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조작설’의 중심에 있는 인사들은 세 명이다. readme 배모씨와 담담당당 권모씨, 그리고 makefile 황모씨다. readme 배씨는 2008년 11월 21일, “내가 아는 미네르바K”라는 글을 써 미네르바는 대한민국 0.1%의 상류층이며,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담담당당 권모씨는 원조스마일이 구글토론 그룹 개설한 700리더스클럽에 “민족주의의 눈으로 한국경제의 위기를 봐야한다”는 요지의 글을 게재하다가 원조스마일 및 운영진 그룹이 700리더스클럽에 영입한 ‘미네르바’(네이버 주식카페 등에서 ‘미네르바’ 등의 필명을 쓰는 김재식, 이하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를 만난다. 700리더스클럽에서 분란이 벌어진 뒤, 700리더스 클럽에서 떨어져 나온 ‘경제독서모임’에 참여한 전 700리더스클럽 운영진들이 도움을 청하자 담담당당 권씨는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와 채팅을 나누는데, 그를 진짜 미네르바라고 생각하고 신동아 기고를 권유했다.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의 필력은 보잘 것 없었다. 신동아 기고를 두고 오간 채팅기록 및 메일들을 보면 권씨는 어떤 식으로 글을 쓸 것인지 글의 ‘초’를 잡아줬고, 700리더스 클럽 일부 회원들이 과거 미네르바 글 중 해당 부분을 골라냈다. 메일로 취합된 ‘아고라 미네르바’의 글들에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가 약간을 덧붙여 전송한 것이 바로 신동아 11월호의 미네르바 기고 글이었다.

▲ 신동아 2008년 12월호에 실린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의 기고글. 그러나 이 글은 700리더스클럽에서 떨어져 나온 경제독서모임 회원들이 아고라 미네르바의 글을 짜깁기한 것에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 김씨가 약간의 주장을 덧붙여 완성한 조잡한 글이었다.

문제는 2009년 1월 7일 박대성이 긴급체포되면서다.

readme 배씨는 잡혀간 박씨가 가짜이며 대역이라고 주장했다. readme의 주장에 따르면 대역을 내세운 쪽은 정부일 수도 있고, 박씨 뒤에 숨은 진짜 미네르바일 수도 있다. (심지어 readme 자신이 ‘내가 아는 미네르바K’ 글을 올린 것도 readme의 ‘성향’을 파악한 그들에 의해 조작되었을 수도 있다...고 readme는 주장한다)

이와는 별도로 난처한 입장에 처한 것은 신동아다. 신동아는 권씨를 통해, 또한 직접 자신의 매체에 기고한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의 입장을 밝힐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 다시 온라인 채팅을 통해 연결된 권씨는 강도 높게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에게 “지금 잡혀간 박대성은 도대체 뭐냐”고 묻는다.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는 “자신도 모르는 일”이라며 처음으로 ‘팀 미네르바’ 이야기를 꺼낸다. 팀 미네르바 이야기는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가 만들어낸 것이지만 당시 인터넷, 특히 다음 아고라 경제방을 중심으로 제기되던 음모설로부터 소스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권씨는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의 팀미네르바 주장을 믿는다. 이때의 채팅기록들을 살펴보면 권씨도 꽤 다각도로 팀 미네르바를 검증하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전제는 여전히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아고라 미네르바=팀미네르바의 일원”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권씨는 신동아에 자신과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의 채팅기록 및 오간 메일 등을 넘긴다.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는 권씨와 채팅 등을 통해 ‘사전연습한’ 팀미네르바설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한다. (그렇다고 권씨가 그것을 교사했다고 볼 수는 없다.) 신동아는 의문부호를 붙이면서도 ‘IP는 조작가능하다’ 는 등의 ‘검증’을 붙여서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의 인터뷰를 내보낸다.

하지만 신동아의 검증은 문제가 있었다. 근본적으로, 신동아는 자신의 검증을 통해 아고라 미네르바의 풀IP도, 미네르바가 어떤 ID를 써서 글을 올렸는지도 밝히지 못했다. 필자는 <7인 미네르바 설>이 실린 신동아가 발매된 직후, 신동아 검증이 제대로된 검증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 기사를 써 <주간경향>에 실은 적이 있다(필자의 기사, “[추적]“신동아 K 미네르바 가능성 0.001%”, 위클리경향 819호, 2009년 2월 10일자 인터넷 게재 참조).

