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세계화는 영국이 1607년 미국을 식민지로 만들면서 시작됐다. 그 후 영어는 대영제국의 깃발을 들고 아프리카, 아시아, 대양주로 뻗어 나갔다. 19세기 들어 영국영어의 표준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영국, 아일랜드 이주민들이 식민지에 정착하고 행정언어로 쓰면서부터 이다. 유럽에서는 1919년 베르사유 조약이 영어로도 체결되면서 불어에 이어 처음 외교어로 등장했다.

그러나 영국영어와 미국영어는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독립적으로 발달되어 왔다. 조지 버나드 쇼는 그 상이성을 두고 미국과 영국은 하나의 공통어로 나눠진 두개의 나라고 말했다. 오스카 와일드는 미국과 영국은 언어만 빼고 모든 것이 같다는 말을 했다. 헨리 스위트는 1877년 1세기 안에 미국영어와 영국영어는 서로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세계적 소통이 이뤄지면서 지역적 변이는 줄고 있다.

▲ 경향신문 2월11일자 2면.
미국이 영어를 상용어로 쓰기 시작한지 400년이 흘렀다. 미국 내에서도 영어는 지역적 특성과 주류 이민자의 출신국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 왔다. 미국영어는 북동부, 남부, 중부, 서부로 나눠져 뚜렷한 지방색을 나타낸다. 남북전쟁 이후 동부 출신의 서부 정착이 늘어나면서 많이 동화되기는 했다. 하지만 북동부와 남부는 그 차이가 확연하다.

영국영어도 구어체는 지방에 따라 방언과 억양이 심한 차이를 보인다. 잉글랜드,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등 지역적 특성에 따라서 말이다. 또 특정지역의 사회적-경제적 지위에 따라서도 상이하게 발달되어 왔다. 잉글랜드 남동부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 쓰는 영어가 표준어이며 BBC영어 또는 여왕의 영어라고 부른다.

세계어로서 영어는 세 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가 본토인 영국, 아일랜드에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남아연방 등 백인이 지배하는 구식민지이다. 그 다음은 인도, 나이지리아 등 아시아, 아프리카의 구식민지가 쓰는 영어다. 필리핀 등 미국 영향권의 나라도 여기에 낀다. 나머지는 영어가 공용어는 아니지만 국제공통어로 가르치는 나라이다. 유럽도 여기에 해당한다.

영어는 같은 뿌리지만 역사적-지리적 배경에 따라 변형되어 같은 표현이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인종적 특색에 따라 발음과 억양도 다르다. 그런데 대통령직 인수위가 발음을 어떻게 하라, 인도영어, 호주영어도 알아들어야 한다, 등등 영어자랑을 너무 늘어놓는다. 버나드 쇼는 외국인이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인은 유럽인과 달리 어족과 어원이 다른 영어를 배우기란 여간 어렵잖다. 성공의 도구로서 영어를 중요하다. 하지만 교사의 얼굴을 하고 타이르는 모습이 우리를 너무 슬프게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