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버스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몰래 찍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판결받았다.

지난 28일 의정부지방법원 형사 1부는 지난해, 레깅스를 입고 있던 여성 승객이 버스에서 하차하려고 할 때 뒷모습을 8초 동안 녹화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벌금 70만 원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명령한 1심과는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남성이 몰래 촬영한 피해 여성의 외부로 노출된 신체는 목 윗부분과 손, 발목”이라며 “레깅스는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고, 피해 여성 역시 레깅스를 입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있었다면서 레깅스를 입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성폭력처벌법 14조는 성적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할 때 죄를 물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수진 변호사는 2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몰카, 즉 몰래 찍었다는 건데 사건의 본질은 몰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남의 신체 부위를 몰래 왜 찍냐. 레깅스를 입은 사람을 찍으면 죄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오리털 점퍼를 입든 가죽점퍼를 입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몰래 찍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남의 신체를 왜 수치심을 느끼게 찍냐. 여성은 분명히 성적인 수치심을 느꼈던 거고 몰카 자체를 처벌하기 위해서 성폭력 특별법을 만들었는데 판사가 볼 때 레깅스는 일상복이니 처벌하지 않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뉴스쇼>에서 ‘무죄’ 측 변론을 맡은 백성문 변호사는 몰카가 아닌 성범죄 여부에 초점이 맞춰진 판결이라고 반박했다. 백 변호사는 “해당 사건은 성폭력 범죄 처벌이라는 특례법을 적용해 판단해야하는데 어디까지 성범죄로 인정할지 생각해야 한다”며 “초상권 침해는 죄가 안 된다. 민사상 손해 배상 청구의 대상일 뿐이고 성범죄 여부는 다르다”고 했다.

백 변호사는 “몰래 찍은 건 잘못이지만 성범죄로 처벌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이기에 평상복이냐 아니냐로 살펴봐야 한다. 또한 법원은 평상복 여부에 더해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이키는 부위인지 여부를 두고 판단했다. 이번 사안은 여성의 뒷모습을 찍은 거고 여성이 출근할 때 입는 옷”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변호사는 “판사가 여성의 옷차림을 두고 성적인 욕망을 불러일으키냐 안 일으키냐를 판단하는 건 안 된다”며 “어떤 여학생의 발만 여러 번 찍은 남학생을 ‘몰카죄’로 처벌한 예가 있다. 여성을 몰카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 규정인데 판사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 아니다를 해석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백 변호사는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재판부에서는 레깅스를 일상적으로 생활할 때 입는 옷으로 보고 성폭력 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판결은 현대의 레깅스는 평상복으로 본 게 기준”라고 말했다. 이날 <뉴스쇼> 청취자들은 문자투표 결과 61%대 39%로 해당 사건을 ‘유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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