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여자 축구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며, 축구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FIFA(국제축구연맹) 주관 국제 대회에서 젊은 선수들이 최고의 성적을 거둔 것 뿐 아니라 기량, 기술, 잠재력 등에서 모두 상당한 가능성을 인정받으며 도입 20여년 만에 비로소 축구계에서 큰 관심을 받는 수준으로 떠올랐습니다. 최근에는 FIFA 여자 랭킹에서 사상 최고인 16위에 올라 남자 최고 성적(17위)보다도 더 높은 순위까지 오른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올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축구계의 지속적인 관심까지 더해지면서 또 한 번 비상을 다짐하고 있는 우리 여자 축구입니다.

그런 우리 여자 축구의 저력을 마음껏 즐기고 볼 수 있는 리그가 있으니 바로 오늘(21일)부터 개막하는 1BK 기업은행 WK리그 2011이 그 무대입니다. 지난해보다 2팀이 늘어난 8개 팀이 참가해 제법 프로다운 면모도 갖춘데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사상 첫 입상, U-20 여자월드컵 3위를 일궈낸 주역들이 대거 나서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즌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진정한 '뷰티풀 축구'가 무엇인지를 느끼고 싶은 팬들이라면 오는 9월 5일까지 매주 월요일, WK리그 경기에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2011 WK리그를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대표 선수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아직 WK리그가 완전한 프로 리그로 면모를 갖춘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각 팀마다 연고지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올해도 경기는 경기 고양, 강원 화천, 충북 보은, 경남 함안, (대회 초반 2경기 경기 부천)에서 분산 개최 방식으로 치러집니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훨씬 풍성해지고 발전된 부분들이 많아 기대해볼 만한 시즌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장 큰 변화는 바로 6개 구단에서 8개 구단 체제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스포츠토토,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새롭게 참가하면서 출범 3년 만에 양적인 면에서 제법 프로 리그다운 면모를 갖추게 됐습니다. 팀이 늘면서 경기 수도 늘었고, 이 때문에 경기가 열리는 장소 역시 한 곳이 늘어나 4개 도시에서 치르게 됐습니다. 적어도 이제 WK리그가 '프로 리그 수준에 근접했다'고 봐도 좋을 정도가 됐습니다.

지난해 비약적인 발전을 계기로 위상, 인지도가 높아져 주목할 만한 팀, 선수가 많아진 것은 WK리그를 재미있게 보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예전부터 여자 축구계에서 이름을 날렸던 선수들이 지난해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덩달아 팀에도 관심을 갖는 팬들이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수원 FMC 우승을 이끌었던 전가을이 올 시즌 현대제철로 팀을 옮겨 새 시즌을 맞이하게 됐으며, 간판 스트라이커 박희영은 고양 대교에서, 대표 수비수 심서연은 수원 FMC에서 변함없이 한 시즌을 맞습니다. 또 U-20 여자월드컵 주역인 김나래는 수원 FMC에서 전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으며, '얼짱 실력파 골키퍼' 문소리는 서울시청의 문전을 지키게 돼 흥미로운 맞대결이 예상됩니다. 이들 외에도 이현영이 충남 일화에서, 임선주는 현대제철에서 새 시즌을 맞이하는 등 신예 선수들의 대거 등장은 WK리그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통적으로 고양 대교, 현대제철이 강세를 보였고, 지난해 우승팀 수원 FMC가 이들의 뒤를 쫓는 형세를 보였지만 올해 이 판도가 깨질 지, 그대로 갈 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다소 전력 차이가 있기는 해도 신생팀으로서 당차게 새 시즌을 맞이할 스포츠토토,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첫 도전'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도 관심사입니다. 이렇게 기존 프로 경기와 비슷하게 나름대로 관전포인트를 정해서 6개월 동안 펼쳐질 리그를 관심 있게 지켜본다면 K리그만큼이나 충분히 즐겨볼 만한 리그가 될 것입니다.

새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은 한 목소리로 WK리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습니다. 프로 기반이 잘 잡혀야 그 나라의 축구 문화가 크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느낀 가능성을 바탕으로 선수들은 올해 더욱 큰 자신감을 갖고 WK리그에서 모든 땀방울을 쏟아내면서 비상을 다짐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선수들의 땀방울을 진정으로 느끼고 '아름다운 축구'가 무엇인지, 축구팬들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는다면 WK리그, 나아가 한국 여자 축구의 힘은 더욱 강해질 것입니다. 2011년 3월 21일부터 6개월 동안 매주 월요일이 여자 축구의 새로운 꿈과 가능성을 만들어나가는 의미 있는 날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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