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사망으로 안전불감증 도마 위에 오른 한국서부발전이 민간단체로부터 3년 연속 '안전경영대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이밖에도 채용비리로 얼룩진 강원랜드가 '인적자원개발대상'을 받는 등 공공기관의 '돈 주고 상 받는' 실태가 문제로 제기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7일 지방자치단체의 돈 주고 상 받기 실태에 이어 11일 공공기관의 돈 주고 상 받는 실태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이 307개 공공기관이 2014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언론사와 민간단체로부터 받은 상과 지출한 돈을 분석한 결과, 90개 공공기관이 언론사와 민간단체에서 516개의 상을 받고 총 43억 8천만원의 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돈은 광고비, 홍보비, 심사비 등의 명목으로 전달되었으며 언론사에 22억 3천만원(265건), 민간단체에 21억 4천만원(261건)이 지급됐다. 경실련은 다수의 공공기관이 자료를 공개하지 않거나 축소 공개해 실제 금액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돈 주고 상 받는 실태 전수조사-공공기관' 자료)

이 중 특히 눈에 띄는 공공기관은 한국서부발전이다. 지난해 12월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사망으로 안전불감증 문제가 크게 불거졌던 한국서부발전은 2016년~2018년에 걸쳐 3년 연속으로 '글로벌스탠다드 안전경영대상'을 받았다. 한국서부발전은 이 상을 받으며 시상 주최 기관인 한국경영인증원에 3차례에 걸쳐 6천만원을 홍보비 명목으로 지출했다.

또 현역 국회의원 개입 혐의까지 불거진 채용비리로 공분을 샀던 강원랜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으로 '대한민국 인적자원개발대상'을 수상했다. 강원랜드는 주최 기관인 한국HRD협회에 3차례에 걸쳐 총 2천 4백만원을 지출했다.

한국HRD협회는 강원랜드 수상 이유로 "강원랜드는 직원 교육에 대한 경영진의 높은 관심으로 인적자원개발 시스템을 다양화하여 전 직원의 교육 참여율을 높이는 등 공공기관으로서는 유일하게 교육 훈련을 실질적 경영성과에 직접 연결시킨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히고 있었다. 경실련은 "채용 당시부터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상황에서 인적자원개발 시스템 강화라는 말은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비판했다.

공공기관 소관 부처로 살펴보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이 가장 많은 돈을 지출했다. 산업통산자원부 산하 24개 공공기관은 121건의 상을 받고 13억 2천만원을 지출했다. 2위 보건복지부 산하 8개 공공기관은 103건의 상을 받고 9억 1천만원을 지출했고, 3위 국토교통부 산하 9개 공공기관은 58건에 6억 4천만원을 지출했다. 이들 3개 부처 산하 40개 공공기관이 받은 상은 전체의 516건 중 54.7%인 282건으로, 금액으로는 65.3%에 해당하는 28억 7천만원이었다.

이어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1억원이 넘는 돈을 지출했다. 반면 방송통신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기획재정부, 법무부, 통일부, 관세청, 국방부, 문화재청, 소방청 등 10개 부처의 산하 22개 공공기관은 상을 받지도 돈을 지출하지도 않았다.

공공기관 시상 언론사·민간단체 현황을 살펴보면 중앙일보·동아일보·조선일보·한국경제·매일경제 등 5개 언론사와 한국능률협회컨설팅·한국표준협회·한국언론인협회 등 3개 민간단체가 많은 돈을 받았다. 한국능률협회 7억 2천만원(39건), 중앙일보 6억 5천만원(63건), 동아일보 5억 7천만원(51건), 조선일보3억 8천만원(45건), 한국경제 2억 7천만원(48건), 매일경제 2억6천만원(34건) 등의 순이다. 각각 언론사 전체의 60%, 민간단체 전체의 72%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돈 주고 상 받는 실태 전수조사-공공기관' 자료)

'돈 주고 상 받는' 언론사 시상식에는 정부 부처의 명칭이 들러리로 세워졌다. 경실련은 "각 부처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5년간 정부 부처가 언론사와 민간기관이 주최 또는 주관하는 시상식에 후원한 것은 3566건에 이른다"면서 "이 중 상주고 돈 받는 7개 주요 언론사의 시상식에 480건을 후원했다"고 지적했다. 발표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137건, 금융위원회 68건, 농림축산식품부 58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56건, 고용노동부 45건 등이다.

후원 형태는 정부 부처의 후원명칭 사용승인이 가장 많았으며, 일부는 부처의 장 이름으로 상장을 수여했다. 경실련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산업통산자원부는 5건만 후원했고, 농림축산식품부는 24건을 후원했다고 답변했는데, 실제 드러난 수치와는 차이가 있었다. 경실련은 "이는 산자부와 농림부의 답변이 거짓이거나, 공공기관이 공개한 자료가 엉터리거나, 언론사가 산자부와 농림부의 명칭을 도용했거나 셋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공공기관의 경우 지자체와는 달리 권익위가 권고한 '민간주관 시상 참여시 자체 심의제'에도 해당하지 않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으며, 조사 과정에서 정보공개 거부와 거짓 정보공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배임 혐의가 있는 일부 지자체장과 공공기관장에 대해 예산 환수를 위한 고발에 나설 계획이며, 정보공개청구에 불응하거나 불성실하게 답변한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대해 감사 청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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