도 부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는 다루지 않고 있다. 애들한테 절대 보여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만 위원장은 “초대 대통령이 우리에게 준 가장 소중한 자유민주주의 혜택을 받고 있다. 6.25 전쟁을 이겨내기도 했다”면서 “그런 언급은 없고 부정적인 면만 부각한 것은 개인의 간행물일 때 가능하다. 그런데 방송이 신뢰할 수 없는 근거를 가지고 일방적으로 뒤집으려고 하는 것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은)우리 경제의 붐을 일으킨 결정적 역할을 해 다수의 국민으로부터는 물론이고 외국으로부터도 추앙받는 전직 대통령의 긍정적인 면은 한 마디 없었다”고 언급했다.

또한 당시 심의·제재에는 시민방송 RTV가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을 주 편성 분야로 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되지 않았다. 방송법 70조 7항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시청자가 자체 제작한 방송프로그램의 방송을 요청하는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방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백년전쟁’은 시청자 참여프로그램이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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