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5일, ‘프로듀스X 101’ 제작진이 모든 시즌에 걸쳐 투표를 조작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그동안 ‘프로듀스’ 시리즈의 프로듀싱을 맡았던 안준영 PD 및 김용범 CP가 구속됐는데, 안 PD는 현재 소속사들로부터 유흥업소에서 접대를 받은 혐의도 포착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사기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배임수재 혐의도 받고 있다.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CJ ENM이 그동안 ‘국민 프로듀서’라고 호칭해온 ‘프로듀스X 101’ 시청자 및 데뷔조인 엑스원을 지지하는 팬이다.

시청자들은 문자투표비를 아까워하지 않고 지원해 왔지만, 그 결과가 진짜 순위완 상관없는 결과로 돌아왔다. 또한 엑스원 멤버 가운데서 진짜로 뽑혀야 했을 누군가가 억울하게 탈락됐을 뿐만 아니라, 탈락돼야 할 누군가가 엑스원이 되는 바람에 대중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프듀 전 시즌으로 뻗친 조작 의혹…수사 확대 (CG) [연합뉴스TV 제공]

그렇다면 ‘프로듀스X 101’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 이들에겐 다음과 같은 궁금증이 남는다. 안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인위적으로 순위에 올린 연습생은 누구이고, 불공정하게 떨어진 진짜 데뷔조에 포함됐던 연습생은 누구인가 하는 궁금증 말이다.

하지만 이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지난달 MBC <PD수첩>은 ‘CJ와 가짜 오디션’ 편에서 제작진이 저지른 ‘PD픽’의 적나라한 실체를 시청자에게 폭로했다.

통상적인 ‘PD픽’은, 어떤 연습생이 카메라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은 반면, 또 다른 연습생은 분량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악마의 편집’을 의미한다. 하지만 <PD수첩>에서 공개된 ‘PD픽’은 이 ‘악마의 편집’ 수준을 뛰어넘고 있었다.

한 연습생은 ‘프로듀스X 101’ 녹화에 참여한 연습생 가운데 한 명이 수면에 제약을 받자 제작진에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이때 제작진은 수면을 방해받은 연습생에게 사과나 양해를 구하는 대신, ‘지금 우리한테 화내는 거예요?’라고 반문하는 ‘갑질’을 했다고 증언했다. 수면을 방해받은 연습생은 항의의 대가로 방송 분량이 대폭 축소되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PD수첩>은 폭로했다.

이쯤 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투표 조작 의혹이 방영 최종회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소위 제작진에게 눈도장을 받지 못하거나 수면에 방해받은 연습생의 항의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찍힌’ 연습생은 애초에 방송 분량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문제가 야기된다.

특정 기획사와의 유착을 넘어서서 불공정한 ‘PD픽’이 작용했다면 이는 ‘프로듀스X 101’에 출연한 연습생이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청자에게 어필했어야 했다는 애로점이 생긴다.

이런 점 때문에 ‘프로듀스X 101’ 최종 경연에서 탈락한 억울한 연습생이 누구인지 판별하는 일은 그다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연습생들이 처음부터 ‘PD픽’이라는, 혹은 찍히면 처음부터 방송 분량에서조차 배제당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연을 펼쳤기에 ‘프로듀스X 101’의 문제점을 포괄적으로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투표수 공개만으로는 억울한 게 많은 이들이 당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연을 펼친 연습생들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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