담담당당 권씨는 나중에 필자와 인터뷰에서 “신동아의 전 취재과정이 공개되면 신동아도 나름대로 다각도로 검증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2010.1.7. 담담당당 권씨의 진술)이라고 말했으나, 담담당당 권씨가 나중에 인터넷에 공개한 신동아의 취재기록(담담당당 권씨, 무탄초난 14,15,16, 신동아K를 말한다(1),(2),(3). 권씨의 글에 인용되어 있는 자료는 신동아 측이 만든녹음파일을 푼 것으로 보인다. 권씨가 이 파일을 입수한 ‘경로’ 및 권씨에게 그 파일을 제공한 측의 ‘의도’는 능히 짐작되지만,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에는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와 신동아 사이에 글을 올린 ID가 무엇이었으며, 세 번째 클래스가 빠진 풀 IP가 뭐였는지에 대한 딱 떨어지는 질문도, 대답도 없었다.

송문홍 편집장 등으로 보이는 질문자는 다음 아고라에 어떤 절차를 걸쳐 글을 올리고, 또 어떤 절차를 걸쳐 미네르바라는 닉네임이 특정 아이디 사용자로 특정될 수 있는지 사전지식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엉성한 것은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의 답변도 마찬가지다. 신동아 측의 질문자는 앞뒤가 안맞는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의 답변을 끝까지 추궁하지 못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고 만다.

신동아팀, 조금 더 넓혀서 동아일보 출판국 내에서는 IT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이 있는 (상대적으로 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신동아가 틀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모 기자와 송모 기자가 이후 두 번째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 검증에서는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송문홍 당시 신동아 편집장은 신동아-출판국 내부의 이런 기류를 애써 외면한다. 더 심한 압박은 ‘사내정치’가 작동할 수밖에 없는 동아일보사 임원진으로부터 제기됐다. 송편집장은 권씨에게 보내는 메일을 통해서 자신이 이런 심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의 해명을 재차 강하게 요구한다. 결국 우여곡절 및 실랑이 끝에 2009년 2월 12일 저녁 송문홍 편집장을 비롯한 신동아는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를 당산역 인근에서 다시 만나 이날 10시경 모 호텔 객실로 간다.

신동아는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에게 글을 올린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뭐냐”고 다그쳐 묻는다. 하지만, 기차가 이미 떠난 뒤 손 혼드는 꼴이었다. 본지를 비롯해 언론에서 ID 등을 확인하지 못한 “신동아 보도는 잘못”이라는 지적을 이미 내놓은 상태였다.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는 또 말을 바꿔 상황을 면피하려고 했다. 즉 글을 올린 것은 자신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결국 하루를 넘긴 새벽, 한모 기자의 추궁에 그는 자신이 아고라의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것을 실토한다.

망연자실, 패닉상태에 빠진 것은 신동아팀만이 아니었다. 담담당당 권씨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두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이미 사전에 밀고 당기기를 경험한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 역시 나름의 준비(?)를 해갔다는 점이다.

이날 신동아팀, 그리고 권씨와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 사이에 오간 이야기 및 행동은 고스란히 그가 준비한 녹음기에 녹취가 되어 있었다. 담담당당 권씨는 필자와 인터뷰에서 여전히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가 팀 미네르바의 일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신동아의 심문에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 즉 김재식이 “자신은 미네르바가 아니다”라고 인정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었다. 내가 그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기겁할 만 했다. (2010.1.7. 필자의 담담당당 권씨 인터뷰)

그러니까 권씨에 따르면, “진짜 미네르바가 아니지 않냐”고 다그치는 신동아(동아일보 출판국) 기자들의 위압적인 분위기에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는 반 포기한 상태로 자신이 가짜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진짜인데도 가짜라고 인정했다는 것이다. 글쎄. 사람 마음속은 쉽게 알 수 없게 마련이지만, 적어도 당시 보이스레코더로 기록되어 있는 권씨와 ‘네이버주식카페 미네르바’의 대화에서 전해지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는 것만 밝혀둔다.

어쨌든 오늘 다룰 것은 ‘제 3자의 출현’이다. 바로 makefile 황모씨다.

담담당당 권씨의 주장이나 배씨의 주장은 대부분 아고라 밖으로 퍼져나가진 않았다. 반면 makefile 황씨는 아고라와 동시에 자신의 블로그에 ‘미네르바 사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에는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왜 PD수첩은 makefile 황씨의 이야기를 취재하지 않냐”는 식의 코멘트를 달아놓은 사람들이 꽤 된다. “박대성은 가짜”라고 믿는 사람들이 일독을 권하며 들이대는 것도 보통 makefile 황씨의 블로그 주소다.

