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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논란, 명분은 어디로 갔나이낙연 총리 아닌 대통령과 청와대의 적극적 역할 필요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11.08 08:29

[미디어스] 정치권에는 여전히 이상한 일들이 많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행태를 놓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는 이 상황도 그렇다.

강기정 정무수석이 국회 운영위에서 벌인 일은 맥락을 떠나 부적절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피감기관의 구성원이 본인이 답변하는 과정도 아닌데 벌떡 일어나 고성을 지른 일은 극히 보기 드문 장면 중 하나일 것이다. 당시 질의와 답변 과정에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정무수석이 그렇게까지 흥분할 일이었는지도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야당과 싸우는 일을 당이 제대로 하지 않아서 청와대 정무수석이 나서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는 반성도 나오는 모양이다. 내부적으로는 그런 평가도 할 수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강기정 정무수석 스스로가 말한 대로 “백번 잘못한 일”이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과거 국회의원 시절부터 잘 이해할 수 없는 일들에 휘말려왔다. 날치기를 막겠다며 상임위원장의 입을 틀어 막는가 하면, 야당 입장에서 여당 의원과 설전을 벌이다 폭행을 당하고 그 분풀이를 국회 경위에게 한 일도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러 국회에 들렀을 때 청와대 경호실 직원을 뒤통수로 가격했다는 의심도 받은 바 있다.

이런 이력은 ‘정무수석’이란 직에 어울리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 그럼에도 정무수석에 기용된 것은 그가 과거부터 당료에 가까운 역할을 해오면서 나름대로 ‘꾀’가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정무수석이 된 이후 국회와의 관계정상화 등을 위해 무슨 꾀를 어떻게 냈는지는 들어본 일이 없다.

청와대 참모들이 국회에 와서 의원들을 면박주거나 호통을 치거나 가르치려고 드는 모습은 나름대로 정당성이 있는 행위일지는 모르지만 ‘이미지 관리’란 측면에서 좋은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 같다. 지지층들은 속이 시원하다는 느낌을 가질지 모르지만 냉정한 시선으로 보면 ‘오만하다’는 인상을 줄 뿐이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연합뉴스)

정치는 결국 명분 싸움이다. 상대의 힘이 강할수록 명분으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논란에서 정권이 함정에 빠진 것은 명분을 잃었기 때문이다. 개혁의 명분을 청와대가 쥐고 있고 이를 거부할 수 없던 문무일 총장 시절 검찰은 뭔가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시늉이라도 했다. 윤석열 총장의 시대인 지금은 범죄자를 잡겠다는데 누가 우릴 방해하느냐는 자기 방어 논리로 똘똘 뭉쳐 있다. 정권이 조국 전 장관 문제를 첨예한 쟁점으로 만들면서 검찰이 명분을 확보하는 것을 허용한 것이다.

정권이 개혁을 추진하는데 국회가 방해를 하는 구도라면 청와대 참모들의 오기도 명분을 잃는 요인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강기정 정무수석의 반발의 원인이 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질의는 적어도 표면적으론 그런 게 아니었다. 동창리 미사일시험장 폐쇄의 가치와 이동식 발사대를 통한 ICBM 발사 시험의 의미는 청와대가 의원들에게 설명을 하고 납득 시켜야 할 성격의 문제였다.

이게 명분의 문제라는 것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7일 국회 예결산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사과를 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이낙연 총리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특유의 말투로 입장을 표명하자 검찰 출신인 자유한국당도 “멋지고 아름다운 광경” 운운하는 호들갑으로 응할 수밖에 없었다. 국회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답답한 마음이 해소되는 기회가 됐으리란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낙연 총리의 사과는 청와대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청와대의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의 참모가 한 잘못에 대해 총리가 사과를 하는 게 부적절해 보일 수 있다. 정무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의 비서일 뿐이고, 총리는 내각의 수장이지 대통령이 아니다.

그렇잖아도 묘한 분위기가 있다. 여당 일각에서 이낙연 총리 등판론이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게 그렇다.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며 당내 반발을 찍어 누르는 이해찬 대표의 리더십으로는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앞서 사과의 사례로 보듯 좀 더 온건하고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낙연 총리의 적극적 역할이 있지 않으면 중도층 공략은 어렵다는 게 이런 주장의 핵심이다. 이낙연 총리 본인도 당으로의 복귀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피력하는 중이다.

이낙연 총리는 잠재적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도 꼽힌다. 이낙연 총리의 여론조사상 지지율은 이낙연이라는 정치인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이 정권에 일반에 대한 것으로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차기로 꼽힐 만한 주자들이 사실상 낙마하거나 심각한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이런 지지가 구체적 실체를 갖추게 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잠재적 대권주자가 총선 승리에 기여하면서 여당의 구심점으로 거듭나는 상황은 ‘현재 권력’의 입장에선 달가운 상황이 아니다. 당정의 분열과 국정운영 동력의 유실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권력의 눈으로 보면 이런 때일수록 ‘그립’을 꽉 쥐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명분을 취하는 정치가 아니다. 사과를 하고 상황을 수습하는 광경을 왜 이낙연 총리에게서만 봐야 하는가? 대통령이 좀 더 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에 나서고 청와대 참모의 흠에 대해 사과나 해명을 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굽히는 게 이기는 게 될 수도 있다는 건 문재인 대통령 본인의 경험이 증명한다. 정계 입문을 거부하던 문재인 대통령을 오늘날의 자리까지 이끈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인 바로 그 순간이었다. 국민은 거기서 어른으로서 경우에 맞게 처신하는 침착함 속에 숨겨진 칼을 발견했다. 그것은 품위를 잃지 않고 순리대로 일을 풀면서도 결국엔 무언가 해내리라는 결기였다. 명분을 잃지 않는 정치란 그런 것이다. 지금 그런 정치는 어디로 갔는지 돌아볼 일이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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