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통위 심의의원들 모두 시민단체로 바꿔라!”, “정말이지 방통위 뭐하는 데냐…해체 필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관련 기사에서 자주 보이는 댓글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방통위’를 비판하곤 합니다. 애꿎은 이효성 전 위원장, 한상혁 위원장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분명히 다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약칭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약칭 방통심의위)는 명백히 다른 기관입니다.

우선 기관 성격의 차이가 있습니다. 방통위는 정부 기관, 방통심의위는 민간 기구입니다. 방통위는 방송·통신 정책 수립과 규제를 담당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반 방송 콘텐츠에 대해선 개입하지 않죠. 예컨대 최근 논란이 되는 MBN의 자본금 편법 충당 의혹을 담당하는 곳이 방통위입니다.

방통심의위는 방송·통신 콘텐츠를 심의하는 기구입니다. 방통심의위는 방송심의 규정, 통신심의 규정을 위반한 방송사·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합니다. 지난해 방통심의위가 심의한 주요 사안은 MBC 전지적 참견 시점 세월호 비하 논란, 허위 영수증을 보여줘 시청자를 기만한 GS·CJ·롯데홈쇼핑, 5·18 북한군 개입설 유튜브 영상 등입니다.

방통위와 방통심의위는 2008년 이전까지 ‘방송위원회’라는 한 기관에 속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조직개편을 통해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를 '방송통신위원회'로 합쳤습니다. 당시 방통위는 정책·규제 관련 업무를 맡았습니다. 방통심의위를 신설하고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의 심의 기능을 이관했습니다.

이후 방통심의위는 ‘민간 기구’로 지정됐습니다. 콘텐츠 심의가 자칫 방송·통신 장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쉽게 설명해 방통위는 방통심의위에 콘텐츠 심의를 맡기고 있는 셈입니다. 방통심의위가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면 방통위가 이를 승인 집행하는 형식입니다. 물론 방통심의위는 형식상으로 ‘민간 기구’일 뿐입니다. 헌법재판소는 방통심의위의 성격을 ‘국가행정기관’이라 규정한 바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정부기관인 방통위의 인지도가 방통심의위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방통심의위 관련 기사 댓글에 ‘방통위’, ‘이효성’, ‘한상혁’이 언급되곤 합니다. 방통위, 방통심의위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차이점 파헤치기!>, <방심위 vs 방통위 차이 비교> 등의 게시물을 올려 기관 홍보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효과는 없어 보입니다.

실제 방통심의위 신입직원에게 “방통위에 취직했냐”라 묻는 지인들이 많다는 후문입니다. 국회의원들도 방통위와 방통심의위를 혼동해 방통위원장에게 방송 콘텐츠 심의, 규제를 요구하곤 합니다.

(사진=방통심의위 설명자료)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설명자료)

방통심의위는 집중적으로 견제를 받아야 하는 기관입니다. 방통심의위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송·통신 콘텐츠를 제재해야 마땅하지만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정권이 집권하냐에 따라 심의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방통심의위 위원들은 9명으로 통상 정부·여당이 6명, 야당이 3명을 추천합니다. 추천 사유의 공통점은 전문성-도덕성입니다. 이에 대한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기겠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방통심의위 위원장·부위원장들은 직원에 청부 심의를 지시했습니다. 위원장·부위원장들은 방통심의위 김 모 팀장에게 특정 방송 민원을 넣으라고 지시했고, 이를 심의해왔습니다. 김 모 팀장이 위원장·부위원장의 지시를 받고 민원을 넣은 프로그램은 KBS 다큐멘터리 뿌리깊은 미래, JTBC 뉴스룸, MBC 뉴스데스크, JTBC 김제동의 톡투유 등입니다. 이 일로 김 모 팀장은 파면당했습니다.

독자들이 방통위와 방통심의위를 오인하는 원인에는 언론의 책임도 있습니다. ‘이 정도는 당연히 알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혼란을 만들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두 기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명확한 지적은 견제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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