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축구 경기에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작고 큰 부상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축구, 그 일이 손흥민의 태클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보르도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황의조는 한글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승리를 이끌었다. 팀에서 나온 2골 모두가 황의조 발에서 나왔다. 첫 골을 도왔고, 후반 다시 한번 골키퍼가 꼼짝도 하지 못하는 감아차기로 2-0 승리를 완성했다.

황의조의 이 활약이 더 뜻깊었던 것은 보르도 역사상 처음으로 선수들 모두 한글 이름을 단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다는 점이다. 친선전 경기에서도 특별하게 유니폼을 입는 경우는 드물다. 심지어 리그 경기를 하면서 한국 선수를 위해 한글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황의조의 소속팀인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앙 보르도 선수들이 한국팬들을 위한 이벤트로 한글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3일(한국시간) 보르도의 마트뮈트 아틀랑티크에서 열린 낭트와 2019-2020 정규리그 12라운드에 나섰다. (서울=연합뉴스) [보르도 트위터 캡처]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고, 황의조라는 선수가 보르도에서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다. 주포지션이 아닌 윙으로 나서고 있지만, 이런 불리함을 이겨내고 주전으로서 확실하게 입지를 다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황의조는 프랑스 리그에 완전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재와 같은 분위기라면 황의조는 분명 프랑스 리그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보일 것이다. 프랑스 리그가 마지막 종착지가 아닌 스페인이나 영국, 이탈리아로 나아갈 수 있는 도약대가 된다는 점도 분명하다. 실력은 검증되고 있는 중이니 말이다.

황의조가 행복한 소식을 보내는 동안 동갑내기 손흥민은 아픈 소식을 전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백태클로 인해 상대 선수가 큰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분명 손흥민이 한 행동은 잘못이다. 팀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손흥민이 너무 몰입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에버턴 안드레 고메스가 3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 중 상대 세르주 오리에, 손흥민과 충돌하고 있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리버풀 로이터=연합뉴스)

차라리 그렇게 열정적이지 않았다면 이런 실수도 나오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안드레 고메스는 경기 중 손흥민을 손으로 때리기까지 했다. 지난 시즌 말미에도 손흥민을 향한 악의적인 반칙들을 하는 선수들이 나왔다. 손흥민이 큰 존재감을 보이면 보일수록 상대 수비수들의 반칙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토트넘도 애버튼과 오늘 경기는 중요했다. 반대로 애버튼 역시 오늘 경기는 내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1-1로 승점 1점을 나눠가졌다는 점에서 공평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심판의 경기 운영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는 점이다. 엉망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추가 시간이 늘어나며 애버튼의 동점골이 나왔다. 이 모든 과정은 결과적으로 양측 선수들이 과열하도록 부추겼다.

심판의 역할은 단순히 경기에서 나오는 반칙을 찾아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양측 선수들이 과열되는 것을 막아내는 역할도 해야 한다. VAR이 기본이 된 상황에서도 이 심판은 제대로 활용을 하지 않았다. 이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이 모든 과정의 끝에 부상 선수가 나왔고, 손흥민은 오열할 수밖에 없었다.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왼쪽)이 3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에버턴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 중 상대 안드레 고메스가 자신의 백태클로 심하게 다치자 괴로워하고 있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리버풀 EPA=연합뉴스)

경기가 끝나자마자 애버튼 주장은 선수를 대표해 상대팀 라커룸까지 찾아 손흥민을 위로했다. 손흥민이 어떤 선수인지 다들 안다. 동료가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상대팀 주장이 라커룸까지 찾아와 위로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손흥민이 악의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 되었지만, 양 팀 감독 모두 손흥민을 비판하지 않았다. 영국 현지 언론 역시 손흥민을 비판하는 모습이 전혀 없다. 축구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고, 손흥민이 악의적으로 반칙을 할 선수도 아니라고 평가한다. 손흥민은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한 성실한 선수라는 것이 영국 현지의 평가인 셈이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손흥민이 빨리 추스르고 일어서야 한다. 추가 징계가 나올 가능성도 존재한다. 토트넘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의 선수를 잃었다는 사실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손흥민은 최대한 안정을 찾고 다시 필드 안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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