앞선 연재에서 살펴본 다음 카페 세계아고라정의포럼 게시판을 살펴보면 readme 배모씨가 makefile에 대해 언급해놓은 대목이 있다.

“아고라에서 Makefile이란 필명을 쓰는 네티즌을 만났다. 컴퓨터에 대해 얘기하고 인터넷에 대해 얘기하고 사이트에 대해 얘기했다.…(중략)…Makefile 님은 어떤 진화적 게시판을 말한다. 누구나 게시판을 만들 수 있다. 게시판이라기 보다는 이슈이다. 그러면 그 이슈를 뿌리로 하여 글들이 나뭇가지의 형태로 자라날 것이다.” (readme, 세계아고라정의포럼에 올린글, “이런 사이트를 생각함 - Makefile 님을 만남 - 정규문서”, 2009.7.7.)

readme가 이 글을 올린 시점은 2009년 7월이다. makefile 황씨가 블로그에 ‘미네르바 사건 이야기’ 연재를 처음 시작한 시점이 2009년 6월 24일이니, 연재를 시작한 뒤 10여일이 지나 readme가 둘의 만남을 언급한 셈이다. 만난 장소도 아고라 게시판 상이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readme라는 닉네임과 makefile이라는 닉네임의 연관성이다. 둘다 컴퓨터 운영체제 내지는 프로그램과 관계가 있는 이름이다. readme 배씨는 readme라는 닉네임을 쓰기 전인 2008년엔 ‘백기가’ 등의 아이디를 썼다. 이 역시 ‘100Giga’ 등 컴퓨터 관련 전문가라는 것을 나타내기 위한 닉네임으로 보여진다.

makefile 황씨가 언제부터 아고라 경제방에서 활동했는지는 특정할 수 없다. 과거 필자가 그의 아이디를 조회했을 때 2008년 촛불시위 당시 뉴라이트전국연합 임헌조 사무처장의 맥도널드 발언(100분 토론에 참석한 임처장은 “미국 맥도널드도 30개월 이상 연령의 쇠고기를 햄버거 패티에 사용한다”고 발언했다 구설수에 올랐다)과 관련, 미국 맥도널드 본사 소비자상담실에 연락을 취했다는 글이 그의 아이디로 올라와 있었다.

여러모로 그 글을 쓴 사람은 makefile 황씨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makefile 황씨는 자신이 올린 대부분의 글을 본인이 삭제하거나 미네르바 관련 명예훼손을 주장한 김승민‧박대성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이 삭제한 상태다. 맥도널드 연락 관련 글은 김승민‧박대성씨의 요청이 아닌 본인이 스스로 삭제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이 닉네임으로 남아있는 글은 “필명을 도용당했습니다-makefile”이라는 글이 전부다.

▲ makefile 황씨가 다음 아고라 경제방에 필명을 도용당했다며 올린 글.

누군가 필명을 도용해 썼다는 그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5월 23일...님이 가신 그날 (편집자 주 노무현 전대통령을 언급하는 것으로 보임)
너무 큰 충격에
저는 저의 모든 글을 지우고
daum회원을 탈퇴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고 마음을 먹고 떠났는데, 리드미, Kramer 등 아고라 고수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이 바보 찌질이가 아고라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Makefile(Makefile황씨가 도용을 주장한), 아고라 경제방에 올린 글, “아고라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2009.6.13.)

그런데 6월 19일 도용당했다며 올린 글과 이 글에 덧글로 두 달 뒤인 8월 17일에 단 글의 주장은 차이가 있다.

어떻게 알았는지 필명뿐만 아니라 ID도 제가 예전에 사용하던 ID를 흉내냈군요. 아마 제가 미네르바 사건 관련해서 글을 썼던 것 때문에 생긴 일인 듯 합니다. (Makefile, Makef**** 아이디로 아고라 경제방에 올린 글, “필명을 도용당했습니다-makefile”, 2009.6.19. 강조는 필자)

위의 글은 누군가 저(Makefile)의 필명과 과거 다음 ID(daesan****)를 도용해서 쓴 글입니다. 도용된 직후에 다음측에 신고했지만, 다음에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음을 밝혀둡니다. (Makefile, Makef**** 아이디로 “아고라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글에 단 댓글, 2009.8.17. 강조는 필자)

전자에서 그는 필명과 아이디를 흉내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난 뒤에는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차이의 의미는 무엇일까. 짐작되는 대목은 있으나, 너무 자세히 파고들지는 말자(글을 읽는 독자께서 각자 판단하시기 바란다). 힌트는 PS로 붙인 말에서 언급하는 ‘다음 측의 정책변화’다.

