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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다음이 궁금하다[기고]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 승인 2019.11.12 18:03

[미디어스] 요즘 기자들에게 전화를 많이 받는다. 대부분 설리가 왜 죽었을까에 대한 내 생각을 묻는 질문이다. 나는 정말 모르겠다. 팬이 아니어도 동세대가 아닐지라도 너무도 안타까운 설리의 죽음이지만 누가 무엇이 그를 극단으로 내몰았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기자의 얕은 한숨소리와 함께 실망 가득한 반응이 돌아온다. 기자는 다시 한 번 내게 묻는다. 그래도 악플이 설리의 죽음에 일조했다는 생각이신 거죠? 

사람이 죽었는데 일조라니 참 부적절한 단어이다. 그처럼 타인의 죽음을 아무렇게나 우리가 해석해도 되는지가 나는 더 의문이다. 솔직히 과거 에프엑스(f(x))의 노래를 즐겨듣지도 않았고 설리가 활동하는 걸 관심 있게 지켜보지도 못했다. 악플이 달릴 때 직접 본 적도 없다. 내가 아는 건 설리가 그렇게 세상을 떠난 뒤 과거 악플을 아무렇지도 않게 소개했던 언론이 모든 걸 악플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그냥 모든 게 다 악플 때문이다.

인터넷 실명제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었고 설리법이라는 이름 하에 국회 입법논의도 제기되었다. 언제나 그렇듯 법 규제 가능성은 사업자의 촉각을 세우게 한다. 포털사업자는 자율규제라는 명분 하에 서둘러 정책을 공표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은 연예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했으며 인물키워드에 연관검색어도 곧 폐지한다고 한다. 경쟁사의 움직임에 네이버는 신중한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내심 압력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 관심에 따라 급상승 검색어 구성을 달리 제공하겠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10월 25일 판교 카카오 오피스 스위치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수용(왼쪽)·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뉴스 및 검색서비스 개편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댓글이나 검색어 서비스에 있어 사업자들이 앞다투어 내놓는 정책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사회적 압력에 대해 시장이 반응하는 것이고 어쩌면 사업자들도 댓글이나 검색어 서비스에 있어 다양한 부작용에 대해 고민이 깊은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다음과 네이버가 서로 다른 정책을 가지고 가는 것도 긍정적일 수 있다. 댓글이나 검색어 제공에 사업자들이 서로 다른 정책을 적용한다면 서비스도 다양하게 구현될 것이다. 그렇게 이용자의 선택권이 확대된다면 그것도 괜찮다.

그럼에도 뭔가 개운하지는 않다. 특정 사건을 계기로 냄비처럼 끓는 방식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탐탁하지 않은 것이다. 인터넷의 댓글과 검색어는 국민들이 정보를 수집하고 유통하고 교환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인터넷은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그것을 제한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때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최소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했지만 모두 사업자들의 일방적인 정책 공표로 결정되었다. ‘댓글이 문제이니 댓글을 폐지한다.’ ‘검색어가 문제이니 검색어를 폐지한다’ 어찌보면 극단적인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악플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가 어디 연예인뿐일까. 굳이 규제 논리로 따지자면 일반인이 더 보호받아야 하고, 그 다음이 연예인, 연예인 다음이 정치인쯤 된다. 그러니까 보호를 한다면 일반인부터 시작해서 연예인으로 확대하는 게 맞다. 생뚱맞게 연예인부터 댓글 폐지를 들고 나온 셈이다. 나아가 연예뉴스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YG 사건만 해도 마약, 성매매, 환치기, 도박, 경찰 유착 등 복잡하게 얽혀 있다. 설리의 소신을 정치적 의견표명이 아니라 연예뉴스로만 보는 관점도 여전히 후지다. 

인물 키워드에서 연관검색어를 폐지하겠다는 것도 그렇다. 물론 카카오가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기에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 그러나 외부에 알려진 대로 기계적으로 인물 키워드에서 연관검색어를 폐지한다면 ‘전두환 골프장, 전두환 재판, 전두환 재임기간, 전두환 5.18’ 등도 모두 사라지게 된다. 박근혜 탄핵, 문재인 탄핵, 조국 윤석열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연관검색어가 모두 문제일까. 인물 키워드의 연관검색어가 문제가 아니라 연관검색어로 인한 사생활, 명예훼손이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연관검색어가 문제이니 폐지가 곧 답이 되었다. 표현의 자유는 그렇게 단순논리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이용자 관심에 따라 급상승 검색어를 구성한다는 정책도 눈 가리고 아웅 식인 건 마찬가지다. 인터넷이 불공정하다는 의심을 하는 국민들에게 개인별로 보기 싫은 내용에 눈을 가려준다는 미봉책을 내어놓은 것이다. 조국 지지자들에게 조국 지지를, 조국 반대자들에게 조국 사퇴를 실시간 검색어로 내놓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내 생각과 동일한 의견만을 보고 싶은 게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 즉 여론이 무엇인지 가급적 정확하게 알고 싶은 거다. 그런 국민들의 요구에(이용자의 선택사항이라고는 하지만) 보고싶은 내용만 보면 만족할 것이라는 발상이 우려스럽다. 

포털사이트 댓글이나 검색어 정책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공론장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의 정책이 다양한 것도 좋고 사업자들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좋다. 그러나 사회의 일시적 분위기에 휩쓸려 정책을 수립해서는 안 된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자 나름의 원칙이 명확해야 한다. 정책결정 과정에 무엇보다 이용자 의견이 중요한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누구의 압력으로 댓글을, 검색어를 폐지하는가의 질문에도 답을 해야 한다. 나는 이제 포털사업자들의 정책결정과 효과를 지켜보고자 한다. 다음의 다음이 궁금하다.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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