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새롭게 창단된 광주 FC는 이렇다 할 스타 플레이어도 없고, 열악한 환경에서 시즌을 준비하며 힘든 데뷔를 해야만 했습니다. 이 팀을 주목하는 시선도 많지 않았고, 그래서 당연히 올 시즌 성적도 그리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습니다. 3만여 홈 관중들 앞에서 광주 FC는 화끈한 공격력으로 대구 FC에 3-2 승리를 거두며 공식 첫 경기 첫 승을 기록했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전력도 탄탄했고, 스타 플레이어가 없는 약점을 조직력, 팀워크로 극복하면서 대구에 앞서는 경기력을 보였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광주 FC 주장 박기동이 있었습니다. 일본 J2리그 FC 기후에서 활약하다 올 시즌 광주 FC 창단을 계기로 K-리그 무대에 첫 선을 보인 박기동은 2골을 뽑아내는 폭발적인 공격력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주목받았습니다. 강렬한 첫 인상 덕분인지 박기동은 데뷔부터 각종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K-리그 1라운드 베스트11 공격수 부문 선정, 위클리베스트 MVP 영예도 안았을 뿐 아니라 생애 첫 축구대표팀 발탁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축구 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히 K-리그 뿐 아니라 한국 축구 전체에 '박기동 열풍'이 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 5일 오후 광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광주FC와 대구 FC의 경기에서 광주FC 박기동(왼쪽)이 역전슛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기동의 플레이에는 뭔가 모를 신선함이 있습니다. 191cm 큰 키를 갖고 있지만 몸놀림이 상당히 유연하고, 센스 있는 공격력을 갖췄으며, 여기에 득점력까지 제대로 보유하고 있어 '강력한 공격수'의 면모를 두루 갖췄습니다. 큰 키를 활용한 제공권도 좋고, 무엇보다 폭넓은 움직임이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전의 장신 공격수들과는 다른 면이 많아 보였습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아직 23살로 나이가 젊은데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여서 경험만 좀 더 키워나가면 꽤 승산이 있는 공격수로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조광래 감독 역시 "박기동은 일본 진출 전부터 능력이 있던 선수다. 기회를 줄 만 한 선수"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남다른 기대감을 갖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한걸음 더 나아가 박기동을 오는 3월말 열리는 온두라스, 몬테네그로와의 평가전 2연전에서 박주영과 투톱으로 맞추게 할 뜻도 내비쳤습니다.

이러한 박기동 열풍이 공격수 가뭄에 시달리던 한국 축구에 단비 같은 소식인 건 사실입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공격수를 길러 득점력도 갖추고 경기력도 뛰어난 선수를 많이 찾아내는 것 자체가 분명히 한국 축구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박기동 열풍이 한국 축구의 과제를 말끔하게 씻고 대형 스트라이커를 키우는 데 정말로 도움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싶습니다. 갑작스러운 스포트라이트, 과도한 관심으로 인해 반짝 주목을 받았다 사라진 사례가 많았던 것을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허정무 감독 시절 주목받았던 두 공격수, 이근호와 정성훈은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초기 상당한 관심을 받으면서 높이 떠올랐습니다. '빅-스몰' 투톱 조합으로서 저마다 갖고 있는 장점을 잘 활용해 인상적인 호흡을 과시하니 월드컵 본선에서도 활약한 공격수로 주목받았던 두 선수였습니다. 각 소속팀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냈고, 허정무 감독이 요구하는 플레이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줘 이들이 장기간 축구대표팀의 주전급 선수로 활약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정성훈은 부상 등으로 최종예선 이후 태극마크를 달 기회를 잃었고, 이근호는 월드컵 개막 열흘 전 최종엔트리 발탁에서 제외됐습니다. 가장 큰 이유로 선수들 스스로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갑작스런 과도한 관심, 열풍이 선수들의 부담으로 이어졌기 때문인 것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꾸준하게 잘 해야 한다는 강박감, 그리고 스포트라이트로 인한 약간의 자만심이 더해진데다 선수들의 부진, 부상 등이 이어지면서 결국 제대로 꽃도 못 피고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온갖 스포트라이트로 주목했다가 어느 순간 부진한 모습을 보이거나 슬럼프에 빠지면 비판, 무관심 등으로 이어져 하나둘씩 사라진 패턴이 상당 부분 있어 왔습니다. 꾸준한 관심을 통해 해당 선수가 꾸준하게 경기력을 유지하고 성장해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그만큼 선수도 적당한 기대감과 열의를 갖고 기대한 것 이상의 성장이 이어질 수 있을 텐데요. 그런 면에서 특정 선수에 대한 갑작스러운 관심, 열풍에 가까운 스포트라이트를 어느 정도 경계하면서 이번 '박기동 열풍'을 바라봐야 하는 게 사실입니다. 한 경기에 연연하고 '이 선수가 좋다'라고 띄우는 것보다 꾸준하게 이 선수를 더 좋은 선수로 키워나가기 위한 주변 환경,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박기동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그런 반면에 단점도 갖고 있는 선수입니다.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 어떻게 보면 이번 K-리그 첫 경기를 계기로 시작했다고 봐도 좋을 듯싶습니다. 갑작스러운 '열풍'이 꾸준한 '훈풍'으로 이어지고, 그에 걸맞은 분위기가 잘 조성돼서 박기동이 광주 FC 돌풍의 진짜 핵으로, 그리고 한국 축구에 정말로 필요한 공격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꼭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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