PS. 인사도 없이 잠시 사라졌던 것 양해말씀을 구하겠습니다. 다음에서 갑자기 ID를 공개하는 바람에 계정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Makefile, Makef**** 아이디로 아고라 경제방에 올린 글, “필명을 도용당했습니다-makefile”, 2009.6.19.)

makefile 황씨는 아고라 미네르바처럼 다음 아고라에 몇 개의 계정으로 글을 남겼다.

makefile 황씨가 블로그에서 언급한 것에 따르면, 그해 5월 8일에 올린 “박대성은 가짜, 그리고 내쉬 균형”(2009.5.8.)이 미네르바와 관련한 첫 글이다. makefile 황씨는 이 글을 자신의 연재 2부 13편에 ‘푸른하늘은하수’라는 네티즌이 스크랩해뒀다며 다시 전제한다. 황씨는 이어 14편에도 자신이 과거에 작성했던 “소신 알바와 소신 친일파, 상처받은 사람들”라는 글을 역시 전제한다.

“박대성은 가짜...”는 다음에 642262번으로 등록된 글이며, “소신 알바...”는 643404번으로 등록한 글이다. 해당 글을 조회해보면 ‘본인이 삭제한 글’이라는 말이 나온다. makefile이라는 필명을 쓴 이들 글의 프로파일키 값은 fW3qbRAy62A0이다.

이 프로파일 키 값의 makefile이 작성한 글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찌질이 댓글 알바 역포섭 지침서 (5/18)
데이터베이스 101, 기계적 증빙에 관하여 (5/15)
어느 엘리트의 자기고백, 나도 한때는 찌질이였다 (5/10)
한국 사회는 참 좁다 (5/10)
이진법 세상에서의 격(格) (5/10)
담담당당님은 이 시대의 어른이시다 (5/9)
소신 알바와 소신 친일파, 상처받은 사람들 (5/9)
박대성은 가짜, 그리고 내쉬 균형 (5/8)

이들 글에서 유심히 살펴봐야할 대목이 있다.

첫째, ‘찌질이’라는 표현의 사용. “아고라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의 가짜 즉, 도용 또는 흉내냈다고 주장하는 makefile도 바보 찌질이라고 스스로 말한다. makefile은 스스로를 엘리트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 엘리트인 자신도 “한때는 찌질이였다”고 덧붙인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어떤 대상을 폄하하는 글쓰기를 나는 늘 경계한다. 폄하의 행위에는 격(格)을 부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위를 위해 스스로를 폄하의 대상에 포함시켜 보았다. 그리고 고백한다. 나도 한때는 찌질이였다. …(중략)…나는 늘 인터넷에 흔적을 남기고 싶어 했다.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고 지식을 뽐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내가 써내리는 글은 항상 아는 체를 못해 환장한, 은근슬쩍 상대방을 폄하하는 찌질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makefile, 아고라 경제방에 올린 글, “어느 엘리트의 자기고백, 나도 한때는 찌질이였다”, 2009.5.10)

둘째, 담담당당과 readme에 대한 경배. 그리고 미네르바와 담담당당의 관계에 대한 규정이다.

근데 이곳 경방에서 함께 글을 쓴다고 담담당당님과 자신을 동격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개중에는 있는 것 같다.…(중략)…담담당당님에 대해서는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분명히 밝힐 수 있는 것 한가지는 그분이 우리 사회의 마지막 안전망 역할을 하신다는 점이다. 우리 시대의 보루와 같은 분이다. 담담당당님은, 어디 함부로 그분의 글에 경박한 댓글을 다는가.
미네르바가 한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건 바로 담담당당님의 존재를 널리 알린 것이다.
미네르바는 분명히 대단한 사람이고 그의 역할도 적었다고는 할 수 없다. 만약 그가 일신의 안위를 위해서 익명성 뒤로 홀연히 사라져 버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도 그를 영웅으로 떠받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라지는 것을 선택했고 많은 이들에게 패배주의를 안겨주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란 말이 있다. 미네르바는 결자(結者)이되 해(解)하지는 않았다. 담담당당님과 readme님이 나서서 그 역할을 대신 하시는 중이다. 그분들께 힘이 되어드려야 한다. 그분들께 누를 끼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행위라고 나는 감히 말한다. (makefile, 아고라 경제방에 올린 글, “담담당당님은 이 시대의 어른이시다”, 2009.5.9. 강조는 필자)

