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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지지층만 보는 양당 정치내부 이견 포용하는 모습 보여야 운신의 폭 넓어진다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10.28 08:56

[미디어스] 정치권 뉴스를 보면 늘 걱정이다. 방구석에서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정치권이 온갖 황당한 일을 해도 어떻게든 세상은 굴러가지만, 하여간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자유한국당은 조국 전 장관 의혹 국면에서 모처럼 활약을 했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기는 모양이다. 검찰 출신 의원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하더니 나경원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를 받는 의원들에게 공천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겠다는 주장을 꺼내는 데에 이르렀다. 황교안 대표는 안 될 게 뭐 있느냐는 듯 하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슬쩍 물러나는 듯한 태도다.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를 받아야 하는 의원들은 다시 공천을 받을 수 있을까? 첫째로 나경원 원내대표의 주장이 공천심사위원회 등의 기구에 반영된다는 보장은 없다. 경선룰에 따른 경선 결과가 가장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둘째로 공천이 된다 해도 총선 전에 판결이 확정되면 출마가 불가능해질 수 있고, 총선 이후에라도 의원직을 상실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때문에 이런 점들은 공천 과정에서 가산점이 아니라 ‘약점’으로 다뤄질 수밖에 없다.

셋째로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은 결국 공천 물갈이 등의 개혁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여론의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를 받는 의원들이 수월하게 공천을 받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우)와 나경원 원내대표. (연합뉴스)

그럼에도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뭘까? 첫째로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가 12월에 끝난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때 원내대표 선거를 치르기는 부담스러우니 총선 때까지 직을 유지하게 해달라는 의미라는 거다.

둘째로 강경한 대여투쟁을 주장하는 핵심 지지층의 의사를 고려한 발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 지지층은 싸우면 싸울수록 여론을 더 강경한 방향으로 키워 나가는 특성이 있다. 현역 의원들이 공천을 대비한 당내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지지가 필요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이 문제로 우왕좌왕하는 동안 여당에선 초선들이 불출마 의사를 밝히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에 별 미련이 없어 보이는 의원들이 주로 총대를 메고 있기 때문에 출마를 준비하는 다선 의원들이 불출마 압박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철희 의원은 아예 이해찬 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다. 당이 대통령 뒤에 숨어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초선이 쓴소리를 하고 다선 중진들이 오히려 싸움을 독려하는 모양새에 대한 비판도 있다. 상식으로 하면 이 반대여야 한다는 건데, 아무래도 다선 중진들이 경선을 의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결국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핵심 지지층의 구미에 맞발언과 행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의 지지층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이후에도 여의도나 서초동 등에서 장외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핵심 지지층에게 어필한다는 것은 바로 집회에 참여하는 이런 이들이 바라는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언론 관련 발언을 조명해볼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5일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언론의 자유는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언론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또 박원순 시장은 미국의 경우 언론이 기사를 잘못 쓰면 그 언론은 패가망신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이런 주장은 상당 부분 사리에 맞지 않지만 기성 언론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갖고 있는 여당 핵심 지지층을 만족시킬 수 있을 걸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대중의 정서에 편승해 자기 기반을 다지는 정치가 아니라 당장은 미움을 받더라도 종국에는 대중의 좌절감을 해소해주는 정치이다. 이해찬 대표 책임론도 그런 차원에서 제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원순 시장의 사례로 말하자면, ‘패가망신’을 언급하기보다는 언론과 대중이 어떤 원칙으로 관계를 맺는 게 긍정적인지를 말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여의도 일각에선 조국 전 장관과 검찰개혁 국면에서 이견을 노출한 의원들에 대해 ‘자객공천’이 실시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모양이다. 아직까진 소문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지만 혹시라도 이런 일이 있으면 과거 정권의 오류를 반복하게 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은 ‘진박감별사’와 ‘옥새파동’이 가속화시켰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사건들은 여당 내에서 유승민 의원 등이 ‘증세없는 복지’에 대한 정책적 이견이 노출한 것에 대해 권력이 과도하게 대응한 결과였다.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당내에서 나오는 이견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형식과 내용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원칙이 확고하다면 이견에 대해서도 존중하고 불이익을 주지 않아야 여당 핵심들이 입버릇처럼 얘기하는 ‘원팀’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돼야 여당이 자기 지지층에 갇히지 않고 명분을 취할 수 있고, 또 이를 기반으로 선거를 겨냥한 중도층 공략에도 나설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정치 구도를 극복하지 못하면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유권자들 사이에 정치적 진공상태가 계속해서 확장돼 나갈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이 때문에  황교안 대표가 박정희 대통령 서거 40주년 추도식 등에 참석했음에도 “배신자”란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신세인 것은 이런 상태가 어떤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반대파를 짓누를 게 아니라 판을 제대로 짜야 한다. 어느 정치 세력이든 마찬가지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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