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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M&A, 공정위 3년 전과 달리 '조건부 승인'"디지털 중심 재편으로 시장상황 변화"… 과기정통부·방통위로 공 넘어가
송창한 기자 | 승인 2019.11.10 16:00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LG유플러스-CJ헬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인수·합병 건을 심사한 결과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시장획정과 CJ헬로에 대한 '독행기업' 판단에 있어 공정위의 판단이 3년 전과 달라졌다.    

공정위는 10일 "방송·통신사업자들이 급변하는 기술·환경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당 기업결합을 승인한다"면서도 "디지털 및 8VSB 유료방송시장에서의 경쟁 제한 우려를 차단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정초치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시정조치는 ▲케이블 TV 수신료의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8VSB 케이블TV 가입자 보호 ▲케이블TV의 전체 채널 수 및 소비자 선호채널 임의감축 금지 ▲저가형 상품으로의 전환, 계약 연장 거절 금지 및 고가형 방송 상품으로의 전환 강요 금지 ▲모든 방송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 및 디지털 전환 강요금지 등이다. 시정조치 이행기간은 2022년 12월 31일까지다. 시정조치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기업이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공정위는 LG유플러스-CJ헬로 건의 경우 8VSB 유료방송시장과 디지털 유료방송시장 간 혼합결합에서만 경쟁제한성이 있으나,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건의 경우 디지털 유료방송시장에서도 경젱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시정조치 대상은 SK브로드밴드는 8VSB·디지털 케이블TV로, LG유플러스는 8VSB 케이블TV로 차이를 뒀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중소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프로그램사용료, 홈쇼핑 송출수수료 관련 거래관행 등 시장현황과 개선사항을 분석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에 소관 사항에 대해 검토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번 기업결합으로 중소PP 프로그램 사용료, 홈쇼핑PP 송출수수료 관련 통신3사의 협상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 2016년과 달라진 공정위의 결정… "SKT-CJ헬로 불허 때와 시장상황 달라"

공정위는 이번 심사에서 "2018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정보통신정책연구원, KISDI)와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방통위)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발간한 방송·통신 관련 보고서를 비롯한 방대한 자료를 충분히 검토했다"면서 "IPTV가 SO를 넘어 최대 유료방송 플랫폼이고, SO 내에서도 디지털 케이블TV 가입자 비중이 가장 높은 등 유료방송시장이 디지털 유료방송상품 위주로 재편되는 등 경쟁 상황이 유의미하게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는 "수요 및 공급의 지리적 대체성 등을 고려하여 티브로드 및 CJ헬로가 유료방송사업을 영위하는 디지털 유료방송시장 및 8VSB 유료방송 시장은 각각의 23개 방송구역으로, 나머지 상품시장은 전국시장으로 획정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공정위의 설명은 지난 2016년 SK텔레콤-CJ헬로 기업결합 심사 당시 유료방송 시장을 79개 권역으로 판단, 지역에서의 경쟁 제한 가능성이 크다며 '불허' 결정을 내렸던 전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IPTV, 디지털 케이블TV 중심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재편된 상황은 과거와 달리 규제환경이 변화하였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것이다. 올해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에서 전국단위 기준을 처음으로 병행 명시된 것을 주요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전국단위 기준 유료방송 점유율은 지리적 경쟁이 시장 분석에 있어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이미 2012년도부터 가정하에 보고서에 명시되어 왔다. 공정위는 그동안 규제환경의 변화와 해외 OTT 사업자의 등장으로 인한 시장의 변화 등을 강조하며 이번 기업결합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표출해왔는데, 과거 결정을 뒤집을 그 이상의 논리적 근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시장획정을 기준으로 디지털 케이블TV와 8VSB를 별도 시장으로 획정하면서 이전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도출한 셈이 됐다. 

공정위는 "SO는 허가받은 방송구역을 넘어서 다른 방송구역의 유료방송사업자와 경쟁하는 것이 제도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케이블TV 가입자들도 다른 방송구역으로 이주를 하지 않는 이상 다른 방송구역의 케이블TV 상품으로 구매를 전환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놨다. 아울러 공정위는 "각 사업자별 시장점유율이 방송구역별로 상이하고, 요금수준 및 채널구성도 지역별로 다른 등 실제 경쟁상황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8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기업결합 심사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CJ헬로 알뜰폰 사업인 '헬로모바일'에 대한 '독행기업(maverick)' 판단도 달라졌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에서 '헬로모바일'에 대한 독행기업 판단 내용은 제외됐고,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8일 관련 질의에 "CJ헬로의 독행기업성이 크게 약화했다고 평가했다. 독행기업은 기존 시장에 혼란을 가져와야 하는데 그런 역할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CJ헬로의 알뜰폰 가입자 점유율은 10% 미만으로, 피인수 후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이 1.2% 상승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해 승인 조건에 알뜰폰 분리 매각 조항을 넣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공정위는 CJ헬로의 알뜰폰 사업인 '헬로모바일'을 '독행기업'(maverick)으로 판단, 이동통신사가 알뜰폰 시장 1위 사업자인 '헬로모바일'을 인수하게 될 경우 알뜰폰 시장을 주도하는 사업자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이유로 SK텔레콤의 CJ헬로 인수합병을 불허한 바 있다. 이번 공정위의 판단으로 정부 차원의 알뜰폰 정책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과기정통부·방통위로 넘어간 기업결합 심사… '공공성' 쟁점 본격화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에 최종 인가의 공이 넘어갔다. 경쟁 제한성만을 판단하는 공정위 심사와는 달리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방송·통신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이용자 보호, 지역성과 같은 방송 공익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현행법상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건의 경우 방통위의 사전동의 절차가 진행된다.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 건의 경우 방통위 사전동의 절차는 생략되지만 최근 방통위는 과기정통부에 방송의 공익성을 살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상 ▲재정 및 기술적 능력과 사업운영 능력 적정성 ▲주파수 및 전기통신번호 등 정보통신 자원 관리 적정성 ▲기간통신사업 경쟁에 미치는 영향 ▲이용자 보호 △전기통신 설비 및 통신망의 활용, 연구 개발 효율성, 통신산업 국제 경쟁력 등 공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심사한다. 

방통위는 최근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사전동의와 관련해 ▲방송 접근성 보장 가능성 ▲방송서비스 공급원의 다양성 확보 가능성 ▲시청자 권익보호 가능성 ▲합병법인 및 최대주주 공적책임 이행 가능성 ▲콘텐츠 공급원의 다양성 확보 가능성 ▲지역채널 운영 계획 및 지역사회 공헌 계획 적정성 등의 심사항목을 선정했다.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 건과 관련해서는 방송의 공익성·다양성·지역성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 심사 국면에선 부각되지 않았던 '고용 승계' 문제가 본격적으로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티브로드, CJ헬로 등 피인수·합병 기업의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인수합병에 따른 고용불안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해왔다. 인수합병 기업들이 정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현장 노동자들 지위와 관련한 내용은 없어 고용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방통위는 인수·합병 후 비정규직 처우 등 고용 문제도 함께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김석진 방통위 부위원장은 "합병 후 고용 우려도 있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고용 안정, 특히 비정규직 처우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고 허욱, 고삼석 상임위원도 고용 문제 등 노사 관리 책무는 사업자의 기본 책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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