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주한미국대사가 국회 정보위원장을 관저로 불러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야 한다고 압박한 것이 알려지며 무례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은 “구체적 액수인 50억 달러를 거론하며 30분 동안 제 느낌에 스무 번은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장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7일 주한미군 대사관저에서 해리 해리스 대사를 만났다.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방위비 분담금 관련 이야기만 30분 동안 나눴다고 전했다.

1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 (사진=tbs)

19일 tbs라디오<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이혜훈 의원은 “방위비와 관련한 이야기를 할지 모르고 가서 당황스러웠다”며 “이같은 자리에서 통상적으로는 국제 정세 관련 이야기를 나누지만 가자마자 방위비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50억 달러, 구체적 액수를 거론하며 세어보진 않았지만 제 느낌에 스무 번은 이야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부터 적용될 11차 한-미 방위비부담금 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3차 회의가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 순환배치와 한-미 연합 훈련에 드는 비용을 비롯해 한국에 50억 달러 정도에 금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 정부는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분담’을 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의원은 미 대사관 측이 “한국이 내야 할 금액의 5분의 1밖에 내지 않은 상태”라며 방위비 분담금을 올려야 한다고 여러차례 주장했지만 “무리한 요구”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미 대사관 측의 대화 태도에 대해 직접적으로 불쾌하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직설적인 화법이어서 당황스러웠고 상대의 전력을 알아보니 군인이어서 이해하고 넘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부당하고 무리하다”고 말했다. 우선, 주한미군이 주둔하며 드는 비용의 100%를 한국이 낼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면 미국 또한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북한에서 미사일을 쏘면 LA까지 38분이 걸리는데 우리나라에서 탐지하면 7초다. 미국 본토에서 탐지하면 15분이 걸리는데 7초와는 큰 차이”라고 말했다.

방위비 분담금으로 명시된 금액은 1조 원이지만 직간접적으로 미군 주둔에 드는 돈은 5조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1조 이외에도 직간접적으로 내는 돈이 많다. 가장 최근에 공개된 2015년 데이터를 보면 5조 4천 억원 가량이 들었다. 토지, 건물 다 지어주고 전기세, 수도세, 지방세 등 온갖 세금은 하나도 안 내고 있다”며 “1조 4천 억원의 3배를 우리가 현재 내고 있는데 갑자기 6배 올리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3차 회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여야 정치권도 잇따라 방미해 한국의 입장을 설득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1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다음달 초 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미국을 방문해 한·미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고 밝혔다. 여야 3당 교섭단체원내대표들도 20일 2박 4일 일정으로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의회를 상대로 설득에 나선다. 민주노총 등 50여개 시민 단체도 이날 회의가 열리고 있는 한국국방연구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분담금 인상 반대와 주한미군 감축 등을 요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