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유력 전문 일간지 A신문과 자회사인 인터넷매체 B사가 홍보대행사에 기자 아이디를 제공하고 기사 등록, 포털 송출을 허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홍보대행사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기사는 ‘기사형 광고’다. 금전을 목적으로 기사형 광고가 거래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홍보대행사가 언론사가 제공한 기자 ID를 통해 기사를 등록-송출하는 것은 언론 일반의 신뢰도와 연결되는 문제다.

미디어스는 A신문, B사의 2018년 하반기, 2019년 상반기 사내 기사전송 시스템(CMS) 자료를 확보했다. CMS는 기사 작성자, 작성 시간, 조회 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내부 자료다. CMS에 따르면 A신문과 B사는 광고대행사 참O(현 메가OOOOO)과 오픈OOO에 기자 ID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제보자가 제공한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등록자 ID에 광고대행사 ID로 보이는 '참O', '오픈OOO' 등이 명시됐다. 제보자는 광고대행사에 제공한 ID가 맞다고 밝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참O과 오픈OOO가 A신문, B사를 통해 송출한 기사는 한 달에 수십 개로 추정된다. 예컨대 올해 3월 참O이 A신문에 작성한 기사는 15개, 오픈OOO가 작성한 기사는 18개다. 5월 참O이 A신문에 작성한 기사는 39개, 오픈OOO가 작성한 기사는 67개다.

또한 홍보대행사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사 바이라인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A신문 CMS에 참O이 작성했다고 나온 5월 10일 자 기사 바이라인은 ‘A신문인터넷 ㄱ 기자’였다. 하지만 올해 5월 A신문 인터넷 임직원 명단에 ㄱ 기자의 이름은 없었다. 오픈OOO가 B사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사 바이라인은 ‘온라인뉴스팀’이었다.

참O, 오픈OOO가 작성한 기사는 주로 ‘기사형 광고’였다. 기사에서 홍보한 제품은 가상화폐, 부동산, 화장품, 일반 기업 등이었다. 참O 홈페이지에는 “주요 언론사와의 긴밀한 제휴를 통하여 객관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기사 작성 및 언론 송출을 진행하며 트렌드와 이슈를 반영한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포털사이트 메인에 노출하는 맞춤형 기사를 송출한다”, “언론 홍보에 특성화된 노하우로 전문 기자가 업종의 상황에 맞은 기사를 작성해 드린다”라는 소개 문구가 있다. 오픈OOO는 A신문을 언론사 파트너로 두고 있다.

미디어스는 참O에 전화해 “A신문에 화장품 관련 기사를 송고하려면 얼마를 줘야 하냐”고 물었다. 이에 참O 측 관계자는 “화장품 같은 경우 효과 효능 내용을 제외하고 제품 소개를 다뤄야 한다. (기사를 직접 쓸 수 없다면) 대필이 가능한데, 작성비가 2만 원이다. A신문과 네이버 등 포털 전송을 위해선 10만 원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참O, 오픈OOO가 A신문을 통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광고형 기사는 네이버·다음 송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사가 홍보대행사에 기자 아이디를 제공하는 행위가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규정 위반인지는 미지수다. 제휴평가위 규정에는 ‘홍보대행사에 기자 아이디 제공’에 대한 제재 조항이 없다.

제휴평가위 규정에는 “제휴 매체의 부당행위가 단기간에 과다하게 발생하거나 인터넷 언론의 객관성, 공정성이 심각하게 침해되어 (규정의) 단계적 조치를 취하기 적절하지 않은 상황이라 판단되는 경우, 각 조치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즉시 계약의 해지를 포함하여 별도의 제재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다만 이번 A신문·B사의 경우 CMS 자료에서 금전적 대가가 오갔다는 증거는 없다. 문제는 금전 거래 정황이 나오지 않는 한 제휴평가위가 매체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제휴평가위 관계자는 “제휴평가위는 수사기관이 아니다. (기자 아이디 판매) 정황만으로 계약 해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객관적인 사실이 증명되는 물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 모 A신문인터넷 대표는 “모르는 내용이다. 내가 모든 걸 알지는 못하지만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B사 인터넷 CMS. 3월 기사 작성 표 중 일부
A신문 인터넷 CMS. 5월 기사 작성 수 표 중 일부
A신문 인터넷 CMS. 1월 기사 작성 수 표 중 일부
A신문 인터넷 CMS. 3월 기사 작성 수 표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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