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대단하다는 말밖에 더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정말로 3년 뒤 소치 동계올림픽에 또다시 출전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전망까지 해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아쉬움을 딛고 새 시즌 동안 쾌조의 컨디션으로 꾸준하게 경기력을 이어온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 맏형 이규혁(서울시청)이 독일 인젤에서 열린 종별 세계선수권 남자 500m 1,2차 레이스에서 합계 69초100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로써 이규혁은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과 세계선수권을 동시에 석권한 기염을 토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1차 레이스에서 34초 78을 타며 2위에 올랐던 이규혁은 2차 레이스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34초 26)에 불과 0.06초 밖에 나지 않은 34초 32의 기록으로 골인해 주위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의 가토 조지(69초 42)를 0.32초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동안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에 머물렀던 이규혁으로서는 국가대표 선수 생활 20년 만에 첫 세계선수권 타이틀을 따낸 의미 있는 쾌거를 이뤄냈으며,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지난달 아스타나-알마티 동계 아시안게임 노골드 부진을 완전하게 털어낸 값진 금메달을 따낸 셈이 됐습니다. 다시 일어선 것입니다.
이규혁의 이번 금메달이 더욱 값져 보였던 것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참 대단했기 때문입니다. 다 끝난 줄로만 알고 무모한 도전을 한다, 올림픽에 5번이나 출전했는데 안 되는 걸 더 이상 미련을 가지면 안 된다는 주변의 반응 속에서도 이규혁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스케이트화를 다시 고쳐 신으며 계속 부딪혔습니다.
조용히 다시 일어서려 했던 이규혁은 그렇게 뛰고 또 뛰며 또다시 재기를 꿈꿨고, 결국에는 자신의 이루지 못한 목표 가운데 하나였던 종별 세계선수권 우승을 33살의 나이에 이뤄내면서 또 하나의 꿈을 이뤄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0.01초를 다투는 단거리 종목에서 따낸 것만으로도 대단하지만 불꽃 투혼,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빼어난 정신력으로 감동을 선사한 이규혁의 레이스는 크게 박수를 보낼 만하고도 남았습니다.
특히 부상, 컨디션 저하 등으로 다소 부진한 경기력을 보인 후배들보다 빼어나게 자기 관리를 한 덕에 맏형으로서 큰일을 낸 것 역시 높이 평가할 만한 면이었습니다. 후배들이 부진한 사이에 자신이라도 잘 하면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규혁은 기적 같은 레이스를 펼쳤고 또 한 번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 다음 올림픽인 소치 동계올림픽을 도전할 지에 대한 확실한 답을 내놓지는 않은 이규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순간을 보다 더 즐기면서 한걸음씩 나아가다보면 '올림픽에도 다시 한 번 설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간절하게 간직해온 큰 꿈을 향해 조금씩 끊임없는 도전을 펼치며 감동적인 투혼을 불사르는 빙상 스프린터, 이규혁의 빛나는 질주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이규혁의 '무한도전'을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