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선거 중 유권자는 표현의 자유를 제약받는다. 공직선거법에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위를 금지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선거 180일 전부터 특정 후보자 지지 발언을 하거나, 반대 의사를 밝힌 유권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넓혀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치개혁공동행동, 국회시민정치포럼은 6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유권자 입 막는 180일간의 선거법>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유권자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공직선거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양홍석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은 “현행 공직선거법은 시민을 정치적 주체가 아니라 정치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면서 “현재 유권자는 선거기간 중 정치 찬성, 반대 의견을 표명할 수 없다. 유일한 방법은 정당이나 후보자 이름을 말하지 않는 건데, 어떻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양홍석 소장은 “검찰이나 법원은 정치적 의사표명을 한 시민을 선택적으로 정의하고 처벌한다”면서 “시민들은 검찰,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을 할지 예측할 수 없다. 선거기간 중 정치적 의사표명을 형사처벌하는 행위는 전근대적이다. 그냥 선거기간 중에는 입을 다물라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양홍석 소장은 “선거기간에는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시민의 정치참여는 불가능하다. 판사와 검사가 왜 시민을 믿지 못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국회에서는 법 개정을 통해 시민의 정치참여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사법기관은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을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2016년 총선시민네트워크(이하 총선넷) 사건이다. 총선넷은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평가·낙선대상자 선정·정책과제 선정 등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검찰은 총선넷 활동가 22명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총선넷이 특정 후보를 비방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해 김준수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는 선거를 독려하는 칼럼을 편집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기소됐다. 당시 시민기자는 기사에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단원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지금 투표하러 가십시오”, “소수자와 약자들을 위한 당신의 소중한 한 표”라고 썼다. 이에 검찰은 “특정 후보를 반대하며 투표를 독려한 행위”라면서 편집기자를 기소했다. 법원은 김준수 기자에 50만 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유권자 입 막는 180일간의 선거법>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청년정책센터장은 공직선거법에서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표명을 금지한 내용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복경 센터장은 “현재 공직선거법은 최악의 법”이라면서 “시민의 정치 의사표명으로 인한 명예훼손이 우려된다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적용하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공직선거법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시민이 존재론적으로 부정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복경 센터장은 “우선 헌법에 나오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을 바꿔야 한다”면서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기간에는 표현의 자유가 휴지 되는 셈이다. 표현의 자유가 중단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서복경 센터장은 “선거기간에 시민의 의사표명을 막는다면 민심을 멀어지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면서 “선거기간 중 정치에 대한 찬성·반대 의견이 활발하게 나와야 정당과 정치에 촉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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