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에 화려하게 등장한 조재진은 한국 축구 공격수에서 큰 족적을 남긴 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습니다. 움베르투 쿠엘류 감독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으며 조금씩 성장해가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반세기 만에 8강을 이끈 주역으로 떠오르며 전면에 등장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어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주전 경쟁을 뚫고 예선 3경기 전 경기 선발 출장이라는 개인적인 쾌거도 이루면서 황선홍의 계보를 잇는 공격수라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선배 황선홍보다 키가 크지만 덜 여물었다는 이유로 '작은 황새'라는 별칭까지 들을 만큼 조재진의 성장은 곧 한국 축구 공격수의 희망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조재진은 2008년 이후 날개가 꺾였습니다. 고질적인 부상과 끝 모를 기량 저하는 스포트라이트에서 점점 멀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일본 J리그 진출을 통해 유럽 무대 진출의 꿈도 모색하려 했지만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동안 방황을 거듭했고 선천적으로 갖고 있던 신체적인 문제가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으면서 결국 오늘(18일), 모 스포츠지를 통해 선수 생활 은퇴를 선언하고 말았습니다. 한때 한국 축구의 주축 멤버로 활약했던 그가 너무나도 안타깝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만 것입니다.

▲ 전격 은퇴한 조재진 ⓒ연합뉴스
조재진하면 탁월한 제공권을 활용한 헤딩슛, 그리고 공격력이 뛰어났던 선수로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만큼 그는 장신 스트라이커의 장점을 살리면서 유연성, 슈팅력 등도 골고루 갖춰 한국 축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모델이었습니다. 인상적인 포스트 플레이로 이전 공격수와는 뭔가 다른 특징을 잘 보여줬고, 피지컬이 좋은 유럽 선수들을 상대하면서도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큰 대회에서 조재진은 특히 강한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아테네올림픽 8강행을 이끈 말리전 2골, 그리고 독일월드컵 프랑스전 극적인 무승부를 이끈 헤딩 어시스트는 모두 조재진의 작품이었는데요. 2003년 이후 매년 입지도 탄탄해지고, 그만큼 기량도 성장하는 것이 눈에 띄어 대성할 것이라는 기대도 많았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또한 남자다운 터프한 이미지는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인기 있는 축구선수로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늘 따라다녔던 부상과 잇단 부진은 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일본 J리그에서 유턴한 뒤 2008년 전북 현대에서 재기를 모색했던 조재진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우승 실패의 책임을 뒤집어쓰기도 했습니다. 이후 부상과 기량 저하로 일본 J리그에 유턴한 뒤에도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지난해에는 11경기 무득점이라는 최악의 한 시즌을 보내며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고, 좀처럼 몸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던 조재진은 결국 30살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축구선수 은퇴라는 마음 아픈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좋았던 것보다는 아쉬움만 더 남긴 채 선수 생활을 마치고 말았습니다.

더 떠오를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음에도 신체적인 문제 때문에 더 이상 뛸 수 없게 된 현실은 참 안타깝기만 한 게 사실입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활발하게 추진된 세대교체기에 꽤 오랫동안 살아남으면서 더 큰 공격수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음에도 선천적인 신체 문제 때문에 활짝 날개를 펴지 못하고 꺾인 것은 조재진 개인으로도 그렇고, 다른 스타일의 공격수를 바랐던 한국 축구 전체에도 큰 아픔으로 남았습니다. 또한 아픔을 숨기면서까지 자신의 꿈을 위해 달리다 마침내 그 사실을 밝힌 조재진의 심경도 안타깝지만 그 사실을 잘 모른 채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만 집착해 비판, 비난한 팬들의 심경은 더욱 아프기만 했습니다.

어쨌든 2000년대 중반을 호령했던 장신 공격수 조재진을 더 이상 그라운드에서는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선수 생활은 아쉽게 마무리했지만 '제2의 인생'을 통해 또 한 번 '축구인 조재진'을 기억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어떤 선수와 마주쳐도 터프하게, 투지 있게 높이 떠오르며 볼을 따내려는 그 모습 그대로, '제2의 인생'에서는 아픔 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다시 화려하게 주목받는 조재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아픔을 참으며 최선을 다 하는 플레이를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조재진 선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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