본인은 어떨지 몰라도 읽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낯 뜨거운 경배의 글이다. ‘소신 알바와 소신 친일파, 상처받은 사람들’이나 이후의 ‘이진법 세상에서의 격(格)’ 등의 글을 보면 이 당시 makefile은 담담당당 권씨의 <어느 민족주의자의 시대읽기>와 같은 온라인 팜플렛에 심취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권위를 갖는 담담당당의 글에 감히 댓글을 다는 행위, 자체가 불경하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아마 ‘~가르침에 감사합니다’는 댓글이 아니라 담담당당의 글에서 보이는 민족주의 프레임에 대한 비판 글들을 두고 하는 소리인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이른바 기계적 증빙이다.
데이터베이스 101은, 말하자면 대학교 커리큘럼에 기초 혹은 개론에 101 넘버가 붙는 것처럼 데이터베이스의 기본 상식에 해당하는 내용을 자신은 술회한다는 주장이다. 그 상식이란, “데이터베이스의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은 엑셀 프로그램의 셀 내용을 조작하는 것만큼 쉬우며 실제 조작을 하는데는 5초도 안 걸린다”는 주장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주장이 이후 ‘미네르바 사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테마’로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이론적 가능성만 이야기했을 뿐, 실제 “다음이 그런 조작을 했다”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저는 조작이라고 단정한 적 없습니다. 단지 기계적 증빙 하나 내밀어 놓고 완벽하게 증명됐다는 이들이 우습다는 거죠. - 저는 조작됐다고 주장한 적 없습니다. 조작은 쉬운 일이기 때문에 기계적 증빙은 절대적이지 않다. 이렇게만 이야기했죠.
(makefile 황씨, 자신의 “데이터베이스 101, 기계적 증빙에 관하여” 글에 단 댓글들, 2009.5.15.)

이 글에서 makefile 황씨가 글의 말미에 덧붙인 “사용자 필명검색마저도 임의적으로 필터링하는 다음”이라는 말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아고라 닉네임 노둣돌은 “다음이 임의적으로 필터링하는 것은 단정짓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makefile은 어쨌든 앞의 노둣돌이나 “DB는 조작 가능하지만, 수정된 날짜가 남기 때문에 함부로 고치진 못한다”는 닉네임 이끼의 주장을 평정심을 잃은 격한 목소리로 적극 반박하기도 한다.

좀 알고 떠들던가. 아고라 돌아가는 동안 DB는 1초에도 수백 번도 넘게 수정될텐데, 그거 수정된 날짜가 남아서 뭘 확인할 수 있는데?
(makefile 황씨, 자신의 “데이터베이스 101, 기계적 증빙에 관하여” 글에 단 댓글들, 2009.5.15.)

어쨌든 지금 블로그에 올린 글들과 상당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이 ‘조작설 연재 전 글들’은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남은 record에 따르면 makefile 황씨 본인 스스로 삭제했다. 삭제한 까닭은 무엇일까. 필자는 “아주 간단한 감정상의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판단 역시 독자의 몫으로 남기겠다.

makefile의 미네르바 조작설 연재 글 리스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사이사이엔 그가 스스로 [정치, 사회, 인터넷]으로 분류하고 있는 글들이 있다. 이들 글 역시 감추고 싶은, 혹은 백그라운드로 숨겨둔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여기서 자세한 분석은 생략한다.

▲ 이한구 의원 인터뷰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주간경향> 916호 표지.
한 가지 덧붙여.

앞선 연재에서 필자는 경제독서모임 회원들과 채팅에서 ‘한구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면서 담담당당 권모씨가 마치 자신이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과 호형호제하는 사이이며, 또 자신이 민족주의.. 글을 보냈는데, 그 글을 읽고 이한구 의원이 입장을 바꿨다는 뉘앙스의 주장을 폈다는 것을 언급한 적이 있다. 필자는 이 연재 시리즈의 독자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이한구 의원에게 권모씨를 아는지, 그의 글을 읽어봤는지 문의하겠다”고 했는데, 마침 주간경향이 이한구 의원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는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한 기자를 통해 이한구 의원이 혹시 권○○씨를 아는지 물어봤다.

이한구 의원으로부터 돌아온 답은 이렇다. “권○○? 기억에 없는 이름이다.” 그러니까 호형호제하는 사이도 아니고, 담담당당의 <민족주의...> 글도 읽어본 적이 없다는 뜻이 되겠다. 혹시 기대했던 분이 있다면 실망이 클 듯싶지만, 사실 어느정도 예상되는 답변 아니었나.

제보 및 의견: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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