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최후의 요새’라 불리는 홍콩이공대 시위가 사실상 경찰에 진압되면서 홍콩 시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영미 분쟁전문지역 PD는 21일 KBS1라디오<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제사회 눈치를 보지 않는 중국의 폭력적인 진압과 연대하지 않는 국제사회로 인해 홍콩 시위대가 패배감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영미 PD는 10월 말에 홍콩을 방문했다며 “여름까지는 반정부시위였는데 9월부터 준내전 취재로 바꿨다. 실탄을 쏘기 시작해 전쟁 취재로 들어갔다”며 “시위 기간이 길어지면서 감정싸움의 양상을 띠고 있다. 시위대 중 10대가 많다 보니 참지 못해서 다치고 경찰도 어느 정도 선에서는 인내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외신기자들을 신경쓰지 않은채 폭력적으로 시위대를 진압하는 경찰의 모습에서 김 PD는 홍콩사태의 결말을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김 PD는 “외신기자가 수백 명이 보고 있는데도 카메라 앞에서 과도한 국가폭력을 쓰더라. 중국이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입장에서는 중국 영토였던 홍콩이 다시 독립하고자 하는 걸 가만히 바라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며 “정치적 명분도 있다. 직선제를 요구하는 건 민주주의로 가겠다는 것으로 중국은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1일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김영미PD (사진=KBS)

홍콩 시민들은 국제 여론이 움직여주길 바라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PD는 “시위 현장에는 성조기부터 한국 깃발까지 나온다. 연대를 호소하고 있는데 중국과의 외교·정치적 입장 때문에 다른 나라들도 소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PD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다른 나라도 중국과의 외교가 걸려있는 상황”이라며 “중국과 일대일로 붙을 수 있는 나라는 미국뿐인데 미국이 홍콩 관련 법안을 통과해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또한 미국에게 홍콩은 ‘외교적 카드’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국 시진핑 주석이 미국으로부터 농산물을 수입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홍콩 사태와 관련된 암묵적 합의라고 본다”며 “미국은 중국을 위협하는 카드로 홍콩 인권을 꺼내지만, 홍콩 시민이 원하는대로 끌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홍콩의 섬과 육지를 이어주는 길목에 있는 홍콩이공대에서 발생한 시위가 경찰에 의해 진압되며 이를 기점으로 홍콩 시위대 내부 사기가 꺾였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밤 시작된 홍콩이공대 시위는 사흘간 계속된 경찰의 봉쇄·체포 작전으로 2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진압됐다.

김 PD는 “전격적으로 경찰이 이공대에 들어가며 홍콩 사태가 소강상태로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이공대가 함락되고 패배감이 심하다. 학생들이 유서 형태로 영상을 SNS에 올렸는데 이를 보고 충격을 받으면서도 국제사회 움직임이 없으니 변화되지 않을 거라는 패배감이 짙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PD는 홍콩시위대가 우리나라의 광주사태를 빗대어 말하지만 사실상 일제강점기 시대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홍콩을 진압하는 형태가 일본이 일국양제로 우리나라를 강제 점검했던 모습과 같기 때문이다.

다만, 며칠 안 남은 홍콩 지방의원 선거가 시위 양상을 바꿀 수 있는 시기라고 봤다. 김 PD는 “선거를 하기 위해 외국에 나가 있던 홍콩 시민들이 돌아가면 시위 양상이 바뀔 것 같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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