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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훈령-이해찬 유감 표명, 사태 심각성 못 느끼나눈 가리고 아웅이 아니라 ‘조치’가 필요하다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11.01 08:44

[미디어스] ‘피플파워’를 자칭하던 ‘촛불 정권’이 이렇게 빨리 초라해질 줄은 몰랐다. 물론 어떤 권력이든 시간이 지나면 바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위기를 스스로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집권 경험이 있는 정권이 맞는지조차 의문이다.

법무부의 시대착오적 훈령 논란은 이해를 할 수 없을 정도이다.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급조해 내놓자 언론 통제를 시도했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법무부가 이런 규정을 내놓은 명분은 검찰에 의한 피의사실 공표 등 부작용 문제가 심각하므로 인권 침해를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것일 게다. 이 훈령에는 오보를 낸 기자의 검찰 출입을 제한한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지금까지 이른바 ‘여권’의 인사들은 검찰이 언론과 유착해 선량한 사람을 범죄자로 둔갑시키고 여론 재판을 받게 하는 게 문제라고 주장해왔다.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는 국무위원 후보자 등에 이런 문제가 생길 경우 검찰이 정치에 개입을 하는 셈이 되고 대통령의 인사권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그렇다면 이 훈령의 도입으로 이러한 위험은 제거돼야 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검찰은 권력을 강제수사를 통해서도 행사하지만 기소해야 할 일을 기소하지 않는 것 역시 이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한다.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지난 정부의 계엄령 문건 수사 같은 게 대표적이다. 검찰이 수사해야 할 일을 수사하지 않는 행태를 추적하고 고발하는 것 또한 언론의 존재 이유이다. 뉴스타파와 MBC <PD수첩>이 최근 협업해 내놓은 검사와 금융권력과의 유착에 대한 방송도 이런 일의 산물이다. 법무부가 하자는 대로 한다면 이제 이런 일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오보에 페널티를 주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훈령에 의하면 결국 오보 여부는 검찰이 판단한다. 검찰은 굳이 기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피의사실을 흘릴 수 있다. 조국 전 장관과 관련된 의혹이 처음에 자유한국당의 검찰 출신 의원들로부터 주로 제기된 것을 떠올려 보라. 반면 검찰은 자기들에 불리한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해선 새로운 법무부 훈령에 의해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즉, 이것은 피의사실 공표나 인권침해의 문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앞뒤가 맞지 않는 훈령이 졸속적으로 등장한 맥락은 무엇인가? 일부 언론은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고된 상황과 관계가 있는 것 아니겠냐는 의심을 내놓고 있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법무부의 관심이 검찰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는 게 아니라 ‘권언유착’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활용해 언론에 경고를 하겠다는 것에 맞춰져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같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늘 이런 식이다. 문제를 고치려는 게 아니라 문제가 되는 상황을 활용해서 정파적 이득을 모색하려고만 한다. 정부 여당의 이런 태도는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유감 표명에서도 드러난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0월 30일 조국 전 장관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면서 “검찰 개혁이란 대의에 집중하다 보니 특히 청년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은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고 했다. 즉, 유감 표명의 포인트는 청년층 유권자 지지 유실에 있다는 것이다. 이해찬 대표는 그러면서 청년에 공직 후보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게 그러고 말 문제일까? 경향신문에 실린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의 글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청와대 특감반의 첩보 목록에 사감을 갖고 대통령을 비난하는 사람으로 등장하기도 했던 전성인 교수는 1일자 지면 칼럼에서 MBC <PD수첩> 방송 내용 등을 언급하면서 ‘권력형 부패’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PD수첩>은 상상인그룹의 유모 대표가 골든브릿지 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검찰의 도움으로 해소했다는 취지로 방송했다. 이 문제는 조국 전 장관 의혹과도 엮여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PD수첩>을 담당하는 박건식 MBC 시사교양1부장은 지난 10월 29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코링크PE는 조국 전 장관과 관련된 곳으로 돼 있지만 우리는 이 핵심이 정경심 교수가 아니라 오늘 방송할 유 모 회장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박건식 부장의 주장과는 달리 <PD수첩>의 방송 내용을 보면 유 모 회장이 코링크PE 등의 ‘핵심’인지 여부는 확인되지는 않는다. 다만 전성인 교수는 앞서 글에서 2018년 WFM의 감사보고서 내용을 통해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WFM에 투자했을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 이후인 올해 2월 증권선물위원회는 골든브릿지증권의 대주주 변경을 승인하는데, 전성인 교수는 <PD수첩> 방송에 나오는 검찰 서류와 더불어 증선위원을 맡고 있는 금융위 소속의 공무원들이 적극적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상상인그룹의 골든브릿지증권 인수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검찰뿐만이 아니라 관료가 역할을 했어야 하는데 그 정도의 일이 가능하려면 사건의 성격은 ‘권력형 부패’가 되어야 한다는 게 전성인 교수의 주장이다. 권력이 공무원을 다루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인사’와 관련된 것이다.

10월 30일 검찰은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위 의혹과 관련해 강남구 수서동 대보건설 본사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유재수 부시장은 금융위 공무원 출신으로 2017년 하반기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으로부터 감찰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수세력은 청와대 특감반 소속이었던 김태우 전 수사관의 주장을 인용해 ‘윗선’이 이 감찰을 중단시켰고 여기에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보도에 따르면 대보그룹은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과 교통정보시스템 관리 등을 주 업무로 한다고 한다. 지난해 2월 이명박 정권의 청와대에 금품 로비를 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과거 정권에서 이 회사의 특혜성 수주 의혹은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였다고 한다. 최근 한국도로공사는 이강래 사장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관련 의혹에도 휘말렸는데, 여기에도 정경심 교수의 이름이 잠시 나왔다 사라진다.

물론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의혹처럼 다루는 것은 매우 성급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보도를 계속 따라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정부 여당의 대응은 답답해 보인다. 오보 방지나 청년층 박탈감을 말할 때가 아니다. 피의사실 공표와 ‘검언유착’으로 모든 걸 퉁치고 넘어가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의혹이 사실이든 아니든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니라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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